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희망이다] 청주의 관광자원·문화유산을 굿즈로 만들다
"굿즈 협동조합 '여유리에'를 충북 핵심 관광지로 키울 것"
[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연합뉴스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지역의 청년 굿즈 작가들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는 게 저의 꿈입니다"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의 번화가인 성안길에 위치한 굿즈(기념품) 매장 '굿쥬'의 주희진(27) 대표가 밝게 웃으며 사업의 포부를 밝혔다.
굿쥬는 청주시문화진흥재단이 공간을 제공하고, 주 대표의 문화기획사 '디디모션'이 사업을 기획해 운영하는 청주 유일의 지역 굿즈 플랫폼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입점 작가 20명의 작품 400개가 판매되고 있다.
매장에는 무심천 벚꽃 키링, 직지 마스킹테이프, 용박골 안경 닦이 등 청주의 관광자원과 문화유산을 테마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진열돼 있다.
주 대표는 2021년 청주시외버스터미널점의 문을 열며 시민들에게 굿쥬의 첫선을 보였다.
시청 소유 유휴건물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청주시의 용역 사업에 디디모션이 선정됐고, 주 대표가 직접 사업을 기획해 탄생시켰다. 브랜드명은 굿즈에 충청도 사투리의 접미사 '유'를 붙여 정했다.
디디모션은 2020년에 지역 굿즈를 1년간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청주시로부터 위탁받아 진행했는데, 주 대표는 지역 굿즈의 성공 가능성에 시선을 두다가 이를 플랫폼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켰다.
주 대표는 "사람들이 자기 지역의 이야기가 담긴 굿즈를 좋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단발성으로 끝내기에는 그 가능성에 대한 미련이 컸다"고 사업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했다.
청주의 한 대학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한 주 대표는 4학년이던 2018년 휴학을 한 뒤 디디모션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지자체와 기업의 홍보 영상 등을 제작하는 영상디자인 회사였지만, 브랜딩과 문화기획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창사 첫해에만 지자체 사업 6건을 따내는 사업수완을 발휘했다.
주 대표는 "졸업 전 경력을 쌓기 위해 들어갔던 다른 영상디자인 회사에서 해당 분야의 사업성을 알아보고 곧바로 창업에 도전했다"면서 "'무대뽀'로 회사를 차렸지만, 노력한 만큼 성과가 늘 뒤따라줬다"며 멋쩍게 말했다.
굿쥬 사업도 처음엔 입점작가 5명과 함께 작게 시작했지만, 주 대표가 발품을 팔아 굿즈 작가들을 섭외하고 섬세하게 브랜딩 작업을 하자 사업의 규모는 점차 커졌다.
2022년에는 일본에 청주의 굿즈를 수출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말에는 성안길에 굿쥬 2호점을 열었다.
주 대표는 굿즈 제작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개성 있는 작가들을 육성하는 작업에도 공을 들여왔다.
지역 굿즈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작가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굿즈 기획·제작부터 실제 제품 발주까지 돕는 프로그램 '굿쥬러'의 경우 100여명의 수강생을 배출했고, 이 가운데 7명은 현재 굿쥬에 입점해 전문 작가로서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주 대표는 입점 작가들의 홍보 영상을 무료로 자체 제작해 유튜브 등 SNS에 게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그는 "개별 입점 작가들이 잘되는 것이 지역 굿즈업계 전체가 성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굿즈는 단가가 낮기 때문에 각자 경쟁하기보다는 굿쥬와 같은 플랫폼에 모여 서로 도움을 받으며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굿쥬에 전시된 작품을 보고 기관 관계자가 입점 작가에게 연락해 대량 수주를 맡긴 경우도 있고, 이곳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큰 굿즈 박람회에 참가한 작가들도 많다"면서 "지역 청년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낸 것 같아 기쁘다"고 자평했다.
주 대표는 이러한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 말 청주시와의 용역 계약이 만료되는 주 대표는 입점 작가 10명과 굿즈 협동조합을 만들어 또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신규 개업할 상가는 이미 확보한 상태이며, 굿쥬의 도전을 높이 평가한 모 기업의 입점 제의도 받아 이에 대한 사업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협동조합 이름은 충청도의 느긋함을 상징하는 단어 '여유'에 '사람'을 뜻하는 영어 접미사(ier)를 붙여 '여유리에'로 지었다.
여유리에에서는 청주에서 확장된 충청도의 지역성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 계획이다.
그는 "지금까지 굿쥬를 운영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여유리에를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청년 협동조합으로 키워내고 싶다"며 "여유리에가 충북의 핵심 관광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청년 작가들과 호흡을 맞춰 나갈 예정"이라며 말했다.
chase_are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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