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풀리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유커 떠난 면세점, 붕괴 위기 [르포]

노유정 2024. 12.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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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오후 5시께 찾은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은 5명 이상의 단체 관광객을 찾기 힘들었다.

지난달 27일 오전 신세계면세점에서 만난 중국 국적 관광객 앨리스씨(38)는 "영어로 충분히 소통할 수 있고, 자유롭게 일정을 짤 수 있어 가이드를 이용한 단체관광의 필요를 못 느낀다"며 "명품 브랜드는 면세점이나 백화점에만 있으니까 여기 왔지만 다른 화장품들은 오후에 길거리 매장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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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은 여전히 중국 관광객에 의존
개별 여행객 노리거나 비면세 사업까지 확장
11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에서 소비자들이 화장품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25일 오후 5시께 찾은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은 5명 이상의 단체 관광객을 찾기 힘들었다. 대부분 관광객들은 한 두명씩 어울려 매장을 오갔다. 중국 단체 관광객에 의존해온 면세점업계에선 최근 개별 여행으로의 트렌드 변화와 중국 경기 악화로 산업이 붕괴 위기까지 처했다.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면세점 '빅4'는 동반 적자 경영에 빠지면서 비용절감 등 자구책을 짜내고 있지만 '언발의 오줌누기'라 점포 축소 등 사업구조 조정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中 단체 관광객 실종에 붕괴 위기

1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올 3·4분기 롯데면세점은 460억원, 신라면세점은 387억원, 신세계DF는 162억원, 현대면세점은 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면세점 이용객 수는 늘지 않아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은 602만명이었다. 2019년(2002만명)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업계에선 높은 매출을 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사라진 걸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했다. 단체로 면세점을 방문해 쇼핑 했던 과거와 달리 한국인들이 주로 찾는 로드숍을 체험하는 형태로 트렌드가 바뀐 탓이다. 지난달 27일 오전 신세계면세점에서 만난 중국 국적 관광객 앨리스씨(38)는 "영어로 충분히 소통할 수 있고, 자유롭게 일정을 짤 수 있어 가이드를 이용한 단체관광의 필요를 못 느낀다"며 "명품 브랜드는 면세점이나 백화점에만 있으니까 여기 왔지만 다른 화장품들은 오후에 길거리 매장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명동 거리에는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이 보였지만 신세계·롯데면세점엔 일부 중국인 외에는 외국인을 찾기 어려웠다. 중국 경기 악화도 면세점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A씨는 "친구가 살 것이 있다고 해서 면세점에 왔지만 나는 딱히 사고 싶은 것이 없어 기다리고 있다"며 "확실히 중국 경기가 안 좋아 주변에서 한국 여행을 많이 안 가는 추세"라고 했다.

온갖 자구책에도 사업구조 한계

장기 적자 경영에 직면한 면세점업계는 몸집 줄이기와 자금 조달이 한창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8월 희망퇴직을 시행했으며,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DF도 지난달 29일까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라면세점을 운영 중인 호텔신라는 올해 하반기 창사 이래 처음 1328억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개별 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한 전략 강화와 신사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신세계 면세점 관계자는 "케세이 항공사와 제휴해 신세계 면세점 구매 시 항공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도록 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동대문 패션 브랜드를 해외 바이어에 연계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일본에서 시범 운행 중이다. 최근 댄스스튜디오 '원밀리언'과 협업한 의류브랜드 '싱귤러'를 론칭해 의류사업도 직접 진출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런 노력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들이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인력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이 한창"이라면서도 "중국 경기가 나쁜 건 어쩔 도리가 없다"고 답답해 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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