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파냐” “네 탓이다”…예산 파국 싸움만 벌이는 여야,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전형민 기자(bromin@mk.co.kr),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우제윤 기자(jywoo@mk.co.kr) 2024. 12. 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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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野, 2일 감액예산안·부수법안 본회의 처리 강행
野 “지역화폐 증액 불발 등
감액 사태는 정부·여당 탓”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반대
與 “예산 심사권 도구로 삼아
철회·사과해야 협상도 가능”
예산안 막판 증액 타협 촉각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기자간담회에서 “감액 예산안을 2일 본회의에 상정할 것”이라며 “필요시 여당과 예산안 추가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호영 기자]
여야가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을 하루 앞둔 1일 서로를 향해 예산 협상 파행의 책임을 미루며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마주 앉아 해법을 모색할 마지막 시간까지 허공에 날리면서 결국 새해 예산안은 ‘깎기만 하고 늘리지는 못한 상태’로 2일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헌법상 국회가 정부 동의 없이 증액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히자 대통령실과 검찰 등 권력기관 예산을 깎는 것으로 사실상 분풀이를 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재명표’ 사업으로 불리는 지역화폐 예산을 늘려주기보다는 차라리 예산 삭감을 감내하기로 했다. 여당도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가능성을 의식해 비굴한 협상보다는 정치적 명분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4조1000억원을 감액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대통령실, 검찰, 감사원, 경찰청 등의 특수활동비(특활비)가 전액 삭감됐다. 정부가 4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해서 국회로 보낸 예비비는 2조4000억원으로 절반 감액됐다. 특활비는 일종의 ‘쌈짓돈’이나 ‘비상금’으로 볼 수 있다. 이를 깎는다는 것은 권력기관의 손발을 묶는다는 의미가 된다. 예비비 역시 용처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야당에는 비슷한 효과가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초부자 감세 예산’ ‘미래 포기 예산’으로 규정했다. 그는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를 저지하고 권력기관 특활비·특정업무경비(특경비) 같은 불요불급한 사업과 부실한 예산은 대폭 삭감한다는 대원칙 아래 예산 심사를 이어왔다”고 했다. 이어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유지, RE100 대응과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인공지능(AI)·반도체 투자와 중소기업 지원, 아동수당 확대 등 저출생 대응 사업 확대, 국민 안전 사업 투자 확대 등 6대 미래·민생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했지만 여당과의 합의가 불발되고 기획재정부가 증액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책임을 정부에 미뤘다.

박 원내대표는 ‘이재명 방탄 예산’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대통령실 특활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정이 마비되지도 않고, 검찰 특활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민이 피해를 보지도 않는다. 예비비와 특활비를 삭감한 것은 잘못된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만약 정부가 전혀 이 부분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미니멈(최소한) 4조1000억원 감액’으로 처리될 것이고, 만약 24시간 내 추가로 불필요한 예산이 더 있다면 반영해서 더 많은 감액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사전 지정해 2일 본회의에 함께 오르게 되는 35건의 예산부수법안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정부가 발의한 법안이 13개인데 이 중 여야 간 쟁점이 없는 8개 법안에 대해서는 내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5개 법안에 대해서는 “처리 방향에 대해 추가 논의해 결정하겠다”며 “부결할 법안도 있다. 상속·증여세 법안은 부결할 생각”이라고 못 박았다. 배당소득 분리 과세와 관련해서도 “초부자 감세의 완결판”이라고 잘라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날치기를 철회하지 않으면 추가 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김호영 기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증액 없는 감액’ 강행에 대해 ‘막가파식 행패’라고 비난하는 한편 민주당이 감액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 아버지’ 이재명 대표의 지시에 따른 날치기 통과로 헌정 사상 유례없는 막가파식 행패”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는 “재난재해 대비 예산, 민생·치안 예산 등을 무차별 삭감하는 행태는 예산 심사권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정부·여당을 겁박하는 예산 폭거이자 의회 폭력”이라며 “야당의 일방적인 예산 감액으로 민생 고통과 치안 공백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재난재해에 대한 적기 대응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이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추 원내대표는 추가 협상을 위한 선행 조건으로 민주당 측에 ‘사과’와 ‘예산안 철회’를 제시했다. 그는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예산안에 대한 그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만일 민주당이 다수의 위력으로 예결위 강행 처리 후 이를 지렛대 삼아 야당의 무리한 예산 증액 요구 수용을 겁박할 의도라면 그런 꼼수는 아예 접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부 운영의 책임을 진 여당이 야당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이면에는 여론 방향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 민주당의 법안 독주에 이어 예산까지 마음대로 결정한다는 프레임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민주당 의원들도 지역 사업 예산 증액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일부 비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은 16조원 이상 증액을 요구해 왔다”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식으로 난감해하는 분들이 꽤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의원들에게 예산은 생명줄”이라며 “다리 하나를 놓으려고 해도 예산 편성부터 용역 발주,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거쳐 4년 차에야 첫 삽을 뜬다. 올해부터 예산을 받는 게 중요한데 그 기회를 발로 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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