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보고 팔아라" 회장님의 특명…BYD 한국 진출에 담긴 속내 [스프]

김종원 기자 2024. 12. 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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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빡!종원]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중국 전기차 BYD가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최근 유튜브나 기사로 중국 BYD 전기차 시승기가 많이 올라오고 있을 겁니다. BYD가 한국 진출을 앞두고 광저우 선전에 있는 본사로 한국 기자단 약 80명과 한국 국회의원단, 유튜브 인플루언서까지 대규모로 초대를 했습니다. 중국 내 본사 공장을 방송용 카메라로 촬영하는 걸 허가한 건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만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한국 진출을 공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궁금한 건 왜 이렇게까지 한국 시장에 진심인지입니다. 사실 최근에도 중국 전기차를 리뷰하는 등의 내용이 올라오면 여전히 댓글에는 '중국 차를 누가 타냐', '한국에서는 절대 안 팔릴 것이다' 이런 내용이 많이 달립니다. 그런데 BYD는 이제는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BYD는 이미 2016년에 우리나라에 진출을 했습니다. 바로 상업용 차량과 버스입니다. 이번에는 차 산업의 꽃이라는 승용차로 들어오려는 건데, 지난해부터 얘기가 나왔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연기가 되기를 반복하다 올여름 한성모터스와 손을 잡으면서 한국 진출이 구체화하는 듯 보였습니다만,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가 나면서 또 한 번 연기됐습니다. 당시 화재 자동차에 쓰인 배터리가 중국산 배터리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우려가 짙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인 11월에 BYD는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습니다. 3개월 사이에 한국 소비자의 인식이 바뀐 것도 아닐 텐데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BYD의 '비단주머니'

먼저 BYD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준비한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익숙한 곳에 인프라를 만들고 있습니다. BYD는 한국 진출을 위해 여러 수입차 딜러사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 중 가장 주된 딜러사는 하모니모터스라는 곳입니다. 이 하모니모터스는 BYD와 마찬가지로 중국계 딜러사입니다. 그런데 하모니모터스가 현재 짓고 있는 BYD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보면 얼마 전까지 지프 전용 전시장이나 크라이슬러 서비스센터가 있던 곳입니다. 이게 BYD의 전략입니다. BYD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본인들 전시장이나 서비스센터를 기존 유명 자동차 브랜드가 영업하던 곳에 짓는다고 합니다. 익숙함을 이용해 처음부터 좀 인지도를 어느 정도 쌓고 들어가겠다는 전략인데, 한국에서도 이 전략을 쓰고 있단 분석이 있습니다.

두 번째, 국제 시장에서 검증된 모델만 팔겠다는 것입니다. BYD가 국내 판매를 준비하는 모델은 3종입니다. 한국의 캐스퍼와 비슷한 급인 소형 해치백 돌핀, 기아의 EV3와 같은 급인 소형 SUV 아토3, 그리고 쏘나타급 준중형 세단 실입니다. 이 중 단연 베스트셀러는 아토3인데, 이미 유럽과 중국 본토에서 대히트를 친 차입니다. BYD가 판매 중인 차종이 굉장히 많지만, 한국 시장에선 글로벌 무대에서 인증된 모델만 팔겠단 전략입니다.

마지막, 가격입니다. 사실 BYD 차량이 베스트셀러인들 한국의 현대 기아차보다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같은 크기, 비슷한 주행거리를 가진 전기차라 동급 현대기아차보다 최대 1천만 원 가까이 더 싸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주력 모델이 될 아토3 같은 경우, 중국 내 판매 가격을 경쟁 차인 기아의 EV3와 비교를 하면 1천만 원 후반대 차이가 납니다. 가장 비싼 옵션을 따졌을 땐 무려 2천만 원이나 차이 납니다.

물론 관세와 딜러 수수료, 삭감된 보조금, 인프라 확충 비용 등을 따지면 중국 내 판매가격으로 팔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BYD의 전략은 손해분을 본사에서 메꿔줄 테니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싸게 팔라는 것으로 정해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토3가 EV3에 비해 최소 500만 원에서 많게는 1천만 원까지도 차이가 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개인 소비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먼저 사업하는 분들부터 구매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영업용 차량이라든지 법인차 등 사업용으로 많이 팔릴 수 있단 것이죠.

물론 BYD가 차량을 얼마에 팔지는 우리나라 보조금이 확정되는 내년 봄이 돼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라고 가격을 싸게 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글쎄요. 현대기아차의 나라에서 현대기아차와 같은 가격에 차를 판다면 팔릴까요? 그러다 보니 현대차조차도 BYD의 저가 공세에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입니다.
 

작디작은 한국 시장, 왜 이리 노리나?

한국 시장은 사실 미국 빼고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차를 팔고 있는 BYD가 보기에 그리 큰 시장이 아닙니다. BYD는 전기차뿐 아니라, 모터와 엔진이 결합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2024년 3분기 BYD는 전 세계에서 총 113만 대를 팔아 치웠습니다. 이 중 순수 전기차는 44만 대였고요. 순수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가 3분기 46만 대를 팔았으니, 전체 차량 판매량으로는 BYD가 테슬라의 3배가 나온 겁니다. 단순히 판매 대수 말고 매출도 이번 3분기에 BYD가 처음으로 테슬라를 앞섰습니다. 테슬라 전체 매출이 252억 달러, 우리 돈 35조 원이 나왔는데, BYD가 277억 달러, 38조 원을 기록한 겁니다. 외신들은 일제히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은 테슬라가 아닌 BYD'라는 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지난 한 해, 1년간 신차 몇 대를 팔았을까요? 170만 대입니다. BYD가 3분기 석 달 만에 113만 대를 팔아치웠으니, 우리나라 지난해 신차 전체 판매량과 큰 차이가 안 나는 수치입니다. 여기서 전기차만 떼놓고 보면 한국 판매량은 더 적습니다. 내년 전기차 판매량 예상치가 10만 대에서 13만 대 정도인데, BYD에게 그리 큰 수치가 아니죠.

수익을 많이 낼 수 있어서가 아니라면 왜 한국에 필사적으로 진출하려는 걸까요? 바로 C를 K로 바꾸기 위해서란 말이 나옵니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 새로 팔린 전기차는 1천400만 대로 집계됩니다. 이들의 95%를 소비한 곳은 북미와 유럽, 중국입니다. 이 중 중국 전기차는 북미를 빼고는 유럽과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유럽만 보더라도 전기차 비중이 20%가 조금 넘는데, 이 중 11%가 중국산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위기감을 느낀 유럽이 중국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죠. 기존에 이미 10%의 고정 관세를 매기고 있었는데, 여기에 추가 관세를 더한 겁니다. 회사별로 차등을 뒀는데, 상하이전기차 같은 경우 기존 10%에 추가 38%를 매겼습니다. BYD는 이보다는 적은 17.4% 추가 관세를 받았습니다. 이 정도면 적은 금액이 아니다 보니 대책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헝가리에 공장을 짓는 등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걸로는 부족했나 봅니다. 그래서 나온 계획이 한국을 생산기지화하는 겁니다.

전기차는 제조 공정이 내연차하고는 완전히 다릅니다. 모듈을 조립하는 식으로 만들어 지는데, 이걸 한국에 공장을 세우고 여기서 조립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산 부품을 일부 쓰고, 또 그렇게 창출한 이윤은 한국과 나누겠단 겁니다.

한국 지자체 중에는 인구가 줄어들며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곳이 많은데, 만약 중국 전기차의 대형 공장이 들어서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수익까지 얻을 수 있으니 최근 이런 모델을 먼저 찾아 나서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딱지가 필요한 중국 전기차와, 도시 활성화가 필요한 지자체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는 것이죠. 특히 한국은 미국과의 FTA와 유럽과의 FTA를 다 맺고 있습니다. 중국과 거리도 가깝습니다. 한국만한 전진기지 찾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그런데 단순히 한국서 조립했다는 것만으론 효과를 100% 누릴 수 없단 얘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그렇게 만들어진 전기차를 실제 한국 소비자들이 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깐깐한 건 유명한 사실입니다. 특히,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세계 그 어떤 나라 소비자보다 까다로운 게 한국이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한국은 대표적인 신차의 테스트베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 BYD의 차를 탄다면, 이는 전 세계 시장에서뿐 아니라 특히 자국 내 다른 전기차 기업과 경쟁을 할 때에도 매우 좋은 선전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 시장임에도 중국이 한국 시장 문을 절박하게 두드리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BYD가 들어오지만, 중국의 지리자동차도 내년 한국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중국 전기차의 한국 진출이 봇물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 러시, 우리나라 괜찮을까?

중국 전기차 승용차가 처음으로 한국에 공식 진출하는 만큼, 우리도 대비를 해야 한단 말이 나옵니다. 먼저 한국은 현대기아차가 있는 나라입니다. 솔직히 현대기아차만큼 잘 나가는 자동차 회사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듭니다. 3분기 차량 판매 대수로 현대차가 폭스바겐에 이어 전 세계 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현대는 점점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폭스바겐은 공장을 폐쇄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곧 현대가 2위에 오를 수도 있단 전망도 나옵니다. 영업이익으로 따지면 현대가 폭스바겐을 넘어서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영업이익률로도 현대차그룹이 10%를 넘겼는데, 엄청난 실적입니다.

실제로 현대차는 내연차와 전기차, 보급형 차와 제네시스 같은 하이엔드 차량까지 전 분야에서 모두 두루 실적을 내고 있는, 어찌 보면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대차가 그러면 곧 세계 1위를 할 수 있을 것이냐? 여기엔 여러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많다고 보는데, 그중 전기차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이번에 트럼프가 재선되고 나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머스크입니다. 제2의 대통령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죠. 머스크는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공약을 찬성하고 있습니다. 무슨 생각이냐?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GM과 포드 같은 미국 내 경쟁사는 물론 현대기아 같은 외국 전기차 제조사가 모두 도태될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특히 우리나라 현대기아차는 관세까지 맞을 판이다 보니 지금 굉장히 전기차를 잘 판매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머스크가 여기서 두 번째 믿는 부분이 있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여러 안전의 이유로 걸어놓은 자율주행 관련 규제를 철폐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완전 자율주행을 하는 로보택시를 내놓고 홍보하고 있는데, 실제 머스크가 규제 철폐하는 '정부효율성부'의 장관으로 내정돼 있다 보니 자사에 유리한 규제 철폐를 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판이 되는 거죠.

그러면 미국 밖의 나라는 어떨까요? 유럽과 남미, 동남아 등에서 저가 중국 전기차의 공세에 맞서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게다가 중국은 중국 본토에서 엄청난 전기차를 팔고 있는데, 현대기아차는 중국 내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해 판매량이 미미한 수준입니다. 최후의 보루가 바로 한국 시장인데, 이마저도 중국 전기차 기업과 나눠야 한다면 뼈아픈 상황이 올 수 있단 얘기가 나옵니다.
 

보조금도 줘야 하나?

일각에선 우리나라는 현재 중국에서 차를 제대로 못 팔고 있는데, 중국 전기차에 보조금까지 줘야 하냐는 불만도 제기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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