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살 여친이 혼외자를 임신했다…“아빠가 너일 수 있어, 아닐 수도 있고” [씨네프레소]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4. 12. 1. 07:3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씨네프레소-140]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43세 브리짓(르네 젤웨거)의 엄마는 더 이상 딸에게 결혼을 권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를 낳는 게 큰 축복이라고 강조한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정자도 판다고 하더라.”

브리짓은 엄마의 말이 선 넘는다며 펄쩍 뛰거나 반발하지 않는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를 쭉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모친은 늘 딸에게 상처가 될 만한 말을 했고, 브리짓의 최대 강점은 모진 말도 ‘그러려니’ 넘길 수 있는 ‘둔감력’이기 때문이다.

그런 브리짓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온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문제는 같은 시기에 두 명의 남자와 잠자리를 가져 누가 아빠인지 모른다는 것. 과연 브리짓은 어떤 선택을 할까.

브리짓은 43살 생일을 혼자 맞는다. 혼자 있기 싫다는 생각은 이 시리즈를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다. 1, 2편에 이성을 통해 외로움을 극복했다면 3편에서는 아이를 통해 고독을 넘어선다. [UPI 코리아]
두 남자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다
브리짓은 동침한 두 남자에게 모두 임신 사실을 알린다. 다만, 다른 남자가 존재한다고는 전하지 않는다.

마침 두 남자 모두 여자친구의 임신을 순수하게 기뻐할 만큼 브리짓을 좋아했다는 건 다행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둘 중 누가 아빠인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밖에 없게 되고, 두 남자는 고민에 빠진다.

누가 아빠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세 사람의 태교가 시작된다. [UPI코리아]
당신 애가 아닐 가능성을 안고,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뻔한 코미디 영화처럼 보이지만 던지는 질문은 도발적이다. ‘당신의 애가 아닐 가능성을 안고’ 혼외자를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것이다.

사실 양수 검사를 하면 누구의 애인지 확실히 알 수 있지만, 브리짓이 거부한다. 검사 과정에서 유산할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낳은 다음에 유전자 검사를 해서 누가 아빠인지 가려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브리짓은 두 남자에게 확실하게 결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건 ‘네 아이가 아닐 가능성까지 품고 아빠가 되든지, 아니면 빠지라’는 것이다.

브리짓과 마크 다시는 오랜 시간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다. 이제 마크에겐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의 아이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UPI코리아]
혼외 출산 어떻게 봐야 할까
다른 말로 하면, 브리짓은 두 남자에게 아이를 책임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자의 아이까지 사랑할 준비가 됐다면 본인을 선택하라고 열어두는 것이다.

브리짓이 그 정도로 자신 있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일단 브리짓은 홀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동안 혼자라는 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혼자 마흔 셋까지 즐겁게 지냈듯, 아이를 혼자 키우는 것도 능히 해낼 수 있으리라 여기게 된 것이다.

게다가 브리짓에겐 경제적 여유가 있다. 브리짓은 주요 방송국 뉴스의 메인 PD로 경력을 쌓아왔다. 자신이 바라지 않는 형태의 결혼을 아이의 양육을 위해 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브리짓의 또 다른 남자인 잭을 패트릭 뎀시가 연기했다.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데릭 셰퍼드로 많은 여성 팬의 사랑을 받아왔다. [UPI코리아]
이건 비단 브리짓에게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이 역사상 가장 많아졌고, 이에 따라 양육은 꼭 부모 둘이 함께 해야 한다는 인식도 도전받고 있다.

실제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영국의 혼외출산율은 2021년 51.3%로 1988년과 비교해 두 배 높아졌다. 브리짓은 영국에선 흔한 혼외출산을 결심했을 뿐이고, 그 결단은 친구와 가족 모두에게 축복받는다.

반면, 한국의 혼외출산율은 2019년 기준 2.3%다. 영국 여성의 경제적 자립도가 한국보다 20배 높아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제도적으로 우리는 혼외출산 자녀를 보호·지원하는 정도가 훨씬 약하고, 사회적 편견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강하다.

문제는 이 같은 편견 속에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데만 있는 게 아니다. 세상에 태어나 모든 축복을 받아 마땅한 아이가 어른들의 ‘윤리와 도덕’ 논의 속에 소외된다는 것이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존재를 향한 축복에서 어떤 아이들은 단지 가정의 형태 때문에 배제된다. 어떤 집에서 태어날지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네가 아빠가 아닐 가능성이 있는데도 아이를 품을 수 있느냐’는 브리짓의 질문은 상징적 차원에서 읽힌다. 그건 ‘세상에 새로 태어나는 존재를 무조건 축복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당신이 태어났을 때 축복받았듯, 이 생명도 부모가 누구이든지 간에 축복해줄 수 있겠느냐고 브리짓은 묻는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UPI코리아]
‘씨네프레소’는 OTT에서 감상 가능한 영화와 드라마를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 구독 버튼을 누르면 더 많은 리뷰를 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