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년 제재에도… 화웨이 3단 폴더블폰, AP·카메라·화면 다 중국산
중국 화웨이는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두 번 접히는 폴더블폰 ‘메이트XT’를 출시했다. 2018년 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처음 선보인 폴더블폰 ‘플렉스파이’에는 미국 퀄컴의 반도체와 한국 업체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해외 기술을 짜깁기한 수준이었다. 이번엔 어떨까? 중국에서도 품귀 현상을 보인다는 ‘메이트XT’를 들여와 용산 전자상가에서 직접 분해해 봤다.
뜯어 보니 AP칩(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칩)과 디스플레이, 카메라, 통신칩,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이 대부분 중국산이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화웨이는 2019년까지도 삼성디스플레이(화면), TSMC(AP 제조), 구글(운영 체제) 등 외국 기업에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의존했다. 그해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거래 금지 리스트’(블랙 리스트)에 올리며 제재에 들어가자, 화웨이는 불과 5년 만에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자국산으로 바꾼 것이다.
◇화웨이, 美제재 5년 만에 기술 자립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AP칩 ‘기린9010’은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했다. 제조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 제조) 업체인 SMIC가 담당했다. 놀라운 점은 이 칩이 7나노(10억분의 1)미터 공정으로 제조됐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 제재로 7나노 이하 첨단 칩을 생산할 때 사용하는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수입할 수 없다. SMIC는 구형 장비로 레이저를 여러 번 쏘이는 ‘이가 없으면 잇몸’ 전략으로 7나노 공정 칩을 생산해낸 것이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의 제재 기간 동안 축적한 제조 공정 기술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완전히 펼치면 10.2인치에 달하는 폴더블 화면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가 공급했다. 화면은 폴더블 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접기 위해 필름처럼 얇은 두께로 만들면서도 수십만 번을 펼쳐도 파손되지 않는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
중국 BOE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본 기업들의 브라운관 모니터를 하도급 제조하던 곳이었다. 2002년 부도난 현대전자의 LCD 부문인 하이디스를 인수, 한국의 LCD 기술과 제조 역량을 흡수하며 급성장했다. 이후 LCD 패널 세계 1위에 올랐고, 2010년대 후반부터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폴더블 화면 등 첨단 디스플레이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지금은 자국산 스마트폰은 물론 애플 아이폰에도 OLED 납품을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삼성·LG가 애플에 독점 공급해오던 부품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점유율도 2021년 7.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1.8%까지 끌어올렸다(옴디아). 그동안 1위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89.7%에서 67.8%로 하락했다.
◇카메라·배터리·통신칩도 모두 중국산
카메라 모듈과 배터리, 통신칩도 중국산이었다. 단순히 외국 제품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기술마저 세계 수준으로 올라온 부품이 적지 않았다. 메이트XT에는 뒷면에 카메라 렌즈 3개가 탑재됐다. 5.5배 망원 줌이 되는 1200만화소 렌즈 등은 모두 중국 업체인 서니옵티컬과 오필름이 만들었다. 서니옵티컬은 애플 공급 비율을 늘려가며 국내 업체들을 위협하는 곳이다.
국산 폴더블폰 배터리 용량(4400mAh)보다 1.2배 더 큰 배터리(5600mAh)는 홍콩 배터리 업체 ATL이 중국 광둥성 공장에서 만들었다. ATL은 중국 업체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애플에도 배터리를 공급한다. 화웨이 폰에 탑재된 배터리는 두께 1.9mm에 불과하다. 화웨이는 “실리콘 음극재 기술이 탑재돼 얇으면서도 오래간다”고 했다. 실리콘 음극재 방식은 기존 음극재(흑연)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같은 용량의 배터리를 더 얇게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안정성 논란 때문에 아직 삼성전자와 애플 등은 도입하지 않고 있다.
부품 가운데 D램, 낸드(저장 장치) 등 메모리 반도체는 제조사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겉면에 제조사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중국에도 CXMT, YMTC 같은 메모리 업체가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성능 때문에 외국산 메모리를 수입했을 가능성은 있다”며 “다만 현재 기술 수준을 볼 때 이르면 1~2년 안에 메모리도 완전 자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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