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검찰·감사원 특활비 전액 깎은 野, 국회 몫은 유지
‘대왕고래’ 시추 예산도 98% 깎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단독 의결로 처리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회 특활비 9억8000만원과 특정 업무 경비(특경비) 185억원은 전액 유지된 것으로 1일 나타났다. 민주당은 대통령실·검찰·감사원 등의 특활비·특경비는 전액 삭감하면서 ‘제 밥그릇’은 지킨 것이다. 국회 특활비는 산하 기관 지원, 의원 해외 출장 등에 사용된다. 특경비 역시 입법 지원 명목으로 의원들 몫으로 할당되는 돈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권력 기관 특활비 삭감 움직임에 응수하며 “국회 특활비도 전액 삭감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감액한 예산으로 인해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 사업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이달 중 첫 탐사 시추를 앞둔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은 비상이 걸렸다. 당초 여야 합의로 소관 상임위에서 456억원대 예산이 통과됐지만, 민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를 뒤집고 8억원으로 삭감했기 때문이다. 종전보다 관련 예산이 98.2%(448억원)나 깎인 셈이다.
내년에 이 사업에 투입될 예산 1000억원을 정부와 석유공사가 분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예산 삭감으로 정부 몫이었던 예산이 대부분 날아가면서,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자본 잠식 상태인 한국석유공사가 자체 예산으로만 1000억원의 시추 비용을 홀로 감당할 처지에 놓였다. 이달 중 석유공사는 동해 영일만 인근의 ‘대왕고래’ 유망구조(석유·가스 등 자원 매장 가능성이 큰 지층 구조)에서 탐사 시추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했다.
내년도 예비비가 4조8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삭감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위기 비상금’ 성격의 예산인 예비비는 국회가 총액만 승인하면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재해·재난, 농산물 가격 폭등 등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사용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예비비가 절반이나 날아가면 비상시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폭설 피해 현장을 찾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민주당의 재해 대책 예비비 삭감은 이재민에게 행패 부리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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