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5주년’ 백지영 “저도 많이 망해봤다…실패는 과정일뿐”[EN:인터뷰②]

황혜진 2024. 12.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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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런 것들을 과정으로 묶고, 결과로는 묶지 않았던 것 같아요."

12월 2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백지영의 새 미니 앨범 'Ordinary Grace'(오디너리 그레이스)가 발매된다.

'Reminiscence'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었다면 'Ordinary Grace'(오디너리 그레이스)는 데뷔 25주년을 함께해 준 팬들에게 건네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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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트라이어스 제공
사진=트라이어스 제공
사진=트라이어스 제공

[뉴스엔 황혜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실패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런 것들을 과정으로 묶고, 결과로는 묶지 않았던 것 같아요."

12월 2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백지영의 새 미니 앨범 'Ordinary Grace'(오디너리 그레이스)가 발매된다. 이번 앨범은 백지영이 2019년 10월 발표한 미니 앨범 'Reminiscence'(레미니센스)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신보다.

'Reminiscence'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었다면 'Ordinary Grace'(오디너리 그레이스)는 데뷔 25주년을 함께해 준 팬들에게 건네는 선물이다. 1999년 정규앨범 'Sorrow'(소로우)로 가요계 입성한 백지영은 올해 25주년을 맞이했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응원과 위로가 되길 바라며 작업한 이번 신보는 삶의 작고 평범한 부분에서 느끼는 소중함과 깊은 감정으로 채워졌다. 타이틀곡 '그래 맞아'를 필두로 'Fly'(플라이), '단잠', '숨은 빛', '그래 맞아 (String Ver.)'까지 총 5곡이다. 처연한 이별이 아닌, 담담하면서도 다채로운 감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노래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사뭇 다른 결을 자랑한다.

타이틀곡 '그래 맞아' 크레디트에는 K팝 1세대를 대표하는 H.O.T.(에이치오티) 멤버 강타의 이름이 새겨졌다. 배우 나나와 채종석이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KBS 2TV '태양의 후예', tvN '쓸쓸하고 찬란하신-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넷플릭스 '스위트홈' 등을 흥행시킨 이응복 감독이 연출했다.

다음은 11월 25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진행된 백지영과의 일문일답.

Q 올해 데뷔 25주년을 기념해 지난 25주년을 되돌아본다면 데뷔 초 가수로서 지키려고 했던 것들 중 변한 점이 있다면.

▲ 전 사실 갖고 있었던 뭔가를 지키려고 한 건 없는 것 같다. 변한 건 엄청 많다. 데뷔 초에는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낮았다. 활동 시스템상 저한테는 음악을 고를 권리나 거부할 권리 자체도 없었다. 스케줄도 하고 싶어서 한 것보다 하기 싫어도 한 게 굉장히 많았다. 그때는 피곤했고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굉장히 고단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30주년, 40주년까지 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주고 동력이 된 건 사실이다. 하기 싫고 불편한 적도 많았지만 동력이 된 건 확실하다.

Q 반대로 변하지 않은 점은 무엇인가.

▲ 노래를 대하는 마음인 것 같다. 그때도 어쩌다 보니 가수가 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한 곡 한 곡 노래를 대하는 마음은 굉장히 신기하고 정성스럽고 벅차고 그랬다. 지금도 그런 것 같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마음은 많이 변했다. 그때는 결과가 나쁘면 혼나고 결과가 좋아도 혼났다. 좋으면 이렇게 더 할 수 있었는데 왜 못했냐고 혼났다. 그래서 항상 고되고 힘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 결과가 좋든 안 좋든 간에 그 상황을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이 됐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결과가 좋든 나쁘든 저한테 양쪽 다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게 가장 많이 변화된 부분인 것 같다.

Q 25년간 한결같이 보컬리스트로서 활동해 온 게 드문 사례인데.

▲ 이렇게 나누는 걸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굳이 나누자면 전 스스로 직업형 가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 직업에 굉장히 만족한다. 저 안에도 가사와 곡을 쓰고 싶고 내 앨범을 프로듀싱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을 때가 있었다. 가끔은 누군가가 표현해 줄 수 없는,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내가 만들어 내고 싶다는 열망이 당연히 있었다. 제게는 그게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제 회사와 제가 힘들지 않게 회사를 유지하고 가수 생명을 이어 나가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그렇게 되려면 사실 제가 곡을 쓰고 뭔가를 하기 위해 공부할 시간을 갖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동안 쉼 없이 일을 해 왔기 때문에. 더구나 아이가 태어났기에 더 불가능해졌다. 좋은 점은, 제가 노래를 부를 때 제 감정을 갖다 쓰는 편이 아니다. 항상 슬픈 노래에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제 예전 연애 경험, 슬픈 감정을 가져다 쓰지 않고 지금 이 노래 안의 감정을 노래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누군가가 쓴 걸 내가 표현하는 것에 맞는 사람인 것 같다. 만약 제 것을 분출하고 싶은 욕망이 너무 들끓었다면 잠을 안 자고서라도 했을 거다. 그렇지만 표현해 내는 즐거움과 그쪽에 더 재능이 있는 사람 같다. 어떤 노래를 하다 울기도 하고 노래를 하기 전부터 꿀꺽꿀꺽해야 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근데 사실 거기서 빠져나오는 게 어렵지 않다. 그게 아마 제 감정을 가져다 쓰지 않아서인 것 같다.

Q 첫 소절만 들어도 백지영의 노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목소리가 명함 수준인데 장점이라고 여기는지.

▲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지금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단점이라고 딱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고민을 한 적은 있었다. 내 목소리를 듣고 '백지영인가 봐'라고 생각한 분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제 음색이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나름의 변화를 주고 나서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다. 스스로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거슬린 적도 있었지만 그걸 바꾸려고 되게 노력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걸 바꾸는 게 저한테는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저한테 막 등을 돌리신 게 아니니까. 제가 갖고 있는 이 색깔이 오래가면 갈수록 익숙함을 넘어 스며들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인터뷰들을 가면 승승장구했는데 정상을 유지하는 비결을 많이 물어보셨다. 사실 전 정상에 있지 않았을 때도 굉장히 많았다. 막말로 이야기하면 망한 음원들도 되게 많다. 근데 망해서 모르셔서인지 잘된 것들을 많이 기억해 주시는 것 같다. 실패도 되게 많이 했다. 제 노래인지 모르는 노래도 많이 있을 거다. 그런 것들을 과정적으로 묶고, 결과로는 묶지 않았던 것 같다.

Q 그렇지만 잘된 음원이 워낙 많은 가수다. 백지영의 가수 인생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노래는 무엇인가.

▲ 제 인생을 대표할 만한 노래는 사실 '사랑 안 해'가 맞다. 데뷔곡도 있고 더 인기를 얻은 곡들도 있고, 댄스곡, OST도 많은데 제 인생 많은 터닝포인트를 함께한 노래가 '사랑 안 해'다. 그 곡을 만난 덕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다. 돈을 더 많이 벌어다 준 다른 노래도 있고, 콘서트에서 떼창이 잘 되는 다른 곡들도 있지만 오롯이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저한테는 '사랑 안 해'다.

Q 다시 작업해 보고 싶은 작곡가도 있나.

▲ 데뷔 20주년에 낸 앨범 'Reminiscence' 타이틀곡 '우리가'를 작곡해 준 지고릴라 오빠랑은 꼭 다시 한번 작업해 보고 싶다. 그 노래를 발매했을 당시 엄정화 언니 'The Cloud Dream of the Nine'(더 클라우드 드림 오브 더 나인) 앨범이 나왔을 상태였는데 그 안에 'She'(쉬)라는 곡이 있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언니를 생각하며 펑펑 울었다. 언니 목소리가 잘 나올 때가 아니었다. 그 과정과 언니 마음을 생각하며 너무 빠져 들었다. 작곡가가 지고릴라 오빠였고 바로 연락해 곡을 써 달라고 해서 곡이 나왔고 그게 20주년 앨범 타이틀곡이 됐다. 그 노래가 잘 안 됐다. 잘 안 된 걸 오빠가 너무 미안해했다. 사실 오빠 잘못이 아니고 제 잘못도 아니다. 그럴 수도 있는 거다. 그걸 해프닝으로 만들기 위해 다시 작업해 좋은 곡이라고 평가받고 싶다.

Q 10년 뒤 데뷔 35주년을 맞이한 백지영의 모습도 그려지는지.

▲ 아니오. 아직 안 떠오른다. 그때 되면 환갑을 앞두고 있을 거다. 일단 제 겉모습부터 상상이 안 가고 딸이 커 있을 모습도 상상이 안 간다. 또 세상이 얼마나 바뀌어 있을까 그런 것도 상상이 안 간다. 미래에 대해선 생각을 잘 안 하는 편이다.

Q 그래도 힘이 닿는 데까지는 가수 생활을 계속할 계획인지, 언제까지 가수로서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한 시점이 있나.

▲ (힘이 닿는 데까지) 하고 싶다. 지금 이미자 선생님이 몇 주년 되셨을까.(1959년 '열아홉순정'으로 데뷔한 이미자는 올해 데뷔 65주년을 맞이했다.) 제가 50주년 선생님의 빅쇼를 봤었다. '너무 대단하시다'고, '아직도 목소리가 그대로시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때 그 장면이 계속 떠오른다. 내가 저 나이가 돼도, 저 정도의 경력이 돼도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보면 막 그러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지금 제가 25주년이 됐는데 지금까지도 사실 어떻게 흘러갔는지 잘 모르겠다. 엄청 바빴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만약 제가 50주년을 맞게 된다면 그 사이에도 엄청나게 많은 일이 생기고 많은 걸 느낄 거다. 그렇게 해서 50주년을 맞는다면 너무너무 영광일 것 같다.

Q 지난 9월 데뷔 동기 김범수 씨 25주년 콘서트에 게스트로 함께했는데 동료 가수들과 어떤 고민을 나누고 있는지 궁금하다.

▲ (이)승기가 올해가 20주년이고 새 앨범을 내기에 앞서 선후배 가수들한테 피처링 부탁 전화를 돌렸다. 저랑도 친하고 오래 봤으니까 전화를 받았다. '외람되지만 제가 20주년이라 앨범을 내는데 함께해 주실 수 있겠어요?'라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제가 '승기야 어떡하니. 나도 25주년이다'라고 말하고 서로 축하했다.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승기가 이런 얘기를 했다. '누나 저희 진짜 존버했네요'(잘 버텼다는 의미)라고. 근데 그게 너무 마음에 와 닿았다. 승기도 여러 가지 일이 많았다. 사실 되게 존경스러운 부분이 있는 친구다. 그 말을 서로 하면서 너무 공감했다. 잘 버틴 가수들끼리 모임을 하나 만들어 볼까 해서 모이게 됐고 대장이 윤종신 오빠다. 종신 오빠는 월간윤종신을 10년 넘게 하지 않았나. 대장을 정말 잘 골랐다. 윤종신 오빠 위로는 못 들어온다.(웃음) 종신 오빠, 저, 세준이(유리상자), 이수, 범수, 거미, 케이윌, 승기 이렇게 모였고 데이브레이크 원석 오빠가 신입 회원이다. 그렇게 해서 첫 모임을 했다. 별 얘기 다 했다. 목 관리에 관한 고민도 나눴다. 20년 넘게 계속 목을 쓰는 가수이다 보니까 한 명도 빠짐없이 말 못 할 사정들이 다 있었더라. 근데 그걸 누구 하고도 나눠 보지 못했던 거다. 너무 좋은 시간이었고 너무 도움이 많이 됐다. 너무 소중한 모임이었다. 연말에 한 번 더 모이기로 했다. 모임 이름은 케이윌이 이야기한 '버틴 자들'이라는 의미의 BTX(버틴 엑스들)이다.(웃음) 이름도 마음에 든다.

Q 노래 잘하는 보컬리스트로 손꼽히는 소감이 궁금하다.

▲ 그 수식어는 굉장히 송구스럽다. 왜냐하면 전 항상 누구와 비교해서가 아니라 '와 저렇게 노래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가수가 정말 많다. 그래서 (노래 잘한다는 칭찬을) 절 사랑하는 마음으로 쳐 주시는 박수와 비슷하게 받아들인다. 그래도 그 수식어가 감사한 건 저한테는 어떤 보상과 보람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는 좋다. 그렇지만 저도 듣는 귀가 있다. 요즘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 제 주변에 노래 진짜 잘하는 친구들의 노래를 들어 보면, 실제로 순위를 매겨 본 적은 없지만 만약 50위까지 매긴다면 전 거기에 없을 것 같다. 100위까지 매기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말을 들으면 너무 송구하다. 내가 너를 너무 잘 포장했는데 열어 보면 별 거 없는 그런 느낌이다. 근데 그게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Q 보컬리스트로서 지키고자 하는 소신은 무엇인가.

▲ 사실 보컬리스트로서의 소신과 사람 백지영으로서의 소신이 비슷하다. 될 수 있으면 거짓말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노래를 할 때도 사실 거짓말을 많이 하게 된다. 직업 가수이다 보니까 어떤 상황에서 이 노래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있다. 사실 지금은 자다가 일어나 정신 차리지 않고도 부를 수 있는 노래가 감사하게도 생겼기에 뭔지 모를 죄책감이 느껴진달까 그런 게 있다. 제가 연예인으로서 25주년이 됐다. 연예인이 아닌 나로 살았던 시간보다 연예인으로서 산 시간이 길어졌다. 제가 가장 지키고 싶은, 큰 교훈은 거짓말은 언젠가 들통이 나고 들통 나는 순간 쪽팔리기에 쪽팔린 짓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저한테는 타협할 수 없는 소신이다. 노래를 할 때도 대입되는 것 같다. 노래를 대충 하는 것도 거짓처럼 느껴져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Q '내 귀에 캔디'를 함께했던 택연처럼 함께하고 싶은 동료 가수가 있나.

▲ 언젠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해 둔 곡이 2곡으로 간추려졌다. 언젠가 꼭 나올 텐데 그중 하나가 남자 가수 피처링이 있는 곡이다. 누구랑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직 없다. 택연이가 저와 띠가 꼭 한 바퀴 돈, 같은 용띠다. 지금 누구랑 하면 두 바퀴가 돈다. 그걸 저와 걔가 할 수 있을까?(웃음) 하려면 못할 건 없지만 현실적으로 구체화하진 않았다. 택연 씨와 함께 부른 '내 귀에 캔디'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택연이가 배우로서 너무 잘 가고 있고 서로 이게 있는 게 지금 너무 좋은 것 같다.

Q 이번 앨범으로 대중에게 어떤 반응을 얻고 싶나.

▲ 타이틀곡 '그래 맞아'도 좋지만 수록곡 '단잠', '숨은 빛', 'Fly' 세 노래도 다 좋다. 물론 모든 가수가 다 그렇겠지만, '그래 맞아'도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굉장히 크지만 수록곡에 대한 반응도 저한테 많이 들렸으면 좋겠다. '언니 '그래 맞아'도 좋은데 저 '단잠'이라는 노래 너무 좋아해요', 혹은 ''Fly'가 너무 위로가 됐어요', ''숨은 빛'이라는 노래 언니 노래인지 몰랐는데 좋아해요' 등 같은 반응이 들렸으면 한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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