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태균, 윤 부부 ‘이웃사촌’ 함성득 교수 거쳐 김건희 만나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2021년 6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 핵심인물인 명태균씨에 대해 “김종인과 이준석 둘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추천을 받고, 평소 친분이 있는 함성득 경기대 교수에게 명씨를 만나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함 교수는 명씨를 만나고 이틀 뒤 윤 대통령 부부의 요청으로 윤 대통령 부부에게 명씨를 안내해줬다.
명태균씨 변호인은 1일 “명태균씨가 검찰에 진술한 내용”이라며 윤 대통령 부부를 만난 과정에 대한 명씨의 주장을 전했다.
변호인 설명을 정리하면, 명태균씨는 4선 중진이던 김영선 전 의원의 중앙 정계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이를 통해 2021년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 눈에 들었다. 명씨가 ‘김종인 옆에 있는 젊은 친구’로 알려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원자인 김한정씨가 접근했다. 김씨는 명씨가 실소유주인 미래한국연구소에 3300만원을 주고 오 시장을 위한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람이다.
2021년 4월7일 오 시장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이기자, 이준석 의원이 김영선 전 의원에게 전화해 명씨 전화번호를 묻고 연락했다. 그리고 이 의원은 2021년 6월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그러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 “2021년 5월9일 김영선 의원이 먼저 만나자고 해서 ‘명태균이 대단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뒤 5월24일 명씨가 제가 있는 대구로 찾아왔다”며, 명씨와는 전혀 다르게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모두와 친분이 있는 김영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 대통령 부부에게 명태균씨에 대해 “김종인과 이준석 둘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추천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함성득 교수에게 “명태균이 어떤 사람인지 한번 만나보라”고 말했다. 함 교수는 윤 대통령 부부와 같은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살면서,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태균씨와 함성득 교수의 만남은 2021년 6월16일 서울 조선호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면서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김영선 전 의원과 조은희 국민의힘 국회의원(당시 서울 서초구청장)도 참석했다.
조은희 의원은 “함성득 교수가 김영선 전 의원을 만나고 싶다 해서 내가 마련한 자리였다. 김 전 의원이 명태균씨와 함께 참석한다고 해서, 나까지 4명 자리를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2020년 12월 김 전 의원을 10분 정도 만난 일이 있는데, 그때 김 전 의원과 함께 있는 명태균씨와 처음 인사했다”며 “명씨와는 단지 아는 사이일 뿐인데, 김 전 의원과 명씨는 실과 바늘처럼 항상 함께 다녔기 때문에 식사 자리에 명씨가 김 전 의원과 함께 참석하는 것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함성득 교수는 “김 전 의원과 조 의원 모두 대통령 부부에게 명태균씨를 추천했던 것으로 안다”며, 조은희 의원과는 다르게 설명했다. 명태균씨 변호인도 “사실인지는 모르겠는데, 명씨는 ‘김건희 여사가 함성득 교수와 조은희 의원에게 나를 검증해보라고 해서 만들어진 자리였는데, 당시는 그 사실을 몰랐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어쨌든 식사 자리에서 명태균씨는 ‘토끼와 거북이’ 등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짜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함 교수는 이 자리에서 있었던 내용을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했다.
함성득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2021년 6월)18일 명씨를 만나보게 오라고 하세요’라고 17일 나에게 말했다. 그래서 명씨에게 전화해서 서울로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함 교수는 “윤 대통령 부부가 사무실로 함께 사용하던 코바나컨텐츠 입구까지 18일 명태균씨를 안내해 주고, 나는 개인 일정 때문에 떠났다”며 “그 이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명씨의 주장은 다르다. 명태균씨 변호인은 “명씨는 함 교수가 아크로비스타 지하 1층에 있는 식당 ‘늘봄웰봄’에 데리고 가서 김 여사를 만나게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도 참석할 것이라고 했는데, 다른 일정 때문에 불참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약속시간보다 먼저 식당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명씨를 만나자 “물건이 왔네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음날에는 윤 대통령 부부의 집에서 김 여사 친정 식구들과 식사를 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명씨를 대리하다가 사임한 김소연 변호사도 명씨가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았던 지난달 14일 “명씨는 함성득 교수와 조은희 의원이 만나자고 해서 2021년 6월 중순 서울 조선인가 조선펠리스인가 하는 일식집에서 조찬을 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함 교수로부터 윤 대통령 부부를 만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며칠 뒤 김건희 여사, 함 교수, 명씨 등 3명이 한우 샤브샤브집(늘봄웰봄)에서 만났고, 그 뒤로 김건희 여사와 친해졌다고 한다”라고 명씨가 진술한 내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함성득 교수는 “명태균씨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 명씨의 일방적이고 거짓된 주장일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명씨는 ‘함 교수가 나를 미륵보살이라고 부른다’라고 거짓말을 하다가, 내 항의를 받고 사과한 일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후 명씨는 윤 대통령 부부와 수시로 연락하고, 아크로비스타에도 드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박완수 경남도지사(당시는 국회의원) 등 주변 사람들에게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아크로비스타에 데려가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천을 청탁하며 미래한국연구소에 1억2천만원을 건넨 혐의로 조사받는 배아무개씨 등 2022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사람들도 명씨를 따라 아크로비스타에 갔으나, 윤 대통령 부부를 만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의상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이던 김태열씨도 지난달 29일 조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검에 출석하며, 명씨가 배씨를 아크로비스타에 데리고 갔던 것에 대해 “그 부분은 이미 검찰에 모두 진술했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검사 탄핵 반발 집단행동 감사하라”…법사위, 요구안 의결
- “윤 정권 숨통 끊어야…선탄핵 후진상규명” 해병대 예비역 444명 시국선언
- 이스라엘-헤즈볼라 ‘60일 휴전’ 잉크 마르기도 전에 무력 충돌
- 삼성전자 덮친 미 대중 수출통제…HBM·일반디램 모두 ‘먹구름’
- 쓰러진 모야모야병 16살, ‘응급실 뺑뺑이’만 6시간…결국 숨져
- ‘의료급여 빈곤층’ 본인부담금 7배 뛸 수도…정률제로 전환 추진 파장
- 최재해 ‘월성원전 감사’ 책임 없다?…‘대법 판결 무시’가 탄핵 사유
- ‘실기시험 문제 유출’ 의대생 400명 수사 선상에…의사면허 취소될 수도
- 울릉도는 활화산, 백두산과 동일한 화산가스 나온다
- ‘성관계 요구’ 성희롱 당한 직원, 왜 국방과학연 징계위서 ‘창밖 투신’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