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비사이드', 화려한 강남의 그림자 뒤 용두사미 범죄 복수극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2024. 11. 3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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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사진=디즈니+

화려한 도시 강남 한복판, 환락과 일탈이 넘쳐나는 그 곳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는 어떤 이들이 어떤 욕망을 품고 살아가는가.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강남 비사이드'는 세계 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을 배경으로 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얻기도 한 강남은 '부촌'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유흥과 젊음, 트렌드가 가장 치열하게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영화 '돈'으로 데뷔전을 치른 박누리 감독이 연출한 '강남 비사이드'는 강남의 화려한 유흥가를 중심으로 갖가지 욕망과 범죄, 이와 결탁한 거대한 커넥션을 그리고 있다. 강직한 형사와 접대부들을 운반하는 브로커, 신참 검사, 그리고 이들이 찾는 사라진 콜걸을 중심으로  한 범죄 스릴러 장르물이다. 

도시의 화려한 빛 뒤에 드리워진 그늘과 그곳을 움직이는 어두운 세력을 그린 이번 작품은 굵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버닝썬'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시리즈의 초반 1, 2화는 유명 아이돌 가수가 운영하는 강남 한복판의 인기클럽에서 일어난 범죄와 그 뒤에 읽히고 설킨 정관계 고위 인사들까지, 대형 스캔들 버닝썬을 연상케한다. 

사진=디즈니+

이번 작품에서 조우진은 형사 '강동우' 역을 맡아 정의로운 고발자로서의 무게감을 진중하게 표현한다. 동우는 경찰 본분에 충실한 인물로, 부패한 경찰인 동료들까지 망설임없이 단죄한다. 그러나 정의만 따랐던 그의 판단은 경찰 내부 조직에서 동우를 고립시키고, 한직으로 밀려나게 한다. 거기에 학폭 피해자인 딸 '예서' 문제는 아버지로서의 무력감에 빠지게 한다. 조우진은 개인적 상처와 직업적 갈등 속에서 흔들리는 복잡한 내면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지창욱은 강남의 가장 밑바닥 인생 '길호' 역을 연기했다. 접대부들을 관리하는 콜기사로 일하는 길호는 차갑고 냉담해보이지만, 자신의 사람은 끝까지 책임지는 속 깊은 인물이다. 동우와 길호는 어느날 갑자기 잠적한 콜걸 '제니(제희)'를 찾는 공통분모로 엮이게 된다. 

강남의 모든 이들이 쫓는 문제의 인물 '제니''(김형서). 가출팸으로 시작해 유흥가로 흘러온 그녀는 강남 접대부 에이스가 되지만, 고위급 인물들의 범죄를 담은 영상을 촬영해 잠적해버린다. 그러나 가출팸부터 함께 해온 친구 정화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면서, 은신처에 숨어 길호의 보호를 받는다. 

사진=디즈니+

여기에 검사장의 황금 라인을 탄 신참 검사 '민서진'(하윤경)이 사건 담당으로 배정된다. 출세라는 욕망에 눈을 감으려했던 서진은 불의와 타협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동우와 손을 잡고 거대 세력을 무너뜨릴 길고 힘든 싸움을 시작한다. 

지창욱은 전작 '최악의 악'에 이어 디즈니플러스의 시리즈에 출연해 다시 한번 액션 연기를 감행했다. '최악의 악'만큼이나 거친 인물을 맡아 특유의 카리스마와 섬세한 감정 연기를 통해 길호를 설득력있게 묘사했다. 거칠고 폭력적인 인물이지만, 자신과 연을 맺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강한 책임감과 의리를 가진 '길호'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캐릭터는 지창욱과 만나 강력한 시너지를 만든다. 

'강남비사이드'가 건져올린 가장 큰 수확인 김형서(비비)는 '최악의 악'에 이어 지창욱과 호흡을 이뤘다. 가수와 배우를 오가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는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동물적 본능과 육감으로 날 것의 연기를 선보인다. 연기 테크닉의 미숙함 조차 매력으로 승화시킨 비비는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현실 속 살아숨쉬는 듯 생동감 있는 인물을 만들었다. 

사진=디즈니+

'강남비사이드'는 주연배우들을 비롯해 다수의 출연진과 유흥가의 검은 세계를 그린 스릴러라는 점에서 어쩔수없이 '최악의악'의 기시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는 중반부까지 빠른 전개와 흥미로운 스토리로 시선을 잡아끈다. 독창적인 카메라 워크로 잡아낸 액션 신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화려한 클럽과 거리, 그리고 어두운 뒷골목을 배경으로 강렬한 색채 대비와 조명, 드라마틱한 연출도 돋보인다. 

그러나 중반부 이후 급속도로 힘이 빠지며 마치 다른 작품을 보는 듯 매력이 급감한다. 사건의 제 2막을 시작하는 6화부터 새로운 약역들이 등장하고 또다른 음모, 갈등이 그려지는 가운데, 템포는 늘어지고 스토리의 개연성은 점점 허술해진다. 플롯의 주요 기둥인 복수는 설득력을 잃고 예서의 선택은 전형적인 '민폐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준다. 마치 후반부에는 연출자가 교체되고, 배우들은 연기 동력을 잃은 것인지 의심될 정도다. 세련되고 타격감이 강렬하던 액션 신도 후반부에는 힘 빠진, 익히 보아오던 장면들로 채워졌다. 단도를 들고 맹렬하게 싸우던 지창욱의 정교하게 설계된 액션 시퀀스의 잔상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맥 없이 펼쳐지는 고만고만한 액션이 아쉬움을 준다. 

빠른 전개 속에도 주요 인물들의 복잡한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사회적 문제를 수위 높은 장면들 속에 녹인 '강남비사이드'. 현실 속 여러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파격적인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제법 박진감 넘치는 범죄 스릴러의 면모를 보여줬으나, 급격하게 허물어진 후반부의 완성도는 못내 씁쓸한 뒷 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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