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서도 우승 유격수를…" 10승 투수에 비견된 50억 FA, 이제는 타격도 욕심낸다
[OSEN=이상학 기자] “감독님이 10승 투수 얘기도 해주셔서…너무 좋았죠.”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달 7일 FA 내야수 심우준(29)을 4년 총액 50억원(계약금 24억원, 연봉 총액 18억원, 옵션 8억원)에 영입했다. 예상보다 높은 금액에 모두가 깜짝 놀랐지만 원소속팀 KT 위즈에서도 46억원까지 제시했다. 그만큼 기록으로 다 담을 수 없는 현장 가치가 높게 평가되누 선수였다.
한화가 50억이라는 거액을 쓰며 심우준을 잡은 것은 김경문 한화 감독의 요청이 컸다. 센터 라인 강화를 위해선 시즌 내내 고정으로 유격수 자리를 건강하게 지켜줄 수비 좋은 선수가 필요했다. 때마침 심우준이 FA 시장에 나왔다. 김경문 감독이 선호하는 빠른 발까지 갖춘 선수이기도 했다. 지난달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때 김경문 감독은 심우준의 수비와 주루 가치를 ‘10승 투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심우준은 “감독님이 10승 투수 이야기를 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그에 대한 동기 부여가 엄청나고, 책임감도 더욱 커졌다. 수비와 주루에 있어선 스스로 인정한다”며 “그동안 수비와 주루에 비해 타격에는 욕심이 조금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타격 쪽에도 욕심을 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고액 연봉에 걸맞은 책임감을 보였다.
심우준은 FA 계약 후 ‘오버페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수비와 주루는 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지만 2015년 데뷔 후 9시즌 통산 타율 2할5푼4리(2862타수 726안타) 31홈런 275타점 출루율 .303 장타율 .336 OPS .639로 타격 성적은 눈에 띄지 않았다. 3할 타율도, 두 자릿수 홈런도 기록한 시즌이 없다.
하지만 2017년 타율 2할8푼7리(286타수 82안타)를 치고, 2021년에는 6개의 홈런과 함께 OPS .694를 기록한 적도 있다. 타격이 멘도사 라인 수준으로 처지는 건 아니다. 아직 젊은 편이라 앞으로 발전할 여지도 있다. 심우준은 “김경문 감독님께ㅓ도 타격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셨다. 김민호 타격코치님과도 따로 얘기를 하면서 비시즌에 어떤 방향으로 연습할지 생각한 게 있다”고 말했다. 비시즌 운동도 예년보다 타격 비중을 늘려 내년 1월 스프링캠프를 준비한다.
심우준의 또 다른 가치는 튼튼한 몸이다. 상무에서 전역해 6월 시즌 중 복귀한 올해를 빼고 8시즌 평균 127경기를 뛰었다. 2021년 144경기 모두 출장하는 등 주전으로 올라선 2018년부터 5년간 평균 137경기를 소화하는 내구성을 자랑했다. 심우준은 “큰 부상이 아니면 몸이 조금 안 좋다 싶을 때 웨이트를 더 많이 하면서 고통을 더 주는 스타일이다. 웬만한 통증은 테이핑을 하면서 극복했다. 트레이닝 파트의 도움을 받아 꾸준하게 경기를 다 나가다 보니 이렇게 FA 계약도 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8일에는 같은 FA 이적생 엄상백과 함께 일본 미야자키로 날아가 한화 선수단과 첫 인사를 나눴다. 11월까지 계약상 KT 신분이라 정식으로 훈련을 함께하진 못했지만 한 발짝 떨어져 훈련을 지켜봤다. 심우준은 “앉아서 훈련을 보기만 하면 졸릴 만도 한데 하나도 안 졸렸다. 베테랑 선배님들도 수비 훈련 때 다이빙하는 것을 보고 바로 분위기를 알아차렸다”고 이야기했다.
주장 채은성, 안치홍, 이재원, 최재훈 등 고참 선수들과 식사 시간도 가지며 가까워졌다. 심우준은 “형들이 밥도 많이 사주시고, 다들 너무 좋으셨다”며 “상백이와 저한테 가을야구에 꼭 갈 수 있게 도와달라 하셨다. 형들도 다른 팀에서 다 가을야구 가고, 우승도 하셨는데 한화의 어린 친구들이 아직 그 맛을 모르는 것을 안타까워하셨다. 결국 가을야구를 가야 그 맛을 안다”고 강조했다.
심우준도 2014년 KT 창단 멤버로 밑에서부터 성장하는 과정을 직접 겪었다. 2021년에는 KT 창단 첫 통합 우승까지 경험했다. 한화에서도 다시 ‘우승 유격수’가 되는 게 꿈이다. 그는 “KT에 10년 있으면서 한 번도 개인 성적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무조건 팀이다. 팀 성적이 올라야 개인 성적도 오르고, 선수들도 좋게 부각될 수 있다. 우승이 당장 쉽진 않겠지만 한화에서도 우승 유격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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