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새 위원장 "이름 바꾸겠다…'교사' 삶의 문제에 집중"[인터뷰]
"청년 조합원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
"시대 요구 직면…교사의 전교조로 혁신"
"투쟁, 피곤함 아닌 '삶의 문제'로 접근해야"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작아지는 조직이다. 조합원 수도 감소 중이다. 이제 정치권에서도 '전교조 타파'라는 구호는 나오지 않는다. 굳이 타파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세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전교조의 '투쟁' 이미지를, 젊은 교사들은 외면했다. 지금의 교사들이 원하는 건 대의를 위한 희생, 일사불란한 동료의식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이 아니다.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노동조합이 교사들에겐 필요하다. 이 요구를 반영한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20~40세대 교사를 흡수하며 전교조의 위치는 더욱 위태로워졌다.
위기의 전교조가 지난달 28일 만 39세의 젊은 위원장 '박영환'을 선출했다. 최연소이자 최초 30대 위원장이다. 새로운 조직이 되겠다는 전교조의 의지가 박영환을 탄생시켰다. 그의 임기는 내년 1월1일부터 시작된다.
박영환 당선인은 조직의 이름부터 바꾸겠다고 조직원들에 약속했다. 35년 된 조직의 '정체성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전교조는 교직원이 아닌 '교사'를 위한 노동조합"이라며 "교사들 삶에 밀착한 활동으로 신뢰를 얻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를 구할 박 당선인의 계획은 무엇일까. 뉴시스는 지난달 30일 박 당선인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왜 전교조가 박영환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는가.
"첫째는 '젊음'이다. 선거기간 조합원들은 역대 최연소 30대 위원장 후보가 나왔다는 데에 놀라면서도 기대도 많이 했다. 전교조에 청년 조합원들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 전교조가 젊은 감각으로 교사들에게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이 동시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실력'이다. 2011년 전교조 가입 후, 당진지회장, 충남지부장을 하며 현장에 밀착하여 많은 문제를 풀어냈다. 조합원들이 입증된 실력을 믿어 주셨다고 생각한다."
-과거 조합원 수가 10만명에 이르던 전교조는 이제 4만명 수준의 조직이 됐다. 젊은 교사에게 소외 받는 조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법이 있나.
"여전히 전교조는 가입이 탈퇴보다 많다. 그러나 퇴직, 승진이나 전직 등으로 조합원 수는 감소 중이다. 서이초등학교 사건 이후 교사들이 노동조합을 찾고는 있지만 가입하는 비율은 높지 않았다. 전교조는 시대적 요구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해법은 혁신이다. 전교조가 교사들의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며 교사들 곁의 전교조로 혁신하겠다. 교사들의 삶에 주목하는 노동조합 활동을 기본에 두겠다. 교사는 교육하는 노동자다. 쏟아지는 반교육적 정책 속에 교육철학 없는 노동조합은 오래 갈 수 없다. 교사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교육에 대한 장기적 전망도 세워가겠다."
-전교조 발전을 위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교직원을 삭제하고 '교사'를 강조하겠다는 건데 이름이 바꿔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
"명칭을 바꾸는 건 '교사'의 삶의 문제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학교에는 세 개 직종 ▲교사 ▲교육행정직 ▲교육공무직 등이 있고, 이들은 각자를 위한 노동조합에 가입한다. 법적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은 마치 이 세 직종이 모두 가입된 노조라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이는 청년교사들이 전교조에 가입을 주저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명칭 변경을 한다면 적어도 가입대상에 대한 오해는 불식시킬 수 있다고 본다.
35년의 역사가 있기에 명칭 변경에 우려를 나타내는 조합원들도 있다. 조직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조합원들의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토론의 장을 열겠다. 그리고 대의원대회, 조합원 총투표로 총의를 모으고자 한다. 교사이기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조합원들도 있다. 하지만 명칭 하나로 연대정신이 훼손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바로 서 있을 때 튼튼한 연대도 가능하다."
-교육부가 전교조를, 전교조가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일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보수 성향의 교육감과 전교조 지부가 단체협약 파기로 갈등을 빚고 있다. 다만 전교조의 대정부 투쟁이 지속되면 조직원들의 피로감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로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단체협약은 교사들의 근무여건을 향상하고, 권익을 신장하며, 교육현장을 바로 잡기 위해 필요하다. 현장교사들은 전교조 단체협약 파기로 인해 그동안 지켜져 왔던 교육과 교사들의 근무조건에 대해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이 문제를 피한다면 교사들의 삶도 교육도 지킬 수 없다."
-전교조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 교과서) 도입 중단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단체다. 이 문제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고발했는데 전교조가 생각하는 구체적인 혐의가 무엇인가.
"이 장관은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남용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AI 교과서를 구입하도록 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국가가 헌법상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현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비용에 한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AI 교과서 관련 항목은 '교육의 균형 있는 발전'과 관련이 없다. 이 장관의 직무권한 남용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급 실무 담당자는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됐다.
AI 교과서는 당장 도입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교사를 포함한 교육전문가와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진행하는 교사연수도 당장 멈추어야 한다. AI 교과서는 교육 전문가인 교사들과 협업 없이 만들어진 결과다. 또한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될 우려 속에서 교사들은 많은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교실혁명이 아니라 퇴행이라고 생각한다.
AI 교과서 도입을 중단하는 게 더 큰 혼란을 야기한다고 하는 목소리도 있겠으나 도입으로 인해 교육이 망가지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유보통합과 초등 늘봄학교는 교사들의 반대가 크지만 학부모들의 지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사와 교육공무직 간의 갈등도 교육계 밖에서는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차가운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교육계 밖 여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어디서나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면 오해나 억측이 만들어지기 쉽다.
전교조는 교사들의 권익과 처우를 가장 우선해 생각하지만 국민들의 여론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늘봄학교가 학교에 존재함으로써 문제점이 무엇인지, 우리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등에 대하여 학부모, 학생단체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유보통합도 단순히 유아교육 교사들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함께 이야기한다.
교사들과 학교 내 교육공무직들간에는 여러 업무갈등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갈등을 조장하고 방기하는 교육청과 교육부에 한 목소리로 대응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육계 밖의 여론에 대하여 시민들과 함께하는 여러 연대활동을 통해 현 교육의 문제점을 알리고 같이 논의하고 해결하겠다. 유보통합, 늘봄학교, 학교 내 업무갈등, 교사정원확보 등이 왜 학생과 학부모, 시민들이 같이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 설득하겠다."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도 전교조는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도입 중단이나 보류가 어려운 상황에서 전교조의 대안은 무엇인가.
"현재 고등학교 수업과 지금의 대입체제 사이에서 고교학점제 운영은 불가하다. 대입체제가 개혁되지 않는 이상에는 지금 고교학점제는 경쟁교육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또 다학년·다교과 수업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교사정원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대로 고교학점제가 시작되면) 교사들의 업무와 수업시수는 증가한다.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고등학교 교육의 황폐화를 가져오는 고교학점제는 전면 폐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내년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면 교사의 담당 수업시수와 담당 과목 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단위 교사 배치와 추가 노동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학교 안에서의 문제점들을 계속 알리고 국민적 여론과 공감대를 형성해 고교학점제를 철회하고 대입제도 개편과 맞물려 논의해 나가겠다."
-30대 위원장을 향한 조합원들의 관심도 상당히 클 것 같다. 위원장으로서는 목표는 무엇인가.
"조합원들의 기대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35년 전교조, 1세대 해직 선배님들은 모두 퇴직했다. 그 공백을 크게 느끼고 있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대다. 학교 내에서 맺고 있는 관계, 구성원, 의식, 문화가 모두 달라졌다. 달라진 시대에 맞게 전교조의 재도약 반드시 이루어내겠다. 전교조가 재도약하는 게 교사들의 삶과 교육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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