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포상식 대신 농구장에 떴다' 선수도, 협회·대표팀도 아쉬웠던 간극

밀양=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24. 12. 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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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11월 30일 삼성생명과 BNK의 여자프로농구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 KBS N 스포츠 화면 캡처


대한배드민턴협회의 2024 파리올림픽 포상식이 열린 11월 30일 경남 밀양 아리나 호텔. 지난 8월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단이 총 3억 원의 상금을 받았다. 지난해 1억2000만 원보다 2배 이상 증액됐다.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에게 1억 원, 혼합 복식 은메달을 수확한 김원호(이상 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에게 각각 5000만 원의 포상금이 책정됐다. 김학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값진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다만 이날은 정나은만 포상식에 참석했다. 김원호는 병역 혜택에 따른 군사 훈련을 받느라 참석할 수 없었다. 안세영은 부상 치료 재활과 가족 모임 행사로 불참했다. 대신 김원호의 어머니인 삼성생명 길영아 감독이 협회 김택규 회장으로부터 대신 상패를 수령했다.

협회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김원호야 오는 5일 퇴소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안세영은 일정을 조율하면 참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한국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을 따낸 주인공이 빠진 포상식이었다.

이런 가운데 포상식 뒤 김 회장과 각 시도 협회장 등이 모인 자리에서 안세영이 다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낸 영상이 화두에 올랐다.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과 부산 BNK의 경기가 열린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이었다.

물론 안세영은 삼성생명 소속인 만큼 같은 스포츠단의 농구 경기를 관전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구단의 초청을 받아 지난 1일 경기 전 시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협회 주최 포상식이 열리고 안세영은 행사의 주인공 격이었다. 시도 협회장들은 "협회가 어렵게 1억 원이라는 큰 상금을 마련했는데 참석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세영이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경기에 앞서 셔틀콕으로 시투하는 모습. 연합뉴스

다른 한편으로는 안세영이 협회에 어떤 메시지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한 협회장은 "가족 모임이라고 했는데 공개적인 장소에 갔다는 것은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협회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안세영이 일부러 포상식에 불참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 측 관계자는 "안세영이 포상식 일정이 잡히기 전에 농구 경기 티켓을 예매해 간다고 하더라"면서 "남동생과 함께 관전했다"고 전했다. 안세영의 1살 터울 동생은 안윤성으로 누나와 같은 배드민턴 선수로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 삼성생명 농구단 관계자도 "안세영이 온 줄 몰랐다"면서 "티켓을 준다고 해도 구매해서 관전한다"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안세영이 주변 권유와 협회의 간곡한 요청에도 포상식에 불참한 것은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안세영은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직후 현장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협회와 대표팀 운영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당한 부상 등 컨디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이후 인터뷰에서는 개인 후원과 트레이너 등을 허용해 달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이후 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사무 검사를 받았고, 불합리한 규정 등에 대한 개선 명령을 받았다. 협회는 이에 지난달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대표 선수들과 면담을 통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일부 부조리한 국가대표 운영 지침을 개정했다"면서 "용품 후원사와는 계약 조항 변경을 위해 3차례의 회의를 진행하며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로 새 규정이 적용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안세영은 또 코칭스태프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달 덴마크 오픈에서 경기 중 김 감독과 성지현 코치의 지시를 거의 듣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만 중국 마스터스에서는 인도네시아 출신 로니 아구스티누스 단식 전담 코치, 성 코치와는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포상식 불참으로 안세영과 현 코치진 사이에 완전히 관계가 회복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날 김 감독은 "나부터 기다리겠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서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 코칭스태프 체제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남자 복식·여자 복식), 동메달 3개(여자 복식·혼합 복식)를 이끌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안세영의 여자 단식과 서승재(삼성생명)의 남자 복식, 혼합 복식 등 금메달 3개를 수확해냈다. 성과만 보면 재계약에 대한 가능성이 높다.

김학균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오른쪽)이 11월 30일 파리올림픽 포상식에서 김택규 협회장으로부터 상금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대표팀 분위기를 감안하면 약간 얘기가 달라진다. 안세영은 지난 2월 협회에 제출한 건의서를 통해 대표팀 내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후배에 대한 청소, 빨래는 물론 외출, 외박 등에 대한 철저한 보고 등이다. 안세영이 6개월이 지난 파리올림픽 직후 폭탄 발언을 쏟아낸 점을 감안하면 완전히 대표팀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 감독도 이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 협회 관계자는 "대표 선수들과 면담에서 김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면서 "재계약이 될지, 원점에서 지도자를 공개 모집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김 감독은 지금까지 공로에 대한 인정을 받아 다시 대표팀을 이끌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 이날 김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지 11개월 만에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또 10개월 만에 올림픽을 소화해야 했다"면서 "그러다 보니 유리한 대진표를 받기 위한 랭킹 포인트 때문에 너무 빡빡하게 일정을 진행한 면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다시 대표팀을 맡는다면 내년에는 메이저 대회가 없는 만큼 여유 있게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협회 주최 포상식 대신 농구장에 간 안세영. 경남 밀양과 경기도 용인의 거리만큼 아직 대표팀, 협회와 안세영도 좁혀야 할 간극이 아직 남아 있는 모양새다.

밀양=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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