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한 글자 더 넣는 게 뭐길래…재계, 상법개정 반대 총력전

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2024. 12. 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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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382조 3 "이사는 '회사를 위해'"…주주 빠져 있어
민주당·시민단체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까지 포함해야"
재계 "주주 간 이해관계 달라…경영위축 우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상의 주최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테스크포스(TF)-경제계 간담회에서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오기형 TF 단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을 당론으로 정하는등 강하게 밀어부치면서 상법 개정을 반대하는 경제단체, 재계가 방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맞서 상법개정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민주당도 잇단 토론회와 기자회견을 여는 등 '상법을 통과시키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간의 창과 방패 대결이 격렬하게 맞붙고 있다.  

민주당 포함시키려는 '주주 충실 의무'…대체 뭐길래?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이 지난달 21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에 참석해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한경협 제공

지난달 21일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 16곳의 사장단이 한국경제인협회와 함께 긴급 공동 성명을 낸 것이 일종의 도화선이 됐다.  한경협이 주요 기업들과 공동 성명을 낸 것은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시절인 지난 2015년 7월 이후 9년여 만이다. 이후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단체들이 연일 세미나와 관련 자료를 내놓으며 상법 개정 저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상법개정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민주당도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상법개정안을 놓고 재계와 간담회를 연데 이어 4일 '주주 충실 의무'가 포함된 상법 개정안을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연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상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까지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법 382조 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라고 돼 있다. 현재는 '회사의 이익'만 규정이 돼 있는데 민주당은 여기에 '주주'까지 포함하자는 것이다.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을 내리는 이사들에게 책임을 물리는 것과 동시의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일종의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제단체나 재계는 현재의 법으로도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대법원 판례는 상법 382조의 3을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지난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에서 2009년 대법원은 '기존 주주들 간의 문제일 뿐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후 다른 판결에서도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만 개별 주주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주주'들의 이익이 보호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줄곧 나왔다.

이런 배경 속에서 소액주주들은 물론 학계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상법개정을 통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위무'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회사 일방 결정에 소액주주 '무방비'

황진환 기자

민주당을 비롯한 시민단체 등은 최근 고려아연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철회,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을 비롯해 거슬러 올라가서는 LG화학의 물적분할과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의 과정에서 소액주주는 결정과정에서 배제된 채 대주주의 이익만 반영한 의사결정이 이뤄져 회사 가치는 훼손되고 주가가 떨어지는 등 소액주주의 피해가 크다는 주장이다.

여기다 최근 코리아디스카운트 등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후진적인 지배구조가 그 원인 중 하나로도 지목되면서 상법 개정안이 더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재계나 경제단체는 주주의 이익이 매우 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8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밸류업과 지배구조 규제의 최근 논의와 과제' 세미나에서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회사와 이사의 관계는 계약관계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이사와 주주간 위임관계는 성립하지 않고 회사와의 관계에서만 위임관계가 성립한다"며 "회사의 이익이라는 건 궁극적으로 주주의 이익과 이어진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주주간의 입장차가 제각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최승재 세종대 법대교수는 "주주간의 이익이 일치하면 회사와 주주의 이익이 다를 수 없지만, 주주간의 이해상충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가, 이사가 소수주주의 이익만 반영하면 다수주주, 지배주주는 어떻게 되는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문제가 되는 이해상충 사례들은 '이사 대 주주'가 아닌 '지배주주 대 일반주주'"라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인정해도 배당 등 단기주주 이익과 신사업 발굴 등 장기주주 이익이 상충할 때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상법개정안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지지가 왜 이렇게 높은 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충실의무 관련해 다수의 상법 개정안 발의 등 국회 논의가 본격화되는 지금, 도입찬반 논의도 의미 있지만 이러한 문제 제기가 많은 국내외 투자자의 지지를 얻는 이유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글로벌 증시 대비 우리나라 상황을 우려해 다양한 분석과 대안이 나오고 있는데, 기업이 IR·배당·주주총회 등에서 주주를 대하는 실무관행을 돌아보고 주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관점에서 충실의무 개정 논의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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