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음식 얽힌 이야기 수집·기록 스토리텔링 입혀야”

유주현 2024. 12.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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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향토음식문화 무형유산화 학술 포럼

정선군과 강원도민일보 주최로 열린 정선 향토음식문화 무형유산화를 위한 학술 심포지엄이 지난 27일 정선농협 한우타운 연회장에서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은 음식 전승 주체의 전승 의지와 함께 음식 기술, 지자체 지원, 지역 향토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향토음식문화 무형유산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정선 향토음식문화 세계화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여러 얽힌 이야기를 수집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 내용을 싣는다.

▲ 정선군과 강원도민일보는 지난 27일 정선농협 한우타운 연회장에서 향토음식문화 무형유산화를 위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주제발표1. 지역음식의 활성화와 브랜드강화 사례 

“군·강원랜드 연계 수리취떡 활성화 방안 마련” 

엄정웅 한식진흥원 미식콘텐츠팀 대리

2023년 외국인이 가장 먹고 싶은 한식 간편식 메뉴로 비빔밥이 차지했다. 비빔밥은 세계인의 웰빙추구 트렌드에 따른 영양학적 균형적인 식품, 독립적인 한 끼 음식, 국가 차원의 전략적 홍보, 한류 붐과 함께 전 세계적인 음식으로 부상했다. 전라북도는 지난 2008년 재료의 고급화, 조리법과 용기의 고급화, 향토음식화를 통해 비빔밥을 시도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전주시는 비빔밥의 맛을 유지보존, 관광상품화를 위한 상표 개발 및 특허출원, 지역의 식품업체와 계약해 편의점과 슈퍼마켓, 항공기내식 제품 생산, 해외시장 공략, 전주비빔밥 표준 조리법 마련, 전주비빔밥 연구센터 설립 등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농식품부도 국가 차원의 대외적 홍보를 통해 한식 세계화에 앞장섰다. 횡성 안흥찐빵의 브랜드화 과정을 보면 1990년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찐빵가게가 급속히 늘어나 ‘안흥찐빵’이라는 브랜드와 찐빵마을이 형성됐다. 안흥찐빵은 마을협의체가 구성돼 손으로 빚고 국산팥을 사용하는 업소만이 참여하고 있다. 횡성군은 2015년 안흥찐빵산업 육성 조례 제정을 통해 2016년 군수품질 인증제 추진, 안흥찐빵 팥 자급화를 추진하며 브랜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음식 활성화는 내부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외부 상황과 국가에서도 도와주고 상품도 잘 팔리고 지자체에서도 예산 지원해 주는 등 외부의 지원도 중요하다. 정선군은 강원랜드와 연계해 수리취떡을 지역음식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쑥과 수리취는 재액을 없애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수리취떡은 예전엔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을 사용해 만들어 차륜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수리취떡의 수레바퀴처럼 재액을 없애고, 잘 굴러가고 복도 많이 온다는 문화적 의미를 어필하면 좋을 것이다. 정선은 수리취떡 원료 가공공장이 설립되어 있고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출원, 수리취떡 브랜드 확보 등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주제발표2. 정선 산촌음식문화 무형유산화 방안 
“산촌음식 문화적 정체성·감수성 중요” 

이영주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선군 북평면은 전통농업과 산촌문화를 아우르는 농업 주산지로 304가지 다양한 산촌 토속음식을 보유하고 있다. 많은 음식을 만들고 맛집을 만들고 축제를 만들어서 많은 소비가 일어나게끔 지역에서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데까지는 열심히 노력했다. 이젠 음식으로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음식이 지역문화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문화유산이 되기 위해서는 산업적 관점에서 지역에서도 많이 판매되고 재료를 갖고 가공도 많이 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지역 플레이어가 많아야 한다. 외국인들은 어느 지역의 음식이라고 따지기보단 강원도 내지 한국의 어떤 산촌 음식의 특성이 뭐냐라고 접근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인류의 보편적인 관심사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음식문화를 바라볼 때 중요한 인자다. 음식문화를 어느 방향으로 공론화 하느냐가 중요한데, 정선은 아리랑이라고 하는 무형유산이 있어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정선의 산촌음식은 문화라는 측면으로 접근하려면 지역문화로서의 정체성이 있어야 하고, 산업적으로 지역 안에서 같이 잘 돌아갈 수 있을때 보편적인 관심사를 확보할 수 있다. 한식이 지역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만큼 미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선의 산촌음식을 무형유산화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정체성이 중요하다. 음식의 재료,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의미를 담아내야 한다. 또한 산촌음식을 먹으면서 정선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줬고, 산촌음식을 먹으면서 정선사람들은 어떤 교류를 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문화적인 감수성도 포함돼야 한다.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산촌음식 문화라는 걸로 규정할 수 있는 것들을 지역내외 여러 향토 사학자나 인문학자들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정선 산촌음식을 먹어보고 음식문화라는 걸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어디 있는지, 어디서 먹을 수 있고 어디서 그런 것을 경험할 수 있는지 공간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체험기반의 관광상권 인지도 확보와 지역음식에 얽힌 문화 콘텐츠 발굴 등을 확보해야 한다.

종합토론
“미래세대 타깃 음식문화 창출 유연한 변화 적응 필요” 

음식 유례·전통방식 기술 유지 발전
정신적 문화유산 포함 K-디저트 개발
지역 내 전통방식 토속음식 접할 공간 고찰
언론·다양한 매체 협력 등 마케팅 필수

◇좌장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토론△최원희 정선문화원 사무국장△정상열 송곡대 호텔조리서비스과 교수△이학주 한국문화스토리텔링연구원장△김민희 정선 아리부엌양조 대표

△최원희=“정선의 산촌음식은 대부분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 계절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었다. 산촌음식의 주 재료는 감자, 옥수수, 수수, 도토리로, 강원도 남부 산간 지역 주민들의 식재료였다. 칼국수를 예전에 정선에선 과수기라고 불렀다. 어렸을 적 먹었던 과수기는 콩가루와 밀가루로 섞어서 된장이든 고추장 국물로 만들어 먹었는데, 요즘은 그렇게 만드는 칼국숫집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 과정으로 맛을 내서 하는 칼국숫집이 있다면 전통적인 과수기라고 해서 스토리텔링으로 우리 어머니가 옛날부터 해 주던 그런 맛 있는 과수기집이라고 이름을 지어서 붙이면 그 집에 한 번 더 가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집집마다 장날이 되면 메밀 부치기를 파는데 어렸을 때는 고춧가루가 있는 묵은지로 메밀 부치기를 해 먹었지 지금 처럼 백김치를 넣어 먹은 적은 없다. 전통적인 음식은 유지하되 음식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하면 음식 무형문화의 가치가 제고될 것이다. 정선에 많은 향토음식이 있는데 대표적인 음식을 선택해서 음식의 유례와 전통방식의 기술 등을 유지 발전시켜 무형유산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상열=“기존의 정선 향토음식은 계승 발전시켜 나가면서 다문화 시대, MZ세대 그리고 국내외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메뉴를 추가한다면 전국 수준의 대표 음식으로 각광받을 것이다. 토속음식에 한식디저트를 베이커리와 접목해서 새로운 아이템의 정선 고유 K-디저트를 개발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경기도 양주에 가면 부지깽이 막국수, 춘천 감자빵처럼 정선도 옥수수 빵이나 K-디저트를 개발하면 된다. 음식문화 무형유산은 단순하게 음식만 잘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정선은 음식에 스토리텔링을 입혀야 한다. 서울의 설렁탕, 경기도의 여러 음식은 하나같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음식 하나에도 정신적인 문화유산을 포함해야 한다. 음식을 개발할 때 무조건 스토리텔링과 함께 마케팅이 필수적이다. 서울이나 경기도 등 수도권하고 연합하지 않으면 절대로 음식 홍보가 안 된다. 수도권 대학들하고도 손을 같이 잡고 홍보해야 한다. MZ 세대들은 제일 첫 정보망이다. MZ세대들이 카페를 장악했는데, 빠져 나가면서 중장년층이 들어온다. 정보화의 싸움에서 MZ세대들을 무시할 수 없다. 다양한 매체와 언론 플레이를 통해 정선 음식이 세계적인 음식으로 쭉쭉 뻗어 나갔으면 한다.”

△이학주=“정선의 산촌음식문화를 무형유산화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국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가능성이 있다면 미리 지정해야 한다. 우선 무형유산을 지정하고 그러면 자부심이 생기고 더 발전하게 되면서 빨리 진행될 수 있다. 가장 정선적인 음식이 세계화의 지름길이다. 정선 음식의 고유성과 상품화의 문제다. 토속음식의 고유성도 더 나은 방향으로 적절히 가미해 줄 필요가 있다. 전주비빔밥의 고급화처럼 고유 음식을 색다른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급화한다고 해서 서민 음식인 비빔밥을 비싸게 판매하면 사람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곤드레밥은 나물밥이라는 특성이 있어 섣불리 고급화해서는 안되고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이와함께 음식문화에 이야기를 입혀야 한다. 사람들은 색깔과 이야기가 담긴 음식을 좋아한다. 마이클 잭슨과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에 얽힌 비빔밥 이야기, 부시 미국 대통령의 횡성한우 ‘부시 알 등심’이야기가 있다. 정선 음식에도 여러 얽힌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찾아 기록하고 만들지 않았다. 정선 음식의 세계화는 얽힌 이야기 수집과 정리부터 해야 한다.”

△김민희=“향토음식문화의 무형유산화는 미래 세대와 함께해야 한다. 정선의 토속음식이 304가지인데, 현장에서 만들면서 복원해 보고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서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자는 차원에서 맛 연구회를 설립했다. 그동안 아리랑제 등 지역 축제에서 토속음식을 많이 알려왔는데,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올챙묵, 올챙이국수를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올챙묵이나 올챙이국수가 가지고 있는 시대적 이야기들, 왜 이걸 만들어 먹었을까라는 이야기를 안다면 음식을 새롭게 재인식하고 다르게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김천에서 김밥축제가 열렸는데, MZ세대에게 ‘김천’하면 뭐가 떠오르냐고 질문했더니 ‘김밥천국’이 생각난다고 해서 역발상으로 김밥축제를 열었다고 한다. 요즘 관광 트렌드는 MZ세대들이 주도하고 있다. 얼마 전 정선아리랑문화재단과 함께 지역의 식재료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핑거푸드를 개발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시식코너를 운영했는데, 많은 분들이 어디서 사 먹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쇄도했다. 지역 내에 전통방식으로 토속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등에 대해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서 음식들의 변화가 많은 만큼 아카이빙하려고 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천남수=“땟거리 음식은 산촌음식의 특징으로 먹고 살기 위해서 먹었다고는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서사다. 우리한테는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되기 때문이다. 음식의 타깃은 미래 세대다. 김천은 김하고 전혀 관계가 없는 동네인데 김밥천국의 약자가 김천이다보니 김밥축제로 대박났다. 산촌음식에 스토리텔링으로 무엇을 입히고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바로 정선의 경쟁력 있는 음식 문화를 창출하는 길이다. 전통은 지키되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정리/유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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