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의 '지금, 이 문장' [.txt]

한겨레 2024. 11. 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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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은 글과 쓸 수 있는 글의 간극은 크다.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에서 태양은 뜨겁게 타오르다가 지평선 아래로 사라진다.

코발트빛 하늘은 검은빛으로 변하고 수많은 별이 빛난다.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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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작가의 필사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목정원 지음, 아침달(2021)

쓰고 싶은 글과 쓸 수 있는 글의 간극은 크다. 먼 훗날 쓰고 싶은 글을 바라보며 지금 쓸 수 있는 글을 쓴다. 늘 그랬다. 시선은 저 멀리 하늘에 있고, 하늘에는 시시각각 다른 아름다움이, 그러므로 변함없는 경이로움이 있다. 무심히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진다. 무지개가 나타나고 먹구름이 드리운다.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에서 태양은 뜨겁게 타오르다가 지평선 아래로 사라진다. 찬란한 노을이 펼쳐진다. 코발트빛 하늘은 검은빛으로 변하고 수많은 별이 빛난다. 다시 구름은 흐른다. 그 하늘 어딘가에서 포탄이 날아간다. 섬광이 번쩍이고 폭파한다. 사람이 사람을 조롱하고 혐오하고 죽인다. 이미 죽은 사람까지 다시 죽인다. 학살과 차별로 드러내는 권력, 권능, 야만. 비슷한 역사는 반복되고 이미 겪은 비참을 다시 겪는 사람들. 숨어 울고 외치며 울고 춤을 추며 우는 존재들. “슬픈 이야기를 해도 돼요. 나는 슬픈 이야기를 아주 잘 들어요”(166쪽) “생각하고 있어요. 안아보고 싶어요.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170쪽)라는 노래를 나눠주는 사람들. 아름다운 삶의 고통과 슬픔을, 상실과 허무를 쓰고 싶어도 나는 아직 쓸 수 없다. 나의 사유와 문장은 그것을 담아낼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겐 이 책이 있다. 인간의 언어 바깥에서 소통하는 존재가 그리울 때, 비참을 지나 마침내 비치는 희미한 빛이 간절할 때, 무자비와 혹독함에서도 아름다움을 찾고 싶을 때 이 책을 펼쳐 읽는다. 문장으로 사람을 살리는 책. 우리는 춤을 추며 울 수 있다. 노래하며 애도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일부를 나눌 수 있다. 나는 기억한다. 말없이 약속 없이 그 어떤 위로의 기미도 없이, 찰나의 눈빛만으로도 우리는 무언가를 나눈 적이 있다.

최진영 작가

최진영 작가. 김승범 제공

2006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 장편소설 ‘원도’ ‘구의 증명’ ‘단 한 사람’ 등을 썼다.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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