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도 대답없는 의대생·전공의…올해보다 힘든 내년 준비하는 상급종합병원

박정연 기자 2024. 12.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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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설치된 텔레비전에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회견이 생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상급종합병원들은 장기적인 의사인력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전공의뿐만 아니라 의대생들도 내년 복귀하지 않을 상황을 가정하고 적극 대응하는 데 나선 것이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도 지원률이 미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가 가기 전 정부와 의료계가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아도 그간 발생한 인력 공백과 이번 의정갈등 사태로 변화할 의료기관 체계 전환해 대비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1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은 총 42곳이다. 전체 47개 상급종합병원의 89.3%에 해당한다.

상급종합병원은 병상 수 기준을 충족해야 자격이 유지된다. 전공의 인력이 이탈한 현재 병상 수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병원에 부담이다.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입원이 필요한 중증환자만 받는 구조로 전환하는 게 구조전환 지원사업의 골자다. 전공의 없이도 안정적인 의료체계를 유지하게 하는 것도 이 사업의 목표다.

이를 위해선 장기적으로 전문의 중심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인건비가 비싼 전문의를 고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반 병상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은 15%, 수도권은 10%, 지방은 5% 규모로 일반 병상 수가 감소한다. 

일반 병상 수가 감소하면 의료수입 구조도 바뀔 수밖에 없다. 상급종합병원들은 중증환자 진료에서 충분한 수입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중증환자가 많은 진료과에 인력과 시설 장비 투자가 집중될 전망이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들의 체질개선 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의료수입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당분간 재정난 압박에 시달릴 것이란 이야기다. '빅5' 소속 한 대학병원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수입은 입원환자가 아닌 외래환자 비중이 큰 편"이라며 "병상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입원환자 중심으로 충분한 수입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 확보다. 지금도 상급종합병원이나 2차 의료기관에선 교수들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 당직 등 업무 과중으로 인한 교수들의 피로감이 내년까지 장기화하면 교수들의 줄사직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업무 부담을 덜어줄 의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인력 공백을 메꾸기 위해 실시한 일반의 채용에서 단 2명의 인력을 보충하는 데 그쳤다. 중증 입원환자 중심의 병원 운영이 본격화되면 입원전담전문의 등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

세브란스병원 소속 한 교수는 "서울에 있는 빅5 병원은 그나마 의사들의 선호도가 높은 직장인데도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며 "지방 병원들은 고사하고 경기도 소재 상급종합병원만 되어도 인력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들은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지원금을 통해 당장 숨통을 틀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10월 정부가 발표한 사업 개요에 따르면 중증, 응급, 희귀질환을 위한 인력확보 등을 위해 연간 3조3000억원씩 3년간 약 9조원이 투입된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에서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한 교수는 "이번 사업을 통해 병원 운영에서 중요한 성과평가에서 중환자병상 가점 등이 주어지는 만큼 새로운 체계에 적응하기에 조금은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 어떤 혼란이 올지는 겪어봐야 할 것으로 주변 교수들은 올해보다 더 힘든 내년을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환경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면서 상급종합병원들은 당분간 변화보다 안정 기조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박승일 원장의 3연임을 발표했다. 삼성서울병원도 10월 임기가 끝난 박승우 원장의 연임이 점쳐진다. 두 병원 모두 원장직 연임이나 연장이 관례적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인사는 급변하는 병원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안정적 인사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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