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행동엔 이유가 있다'…학교-지역 합심해 위기학생 지원
낙인효과 우려에 부모 비협조 고충도…"법 제정으로 설득 근거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학생이 문제행동을 보여 상담해보니 가정 내 문제가 확인됐습니다. 학교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부모와 함께 상담을 가라고 권했지만, 자꾸 불참하네요. 상담 전문가가 내방 상담을 해보면 어떨까요?"
"상담 교사가 외부 기관에 함께 가줄 순 있지만, 그래도 부모가 함께 가줘야 한다는 걸 계속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서울 송파구 남천초 학생맞춤 통합지원팀인 '남천 온리원(Only One) 통합지원팀' 회의에선 부모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학생에 대한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학생맞춤 통합지원'은 학생의 교육 참여를 어렵게 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기관이 각기 운영 중인 학생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합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교육부는 2026년 학생맞춤 통합지원 전면 도입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선도학교를 선정해 운영 중이다.
남천초는 올해 학생맞춤 통합지원 선도학교로 선정됐다.
교장, 교감, 담당 부장교사, 상담교사, 지역사회교육전문가 등 5명으로 구성된 온리원팀은 학생들 심리검사부터 지역 내 청소년복지센터나 병원으로의 연계까지 정서적·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지원한다.
장영희 남천초 교장은 "코로나 기간 돌봄과 교육이 부재하다 보니 담임 교사의 교실 경영도 거의 붕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교사 역시 혼자 모든 상황을 떠안고 소진 상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맞춤 통합지원은 교사뿐만 아니라 학교와 지역사회가 학생을 함께 지원하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남천초에서는 전문가 참관 수업을 통해 지원 대상 학생을 발굴하고 심리검사를 한다. 이후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인근 지역기관, 병원과 연계한 뒤 전문가가 해당 학교에 내방하거나 학부모와 학생과 외부 기관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개선을 모색한다.
장영희 교장은 "몇번의 상담으로 학생이 완전히 좋아지긴 어렵다"면서도 "학교에서 학생을 위해 노력한다는 걸 학부모에게 알려줌으로써 학교와 학부모 간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8일 기자가 찾은 또 다른 선도학교인 서울 은평구 은빛초 역시 학생맞춤 통합지원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한 편'임을 인식시킬 수 있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선도학교 2년 차인 은빛초는 교장, 교감, 수업혁신팀장(부장교사), 상담교사, 지역사회교육전문가로 구성된 통합지원팀이 정기·수시로 만나 대상 학생의 현황을 공유하고 추가로 필요한 지원책을 논의한다.
현재 총 35명이 지원 중이며 올해 신규 지원자는 22명이다.
팀 관계자는 "학습이 느린 아이라고 추천받았는데 검사해보니 경계선 지능이어서 부모와 협의해 특수학급으로 보낸 사례도 있다"며 "학업이 부족한 이유가 심리적인 건지, 다른 요인에 의한 건지를 파악하고 맞춤 지원을 한다"고 설명했다.
장세웅 은빛초 교장은 "학생맞춤 통합지원은 오롯이 담임교사 혼자서 학생을 감당하고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니라 학교가 시스템적으로 학생의 문제를 파악해 같이 책임지기 때문에 교사들 사이에서도 평이 좋다"고 전했다.
정수연 서울시교육청 참여협력담당관은 "학교와 학부모 간 신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고민이 담긴 사업"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학생은 여러 사람이 함께 돕는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문제 학생'이라는 낙인효과를 걱정해 참여를 꺼리는 학부모의 동의를 구하는 것과 한정된 예산은 보완할 점으로 지적됐다.
지방자치단체와 유관 기관, 학교 간 협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도 필요하다고 현장 교원들은 말했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정부와 국회는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은 학생맞춤통합지원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학생이 학교와 학교 밖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습·복지·건강·진로·상담 등 통합적 지원을 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했다.
사업의 통합적·효율적 운영을 위해 지역 기관과 전문가가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관계기관에 필요한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다만 긴급한 경우 보호자 동의 없이 지원을 할 수 있는 '선지원 후통보' 조항은 논의 끝에 빠졌다.
장영희 교장은 "긴급상황에서 학부모 동의가 없어서 조치를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힘이 더 실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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