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섰던 대표팀 세대교체의 시곗바늘, 다시 움직인다

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 2024. 11. 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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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황금세대’ 배준호·이영준·김지수·이현주 전면에…2019·2023년 U-20 신화의 주역들이 이끌 한국 축구

(시사저널=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하 A대표팀)의 2024년 스케줄이 마무리됐다. 숙원과 같은 아시안컵 정상을 향한 도전으로 출발한 A대표팀은 역대 가장 혼란스러운 1년을 보냈다. 취임 이후 근무태만 논란에 휩싸였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 실패와 선수단 관리 문제 노출로 경질됐다. 이후 홍명보 감독 선임이 결정되기까지 5개월 넘는 시간이 걸렸고 A대표팀은 임시 감독 체제를 반복해야 했다.

2024년에만 총 4명의 지도자(클린스만, 황선홍, 김도훈, 홍명보)가 오간 A대표팀이 장기적 안목으로 운영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특히 카타르월드컵 이후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멤버를 가졌음에도 발전적인 화두를 전혀 던지지 못했다. 새 동력이 될 선수를 찾는 것도 그의 미션이었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상주를 거부하며 가능성 있는 선수 발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이 떠넘기고 간 악성 채무는 지난 7월 부임한 홍명보 감독이 해소해야 했다. 홍명보 감독은 취임 직후 월드컵 본선 출전권이 걸린 3차 예선에 돌입하는 한편, 일부 선수의 노쇠화 기미가 뚜렷한 포지션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했다. 내용과 결과, 그리고 미래까지 잡는 세 마리 토끼 사냥이었다.

(왼쪽부터)배준호 선수, 이영준 선수, 이현주 선수 ⓒ스토그 시티 공식sns·연합뉴스

배준호가 만든 터닝포인트, 세대교체의 신호탄

의문부호도 있었다. 10년 전 이미 A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홍명보 감독은 새로운 선수 기용에 경직된 모습을 보였었다. 그로 인해 '의리 축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선수 선발과 기용에 보수적인 성향의 감독이 세대교체가 필요한 현 A대표팀에 적합하냐는 반문이 나왔다. 실제로 홍명보 감독은 부임 후 처음 선수들을 소집한 지난 9월에 자신이 익숙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세 차례 소집을 마친 시점에서 볼 때 9월은 변화보다는 안정감을 위한 일종의 일보 후퇴였다. 10월과 11월부터 홍명보 감독의 선수 구성 성향이 점점 변해 갔다. K리그에서 활약하는 젊은 선수의 과감한 발탁이 늘어났고, 유럽에서 크게 돋보이진 않아도 소속팀에서 꾸준히 제 역할을 소화하는 새 얼굴도 함께 뽑혔다.

특히 손흥민이 부상으로 소집되지 못해 위기의 시간으로 여겨졌던 10월이 일대 전환점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의 대체자를 영건으로 택하는 과감한 노선으로 이를 돌파했다. 그러면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 배준호, 오현규, 오세훈이다. 현재 홍명보호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트로이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생 배준호는 지난 10월에 손흥민이 빠지고 황희찬과 엄지성이 부상으로 경기 중 잇달아 교체되는 상황에서 슈퍼히어로처럼 등장했다. 요르단과의 3차 예선 3차전 후반에 교체 투입돼 왼쪽 측면을 유린했다. 후반 23분 오현규의 쐐기골을 도우며 팀의 위기를 막았다. 이어진 이라크와의 4차전에서는 오세훈의 골을 도왔다. 11월에 열린 쿠웨이트와의 5차전에서는 황인범의 패스를 침착한 볼 컨트롤에 이은 마무리로 골을 만들며 A매치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다. 손흥민이 11월 복귀해 여전한 퍼포먼스를 보였지만 이제 A대표팀은 캡틴의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배준호라는 확실한 카드를 확보했다.

오현규와 오세훈은 배준호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역시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오현규는 배준호가 측면을 무너트릴 때 페널티박스 안팎에서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지난 10월 열린 요르단,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연속 골을 뽑았다. 오세훈도 10월 이라크전, 11월 쿠웨이트전에 연속으로 득점을 올렸다. 2001년생 오현규와 1999년생 오세훈은 베테랑 주민규와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상태다. 월드컵과 아시안컵에서 주전이었던 조규성이 무릎 부상으로 긴 시간 뽑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표팀 최전방의 경쟁 구도도 바뀌었다.

홍명보 감독 ⓒ연합뉴스

23+3의 법칙, 홍명보 감독의 다음 선택은?

홍명보 감독은 A대표팀 세대교체에서 23+3의 법칙을 가동하고 있다. 소집마다 23명은 대표팀 경험이 충분하거나 검증을 마친 선수들을 택하고, 3명은 새로운 얼굴을 추가해 팀내 건강한 경쟁체제를 구축했다. 거기서 빠르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 선수들은 23명 내로 진입했다. 배준호, 황문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반면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는 3개월 연속 뽑지 않았다. 출전 명단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선수가 A대표팀에 올 때의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런 기준에서 새 얼굴 선발은 꾸준히 순환하고 있다. 세 차례 소집에서 홍명보 감독은 이기혁(2000년생), 권혁규(2001년생), 이한범(2002년생), 이태석(2002년생), 이현주(2003년생), 최우진(2004년생), 양민혁(2004년생)을 불러들였다. 이 중 11월에 뽑힌 레프트백 이태석과 미드필더 이현주는 A매치 데뷔전까지 소화했다. A대표팀이 조 1위를 달리며 승점 경쟁에서 다소 여유가 생기자 11월에는 새 얼굴들이 바로 경기에 투입된 것이다. 아직 선발되지 못했지만 홍명보 감독의 레이더망에는 스위스에서 뛰고 있는 스트라이커 이영준(2003년생), 그리고 스페인 지로나 B팀의 주전인 측면 미드필더 김민수(2006년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명보 감독은 A대표팀의 미래를 위해 세대교체 대상을 더 어린 선수들에게 집중할 계획을 갖고 있다. 2023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FIFA 20세 이하 월드컵 멤버들이 분발할 필요가 있다. 이미 배준호가 A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도약했지만 이영준 그리고 센터백 김지수(2004년생)도 높은 잠재력을 지녔다. 이현주도 당시 멤버였지만 그때는 소속팀인 바이에른 뮌헨의 반대로 차출되지 못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유럽에서 선택한 것이 정반대였다는 점이다. 배준호(스토크시티)와 이현주(하노버)는 각각 잉글랜드와 독일 2부로 가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스위스와 잉글랜드 1부를 택한 이영준(그라스호퍼)과 김지수(브렌트포드)는 입지를 확고히 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지난 10월 이영준을 유럽에 가서 직접 체크하고 온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의 미래임을 의심하지 않지만, 소속팀에서의 퍼포먼스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남겼다.

올 시즌 K리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토트넘에 입단한 양민혁의 활용도는 향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12월 중순 토트넘의 요청으로 조기 출국하는 양민혁은 내년 1월부터 K리거가 아닌 프리미어리거로 활동한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9월 양민혁의 A매치 데뷔전을 준비했지만 경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실행하지 못했다. 토트넘에 최근 부상자가 많아져 양민혁이 빠르게 데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현재 A대표팀의 오른쪽 측면 붙박이인 이강인이 상대의 집중 견제에 애를 먹고 있어 양민혁의 활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 상태다. 2006년생인 양민혁이 A대표팀에서 본격 활용되면 다른 10대 선수들도 홍명보 감독에 의해 등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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