트럼프 정책 반영도 안 됐는데 경제 전망 '이 정도'…"민간 소비 둔화, 순환적 요인 아니다"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2. 2. 09: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제자유살롱] 2025년 경제 전망 - 하방 리스크가 크다 (글 :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SBS 경제자유살롱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과 해석을 통해 시대를 이기는 인사이트를 발견하세요.
 

연구기관이나 시장조사기관들이 잇따라 내년 경제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25년 한국 경제의 전반적 기상도는 '흐림'이다. 무엇보다도 GDP 성장률 전망치 자체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3개월 전만 하더라도 올해 성장률 2.5%, 내년 성장률 2.3%가 컨센서스였지만, 최근에는 2024년 성장률 전망치가 2.2~2.3%, 2025년 성장률은 2.0% 내외로 눈높이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관세율 인상을 비롯해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지만, 대미 수출 타격 가능성을 2025년 경제 전망에 적극적으로 투영한 조사기관은 없다. 최근 수년 동안 미국 경기 활황과 중국 경기 침체로 한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는 크게 높아졌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전체 수출에서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내외, 대미 수출 비중이 10% 내외라는 비율이 오랫동안 지속돼 왔지만 2024년에는 두 국가로의 수출 규모가 거의 비슷해졌다. 지난 10월까지 대중 수출 금액은 1,100억 달러, 대미 수출 금액은 1,055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대체로 관세율 인상 등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들이 내년에 당장 시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 혹은 기대가 2025년 경제 전망에 내포돼 있는데,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에 따라 수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성장률이 현재 컨센서스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얼마 전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와 캐나다 등 인접국들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조치를 예사롭게 넘겨서는 안 되는데, 한국도 위의 두 국가들과 비슷한 포지션에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이후의 중국에 대한 각종 규제 강화로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감소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는 1조 4,439억 달러 적자였는데, 바이든 행정부 시기의 적자 규모는 1조 2,930달러로 10% 가까이 감소했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감소했지만 미국의 전체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보다 바이든 정부 하에서 더 늘어났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인데, 캐나다와 멕시코, 베트남, 대만, 한국 등이 대미 무역수지를 크게 늘린 국가들이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축소(트럼프 1기 행정부 42.3%→바이든 행정부 30.9%)됐지만, 멕시코(10.5%→11.5%), 베트남(6.0%→9.3%), 캐나다(2.2%→5.8%), 대만(2.5%→4.1%), 한국(2.6%→3.7%) 등은 확대됐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어 한국도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적 통상 정책에 노출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총량적 경제 지표로서의 GDP 성장 둔화도 가벼이 볼 일은 아니지만, 좀 더 심각하게 봐야 할 점은 내수의 구조적 침체이다. 경기는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데, 2024년 경기 사이클은 회복이었다. GDP 성장률은 작년의 1.4% 성장에서 2.3% 내외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생활인으로서 경기 회복을 체감한 이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의 수출 호조로 총량적 지표는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수출이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민간 소비가 장기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매 판매 지표는 최근 30개월 중 24개월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IMF 외환위기 때는 13개월, 카드 위기 때는 18개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9개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7개월 동안 마이너스가 기록됐다. 최근에 경험하고 있는 소비 침체는 역대 최장 기간이다.

민간 소비는 가계 부채에 발목 잡혀 있다. GDP의 90%를 넘어서고 있는 가계 부채는 주택 구입 과정에서 크게 증가했다. 주택 가격 상승은 차입을 통해 주택을 장만한 이들에게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집값 상승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 가계의 소비 여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가계 자금이 유동화시키기 힘든 부동산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에 원리금을 갚아야 하니 쓸 돈이 없다. 은행의 예대 마진은 사상 최대 규모이지만, 민간 소비는 역대 최장 기간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민간 소비 둔화는 순환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

기업의 설비 투자도 고용을 매개로 내수에 큰 영향을 주는 지표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왕성하게 투자하고 있지만, 해외 투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기업의 투자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8~19년 한국 기업들의 설비 투자는 2년 연속 감소했는데,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의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로 비즈니스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IRA(인플레이션방지법안), Chips Act(반도체법) 등을 통해 진행되고 있었던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난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