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협상 타결 무산…“시간 더 필요, 추후 협상 재개”

박태진 2024. 12. 2.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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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委 하루 넘겨 폐회
한국 정부 “쟁점 이견 좁히기 노력에도 성안 이르지 못해”
의장 “일부 문안 합의…소수 쟁점이 완전한 합의 막아”
‘플라스틱 생산 규제’ 등 합의 안 돼…내년 추가 협상회의 개최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협상이 시한인 1일까지 타결짓지 못한 채 내년에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5)가 열린 지난달 2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본회의장에서 개회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2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플라스틱 오염 대응 국제협약을 성안하기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일주일간의 협상 끝에 이날 종료됐다”고 밝혔다. 당초 회의는 1일 종료예정이었으나, 마지막까지 치열한 협상이 지속되면서 기한을 넘겨 2일 오전 3시에 종료됐다.

그러면서 “이번 협상회의에서는 의장단 및 분과회의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주요 협상 쟁점에 대한 국가들간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됐으나, 협약 성안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플라스틱의 생산 규제 여부, 제품과 우려화학물질 규제 방안, 재원 마련 방식 등에서 국가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는 게 한국 정부 측 설명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플라스틱 제품 디자인, 폐기물 관리, 협약의 이행과 효과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견 수렴이 이뤄지기도 했다.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은 부산에서 이뤄진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5차 중재안을 제안했으며, 회원국들은 이를 기반으로 2025년 추가 협상회의(INC-5.2)를 개최하고 협상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전날(1일) 오후 9시께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협상위를 이끈 발비디에소 의장은 “일부 문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고무적이지만, 소수의 쟁점이 완전한 합의를 이루는 것을 막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쟁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추후 5차 협상위를 재개해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전반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며 “우리의 일이 완료되기까지 한참 남았기에 공동의 목표를 향해 계속 협력하면서 실용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 수석대표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회의기간 중 INC 의장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 그리고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마이크로네시아 등 주요 참여국 수석대표와 면담을 통해 협약 타결을 위해 노력했다.

또한 폐회식 발언에서 지난 한 주 동안 활발한 논의와 생산적인 토론으로 기존에 70장이 넘는 협약 문안을 20여장으로 줄이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하고, 지금까지의 협상결과를 기반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플라스틱 오염 대응이라는 대의를 위해 각국이 협력과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조속히 협약을 성안할 것을 촉구했다.

조 장관은 전체회의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든다는 목표를 포기해선 안 된다”며 “우리는 (5차 협상위에서) 합의를 위한 강력한 기반을 구축했으며 이는 모두가 자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건강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플라스틱 오염이 종식된 세상을 만들자는 우리의 결의를 굳건히 유지하자”고 강조했다.

또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회의 기간 중 우루과이·프랑스·케냐·캐나다·노르웨이 수석대표와 각 조항별로 신속한 진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만찬 회의를 개최하고, 논의 결과를 INC 의장과 유엔환경계획에 전달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르완다·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면담을 갖고, 양측의 입장을 타협하기 위해 설득했다.

비록 INC-5에서 협약이 성안되지는 못했지만, 회의 참석자들은 개최국인 우리나라가 협상과정에서 협상 타결을 촉진하기 위해 보여준 리더십과 함께 철저하고 세심한 회의 준비와 환대에 사의를 표했다. INC-5 기간 동안 우리 정부는 부산시와 함께 다양한 부대행사를 개최해 세계은행(World Bank),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및 산업계, 연구기관 등과 순환경제 정책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혁신과 국제협력 강화 여건 조성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INC-5에는 전 세계 178개국 유엔회원국 정부대표단과 31개 국제기구, 산업계·시민단체·학계 등 이해관계자, 부산시 관계자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태열 장관과 김완섭 장관을 각각 수석 대표 및 교체 수석대표로 하고, 외교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이 참석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외교부·환경부·해수부·산업부가 성안을 위해 원팀을 이뤄 끝까지 성안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향후 이어질 추가 협상회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통해 국제사회의 플라스틱 오염 종식 노력이 진전될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국제사회는 재작년 3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마련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5차례 협상위를 열어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개막한 5차 협상위 첫날 발비디에소 의장이 협상위에 앞서 제시한 3차 제안문을 협상의 기초로 삼기로 예상보다 빠르게 합의되면서 최소 ‘선언적 협약’이라도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으나 결국 무산됐다.

‘플라스틱 또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 생산 규제’와 ‘유해 플라스틱·화학물질 퇴출’, ‘협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등이 쟁점이었고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인 중국이 예상보다 전향적 입장을 보인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극구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협약에 생산 규제 조항을 포함하는 것을 ‘레드라인’(한계선)으로 규정하고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러시아는 모든 국가가 수용할 수 있는 조항에 집중하자는 논리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박태진 (tjpar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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