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어떻게 지구 지배했나…'배설물'로 해답 찾아[사이언스 PICK]

윤현성 기자 2024. 11. 3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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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배설물·토사물 화석 등 최초 심층 분석…'식습관 변화'가 열쇠
긴목 초식공룡들부터 거대화…육식공룡들도 사냥 위해 덩치 커져


생성형 AI '챗GPT'가 묘사한 공룡 시대의 모습. (사진=챗GPT)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공룡의 배설물, 토사물 등이 굳어진 화석에 과거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비결이 담겨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룡이 경쟁 종(種)보다 빠르게 식습관을 바꿔나간 영향으로 덩치가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 생태계 전반을 지배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그간 학계에서는 공룡이 경쟁종(種)을 몰아낸 비결을 두고 해부학적 강점,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경쟁종의 도태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나 보다 명확한 근거를 가진 가설이 제기된 셈이다. 뼈·이빨 화석 등에 비해 다소 경시됐던 배설물 화석 연구를 처음으로 본격 진행한 결과 베일에 싸였던 공룡의 번성 이유를 알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29일 학계에 따르면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연구진은 화석화된 공룡의 배설물(코프로라이트)·토사물(리거지탈라이트)과 소화관 내용물(콜로라이트) 등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공룡이 지질 시대에 어떻게 지구를 지배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가장 초기 형태의 공룡은 약 2억3000만~2억5000만년 전 후기 트라이아스기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초기 공룡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지배적인 생물종이 아니었고, 자연 생태계의 일부를 차지할 뿐이었다.

하지만 공룡은 약 3000만년 만에 전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지배종으로 거듭났다. 트라이아스기 바로 다음에 오는 지질시대인 쥐라기와 백악기가 흔히 '공룡시대'하면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 학계에서는 공룡이 어떻게 비(非)공룡 계통의 동물들을 능가해 전 지구를 지배하게 됐는지 갑론을박을 벌여왔다. 공룡만의 독특한 해부학적 이점, 기후 변화나 거대 화산 폭발 등으로 인한 경쟁종의 도태 등이 가설로 제기되곤 했다.

연구진은 공룡의 '식단'에서 단서를 찾았다. 연구진은 폴란드의 9개 지역에서 발견된 532개의 브로말라이트(배설물·토사물 화석 등의 총칭)를 화학 분석과 초고성능 3D 영상 스캔 기술인 '싱크로트론 마이크로토모그래피'를 활용해 연구했다. 브로말라이트들의 크기·모양·내용물을 기반으로 어떤 생물의 것인지를 분류한 것. 예컨대 나선형 배설물이라면 상어와 같은 물고기, 물고기 비늘 형태가 드러난 배설물은 양서류의 것이라는 식이다.

연구진은 이처럼 브로말라이트를 심층 분석한 결과 다양한 생물종 중 하나에 불과했던 공룡이 지구를 점령해나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흔히 생각하는 거대한 공룡들과 달리 공룡의 조상들은 크기가 작고 잡식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트라이아스기 생태계에서 별다른 역할을 맡지 않은 채 곤충이나 물고기를 먹는 습성을 보였다.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초식 공룡들을 필두로 경쟁종들보다 덩치가 커지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형 초식 공룡인 긴목 수각류의 브로말라이트에는 고사리, 숯 등이 주로 발견됐다. 이후 기후 변화로 인해 식물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보다 먹이가 다양해졌고, 이로 인해 거대한 초식성 긴목 용각류 공룡들도 트라이아스기 말기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 용각류가 거대한 잎을 가진 양치식물을 대량으로 섭취하기 시작하면서 종 자체의 크기가 성장한 것이다.

이처럼 초식 공룡들이 거대해지자 이들을 사냥하던 이족 보행 육식 공룡들의 크기도 더 커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 트라이아스기가 끝날 무렵 형성된 브로말라이트들은 이미 공룡이 지구 생태계 전반을 지배했음을 보여줬다.

트라이아스기 말기부터 공룡이 생태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이미 뼈 화석을 비롯한 다른 증거들로 파악됐으나, 이번 연구는 지질시대 먹이사슬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함께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보다 명확한 단서를 확인해줬다.

연구진은 "배설물 화석 분석과 같은 연구는 전례가 없었다. 사람들은 커다란 뼈 화석을 연구하고 싶어하지 배설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농담처럼 여겨졌던 배설물 화석도 이제 과학적으로 진지하게 다루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르모인 대학교의 고기후학자 로렌스 태너는 네이처 논문 논평을 통해 "연구진이 연구 기법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활용했는지 정말 놀랍다"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태계가 어떻게 발전하고, 공룡이 비공룡 경쟁자를 점진적으로 몰아낸 과정을 매우 독창적으로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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