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보험, 핵심은 유지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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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결혼정보회사가 지난해말 '미혼남녀가 본 이상적 배우자상'을 발표했다.
낮은 유지율은 소비자에게 경제적 손실을 끼치고 부실 판매에 따른 해약은 보험에 대한 불신의 뿌리가 된다.
보험회사 경영자와 판매자는 유지율 지표를 성과 평가의 핵심 요소로 정해야 한다.
보험연구원의 2023년 보고서는 일본·대만·호주가 유지율 혁신을 위해 어떻게 판매자를 전문화하고 수수료 체계를 혁신했는지 잘 정리하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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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만족도 보여주는 지표
미국·일본 등보다 30%P 낮아
해지 사유 ‘부실판매’ 비중 높아
선진국 우수 사례 벤치마킹해
판매자 전문화·수수료 혁신을

한 결혼정보회사가 지난해말 ‘미혼남녀가 본 이상적 배우자상’을 발표했다. 키·소득·자산·나이·학력·직업에 대한 설문 결과가 제시됐다. 각 조건의 가중치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어떤 경우에는 자산 같은 한가지 조건이 다른 모든 조건을 압도하기도 한다.
이를 보험에 적용해보자. 복잡한 보험상품 선택에서 어떤 요인이 중요할까? 보험상품 공급자인 보험회사는 수요자인 소비자와 관점이 다르다. 보험회사 경영자는 임기가 2∼3년에 불과해 임기 연장과 보너스를 위한 상품별 성장성·수익성을 중시한다. 기간별로는 수입보험료가 얼마나 증가했느냐, 이익을 얼마나 창출했느냐에 관심이 크다. 보험을 판매하는 설계사도 보험회사와 큰 차이는 없다. 해당 상품 판매가 본인에게 얼마나 득이 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할 듯하다. 사실 보험회사와 설계사는 자신과 고객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고객을 우선시하기는 어렵다.
소비자는 본인에게 꼭 맞는 상품은 고사하고 어떤 보장이 필요한지 잘 모른다. 그래서 보험설계사를 통해 상품을 찾고 가입하게 된다. 결국 ‘이상적인 보험설계사’를 찾는 것이 이상적인 상품에 가입하는 지름길이다. 문제는 이상적인 설계사를 찾기가 더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상적인 보험상품과 보험설계사를 찾을 때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보장 범위, 이자율, 보험회사 신뢰도 등 다양하다. 그중 핵심 기준은 보험계약 유지율(이하 유지율)이라고 생각한다. 유지율은 보험 가입 후 만족도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회사·상품·설계사별로 집계가 가능하지만 매우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2023년 기준 25회차 생명보험 유지율은 60.7%로 미국·일본·홍콩·싱가포르·대만의 평균인 89.4%보다 거의 30%포인트 낮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낮은 유지율은 소비자에게 경제적 손실을 끼치고 부실 판매에 따른 해약은 보험에 대한 불신의 뿌리가 된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생명보험 해지 사유 중 부실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9%(부적합한 상품 42.4%, 연고 판매 6.4%)로 가장 높았다.
보험회사와 금융당국이 유지율을 관리하지만 형식에 치우쳐 유지율 개선은 답보 상태다. 어떻게 유지율을 혁신해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보험회사, 법인대리점(GA)과 설계사 모두 유지율 90%(37회차)를 비전으로 공표하고 이를 실천하는 경영혁신을 제안한다. 보험회사 경영자와 판매자는 유지율 지표를 성과 평가의 핵심 요소로 정해야 한다. 설계사도 소비자에게 보험상품을 제시할 때 본인 실적에 대한 유지율을 공지하는 절차를 도입하길 권고한다. 보험회사나 설계사는 구조적으로 유지율 같은 소비자 만족 지표를 우선순위에 두기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보험산업은 선진 사례를 잘 배우지만 유지율 혁신에 대한 벤치마킹은 부족하다. 보험연구원의 2023년 보고서는 일본·대만·호주가 유지율 혁신을 위해 어떻게 판매자를 전문화하고 수수료 체계를 혁신했는지 잘 정리하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
보험산업은 국가 경제와 같이 성장해 우리나라는 수입보험료 규모로 세계 7위가 됐다. 과거 많은 보험회사가 퇴출되는 위기도 있었지만 모든 보험계약을 100% 보장한 저력이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과도한 매출 경쟁을 정상화시켜 유지율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개혁을 구상하고 있다. 보험회사와 금융당국이 유지율 혁신에 집중하길 기대한다.
김헌수 순천향대 IT 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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