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14년 숙원' 남북고속철도 건설 확정… 94조 원 투자 승인

현재 편도 35시간→5시간으로 줄어들게 돼
한국, 민관 협력 '팀 코리아'로 수주 뛰어들 듯

30일 베트남 하노이의 기차역에서 일반 열차가 출발하고 있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베트남이 수도 하노이와 경제 중심지 호찌민을 연결하는 남북 고속철도 건설을 확정했다. 베트남의 ‘국토 대동맥’이 될 94조 원 규모 초대형 인프라 사업이다. 한국도 민관이 손잡고 사업 수주를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베트남 언론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베트남 국회는 전날 670억 달러(약 93조6,000억 원)가량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정부 고속철도 투자 계획을 승인했다. 북부 하노이와 남부 최대 도시 호찌민을 잇는 1,542㎞ 길이의 노선으로, 베트남 20개 성·시를 지나게 된다. 최대 속도는 시속 350㎞로 예상된다. 2027년 착공해 2035년까지 공사를 마칠 방침이다.

국토가 남북으로 긴 베트남에서 고속철도는 주요 도시 간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해 주는 숙원 사업이었다. 현재 하노이와 호찌민을 잇는 기차를 타면 약 34시간이 소요되지만, 고속철도 연결 땐 약 5시간으로 대폭 줄어든다.

철로를 따라 유통과 경제, 관광 산업도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남북 고속철도는 국가 발전에 특별히 중요한 사업”이라며 “지역 간 연결성과 경제 경쟁력을 높이며 국방과 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남북 고속철도 노선도. 한국 국가철도공단 제공

베트남 정부는 2010년에도 고속철도 사업을 추진했으나,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약 560억 달러)이 들 것으로 예상돼 국회에서 부결됐다. 이후 베트남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14년 만에 사업 첫발을 떼게 된 셈이다.

사업 공식화와 함께, 고속철도 보유 국가들 간 수주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국도 국토교통부 등 국내 기관과 기업이 참여하는 ‘팀 코리아’ 형태로 뛰어들 방침이다. 지난달 24일 베트남 흥옌성에 위치한 ‘한국형 산업단지’ 조성 기념행사에서 본보와 만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내년 초 베트남 측에 한국 고속철도 기술을 보여주는 자리를 만드는 등 사업 수주를 위한 팀을 짜서 움직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사업 수주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 고속철은 기술 독립이 돼 있고, 옛날에는 금융 지원이 약했지만 이제 국내 은행들도 해외에 투자할 능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와 고속철도 사업을 두고) 경쟁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 정도로 보인다”며 “(베트남이) 중국에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주는 것은 미국에 안 좋은 시그널(신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한국이 유리한 입장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