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손웅정·김승기…시대가 변한 스포츠 폭언·폭력 [스한 위클리]

이재호 기자 2024. 12. 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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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03년 2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라이벌인 아스날에게 0-2로 패한 후 라커룸에 돌아와 제대로 수비가담을 하지 않은 데이비드 베컴을 향해 바닥에 놓인 축구화를 찼다. 날아간 축구화는 그대로 베컴의 눈썹위를 강타하며 해당 부위 역시 찢어졌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퍼거슨과 베컴의 축구화 사건'. 이 사건이 있은 지 4개월 뒤 '맨유 성골 스타' 베컴은 '갈락티코'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다.

당시에는 이런 일이 언론에 알려졌음에도 가십거리로 소화되며 넘어갔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같은 행동을 2024년에 했다면 퍼거슨이라는 세계 축구의 명장은 2003년을 끝으로 감독 생활을 더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왼쪽부터 알렉스 퍼거슨, 손웅정, 김승기. ⓒ스포츠코리아, AFP

▶'손흥민父' 손웅정, 아동학대로 벌금형

손흥민을 키워낸 아버지 손웅정과 그의 형 손흥윤은 지난 3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SON축구아카데미' 훈련 중 아동 선수들에게 폭언과 폭언을 했다는 이유로 춘천지법으로부터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피해 진술 내용을 살펴보면 경기에서 진 후 손흥윤 코치는 선수들에게 정해진 시간 내에 골대에서 중앙선까지 20초 안에 뛰어오라는 지시를 했다. 제 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한 4명은 엎드린 자세로 엉덩이를 코너킥 봉으로 맞았다.

또한 훈련 중 실수했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고 다른 코치도 선수들에게 엉덩이나 종아리를 때리고 구레나룻을 잡아당기는 폭행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보는 시각은 갈렸다. 자라나는 아동에게 폭행을 가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과 교육을 위해 체벌한 것, 그 체벌 수위가 강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었다. 또한 손웅정이라는 유명인의 명성을 이용해 한탕하려 한다는 좋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이유막론하고 법원에서 300만원 약식명령이 내려지며 SON아카데미의 처벌은 문제가 있음이 법으로 인정됐다.

ⓒ스포츠코리아

▶레전드 농구인 김승기 감독, 선수 폭언-폭행에 사퇴

국내 프로농구에서 사상 처음으로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김승기 감독. 고양 소노의 지휘봉을 잡고 시즌 초반을 진행 중이던 김승기 감독이 11월22일 갑작스레 사퇴했다.

그 이유는 선수를 폭행하고 폭언을 했기 때문.

김 감독은 11월10일 서울 SK와의 정규리그 경기 때 라커룸에서 소속팀 선수인 김민욱에게 보드마카 지우개를 던졌다가 이것이 맞지 앉자 젖은 수건을 던져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선수가 병원에 갔을 때도 전화로 폭언을 가했다는 것이 선수측 주장.

김민욱은 변호인을 선임해 소속팀 김승기 감독을 고소하겠다는 완강한 입장을 취했고 KBL 재정위원회까지 가게 되자 김 감독은 결국 자진 사퇴했다.

농구계에서 '명장'으로 인정받던 김승기 감독의 불명예스러운 사퇴. 이번 사건은 프로 선수가 소속팀 감독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폭행에 항의하고 변호인까지 선임한 일로 큰 충격을 준다.

ⓒ스포츠코리아

▶스포츠 폭언·폭력, 시대가 변했다

손웅정, 김승기 건을 통해 아동부터 프로선수까지 이제 더 이상 폭언과 폭력이 용납되지 않는 체육계임이 확인됐다.

손웅정 건은 한창 '진짜 아버지', '한국 축구의 폐해를 지적하는 지도자'로 인기 프로그램에도 나오던 손웅정을 추락시켰다. 김승기 감독 건은 프로선수가 소속팀 감독의 폭력에 들고 일어나 감독이 결국 사퇴까지 하는,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진 셈이다.

다시 서두로 돌아가 퍼거슨이 베컴을 축구화로 맞춘 사건은 지금이라면 고소를 당할만한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가십으로 치부됐다. 베컴 역시 선수 은퇴 후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과장된 사건"이라며 "완전히 이상한 사고였다. 클럽 내에서는 바로 잊혀졌지만, 사람들은 우리의 관계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다"고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넘어갔다.

또한 퍼거슨 감독이 선수 얼굴 앞에서 폭언을 붓는 일명 '헤어드라이어' 충격 요법에 대해서도 베컴은 "헤어드라이어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가 잘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베컴 말의 핵심은 결국 선수와 지도자가 서로 어떻게 해결하고 받아들이냐의 문제다.

예전에는 이정도 폭언과 폭행이 용인됐다할지라도 지금은 기준점이 달라졌다. 이는 단순히 체육계가 아닌 교육에서 똑같다. 과거 '맞으면서 배운다'가 용인됐지만 이제는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는 교육법인 셈이다.

물론 현장 지도자들은 단체 생활을 관리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하는 체육에서 체벌 없이 다루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프로 역시 평균 일반인 이상의 연봉을 받고 팬들 앞에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야하는 선수들에게 다그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시대가 바뀌었다. 2024년 손웅정, 김승기 사건으로 인해 체육계에 더 이상 폭언과 폭행이 발붙일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 이는 오히려 자신이 쌓아온 커리어를 무너뜨리는 일이 된다는 것이 드러났다.

2003년의 퍼거슨은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2024년 현재의 체육계는 용납되지 않는다. 20년이 흐른 만큼 분명 시대는 변했고,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그동안의 자신을 부정할 정도로 무너질 수밖에 없음이 명백해졌다.

데이비드 베컴과 퍼거슨 감독. ⓒAFPBBNews = News1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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