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원짜리와 1000원짜리 너무 싸고 너무 많은 주식들 [자본시장 이야기]

이관휘 2024. 11. 3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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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싼 주식은 각각 165원과 52원이었다. 극단적인 가격변동성과 거래량을 보이는 동전주는 시장 건전성과 자본시장 발전을 해친다.
최근 미국의 증권거래소에서 주가가 1달러 미만인 동전주 상장이 급증했다. 사진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에 설치된 나스닥 전광판. ⓒREUTERS

비트브라더(Bit Brother)라는 회사가 있다. 나스닥 상장사다. 중국 국적 업체로 원래 차(tea) 판매가 주요 사업이었으나 2021년 암호화폐 회사로 탈바꿈했다. 2023년 12월27일,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회사 주식의 거래량이 폭증했다. 단 하루 동안 무려 35억 주가 거래되었다. 이 숫자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하면, 그날 상장사들 총거래량의 28%에 달했다. 그런데 이 거래량의 액수도 놀랍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겨우 35억원 정도였다. 1주당 1달러 수준에서 거래되었기 때문이다.

며칠 뒤인 올해 1월16일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사 펀웨어(Phunware)의 주식이 폭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운동 당시 사용된 앱을 개발한 회사다. 다만 이날은 ‘테마’가 있었다. 2024년 대선 재도전의 중요한 관문인 아이오와주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 이날 펀웨어의 거래량인 16억 주는 미국 총거래량의 12%에 달하는 수치였다. 주가도 다섯 배 이상 뛰어올라 무려(!) 42센트(달러가 아니다)에 도달했다.

이처럼 주가가 1달러 미만인 주식을 ‘동전주(penny stock)’라고 부른다. 최근 들어 미국의 증권거래소에서 동전주 상장이 급증했다(〈그림 1〉 참조). 2021년 초만 해도 겨우 10종목 남짓이었지만 2023년 말 557종목으로 크게 늘었다. 대부분이 나스닥 상장사(464개)다. 나스닥 상장 요건에 주가가 1달러 이상이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그랬다.

‘작전세력’이 끼어들기 좋은 동전주

동전주는 한국에도 많다. 2023년 말,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싼 주식은 각각 165원과 52원이었다. 주가 분포 하위 10% 주식의 경우 코스피는 1500원, 코스닥은 1200원 수준이다(〈그림 2〉 참조).

특히 코스닥 시장은 하위 30%도 주가가 주당 3000원에 채 미치지 못한다. 1000원 미만인 주식은 2023년 말 코스피 상장사의 5.24%, 코스닥의 7.34%에 달하며 기준을 2000원 미만으로 확대하면 각각 12.14%와 18.86%까지 크게 늘어난다.

주식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것(breaking the buck)은 보통 부정적 뉴스로 받아들여진다. 동전주들은 대개 낮은 수익성, 불확실한 비즈니스,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갖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회사가 파산 직전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보통 기관투자자들은 동전주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동전주는 개인투자자의 영역이다. 개인들이 동전주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는 가격에 부담이 없고 빠른 수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100만원짜리 주식 한 주를 거래하는 것보다 1만원짜리 주식 100주를 사고파는 것이 거래량을 늘리는 데 유리하다. 액수가 작아서 거래가 편한 데다 1만원만 있는 사람도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미국에서 동전주 거래량이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커지는 추세다(〈그림 3〉 참조). 2016년에는 전체 거래량의 2~3% 수준이던 것이 꾸준히 늘어 2023년에 처음으로 10%를 돌파하더니 올해는 14%를 넘어섰다.

올해 5월, 미국에서 거래량 최상위 주식 10종목 중 7개는 엔비디아나 테슬라가 아니라 동전주였다. 이들 중 이익을 내고 있는 회사가 없었는데도 그랬다. 이 중에서 ‘그린웨이브(Greenwave Technology Solutions)’라는 회사를 골라보자. 총주식 수가 5억8800만 주인데 5월 한 달 동안 ‘일일 평균’ 거래량이 무려 5억1000만 주에 달했다. 변동성도 엄청났다. 이 기간 동안 동전주들의 시가총액은 400만 달러와 그 40배인 1억5900만 달러 사이에서 출렁거렸다.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주가는 4배가 뛰어 16센트까지 올랐다.

동전주의 가장 큰 특징은 이처럼 극단적인(extreme) 가격변동성과 거래량에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기엔, 위험이 너무 크다. 동전주들은 금융위기 같은 재앙적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 투자금 전액을 날릴 가능성도 크다.

한국에서는 2015년 가격변동폭 제한을 30%로 확대한 것이 동전주들의 변동성 증대에 기름을 부었다. 슈넬생명과학이라는 회사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지만 무상감자 등 호재를 타고 주가가 날아올라 가격변동폭 확대 이후 무려 10배가량 폭등했다. 이후 ‘동전주 테마’라는 말이 유행을 탔다.

동전주는 투자자들이 해당 업체의 펀더멘털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밈(meme) 주식(스토리가 있는 주식)과 닮았다. 게다가 한국은 미국과 달리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월등히 큰 나라다. SNS를 이용한 붐을 만들기 쉬운 만큼 ‘작전세력’들이 끼어들기에도 용이하다.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주식 ‘리딩방’들의 폐해도 동전주와 연관시켜 생각해볼 수 있다. 리딩방에서 대형주, 예를 들어 SK하이닉스의 주가를 조작하기는 쉽지 않을 터이다. 그러나 동전주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선 동전주의 큰 변동성은 엄청난 수익률을 광고하기 쉽도록 판을 깔아준다. 100원짜리 주가가 100원 오르면 수익률은 100% 상승한 셈이다. 이런 숫자들이 입소문을 타면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주가가 싸니까 부담도 별로 없다. 거래량이 늘고, 변동성이 증가한다. 투자자들의 눈에는 대박을 터뜨린 자들만 계속 보인다. 실패한 투자자들이 자랑하고 나설 리 없으니 말이다. 너도나도 대박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어든다. ‘세력’으로선 굳이 끼어드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주식의 상장(listing)은, 대개 증권거래소가 ‘그 회사의 지분을 믿고 거래해도 된다’는 암묵적 승인을 내린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불량 기업들이 상장되면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역할(gatekeeper)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스닥이 동전주를 규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실효성은 의심스럽다. 예를 들어, 주가가 30거래일 연속으로 1달러 밑에 머물면 이를 해결하도록 유예기간 180일을 준다. 30거래일 중 단 하루라도 주가가 1달러 위로 오르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더욱이 유예기간은 다시 180일 동안 연장 가능하다. 추가 기간까지 지나면 회사는 상장폐지(상폐)에 대한 심사청구(appeal)를 제기할 수 있다.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거래소에서 평소와 마찬가지로 사고팔린다.

다른 방법도 있다. ‘주식병합’(reverse split)이다. 1주 가격이 10센트라면 이 주식 10주를 1주로 병합해, 주가를 1달러로 만들 수 있다. 회사의 펀더멘털엔 어떤 변화도 없는데 말이다. 앞에서 예로 든 비트브라더도 이 방법을 썼다. 이 회사의 주가는 2020년 초 이후 99%가 하락했는데 상폐를 피하기 위해 주식병합을 세 차례나 실시했다. 그린웨이브는 150주를 1주로 병합했다. 이런 주식병합은 2023년 495건에 달했다. 2022년의 288건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로, 최근 20년간 가장 빈도가 높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249건의 주식병합이 있었다.

비난에 직면한 나스닥은 최근 동전주 규제를 강화했다. 연장된 180일이 끝나면 나스닥이 아니라 장외(OTC)에서 거래되도록 했다. 또한 ‘이의 제기’를 통해선 상폐를 미룰 수 없도록 했다. 주가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이 문제를 적어도 1년 이내에는 해결하도록 강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주식병합 이후 1년 이내에 주가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즉각적으로 상폐를 경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아직은 뭔가 미흡해 보인다.

회사채 시장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

동전주들은 주로 시가총액(주가에 주식수를 곱한 값, 시총)이 작은 주식들이다. 2023년 말 미국 주식시장의 시총은 한국 돈으로 6경5330조원 정도다. 2560조원 수준인 한국의 약 25배 이상이다. 그러나 미국의 상장기업 수는 5700여 개로 2500여 개인 한국의 두 배를 조금 넘을 뿐이다. 한국에 시총이 작은 주식들이 아주 많이 상장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림 4〉는 거래소별 시총 분포(2023년 기준)를 보여준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하위 10% 주식의 시총은 각각 600억원과 325억원이다. 상장사로서는 터무니없이 작은 규모다. 중간값조차 코스피에서는 3000억원, 코스닥에선 1000억원 미만에 불과하다. 코스닥에선 상위 10% 주식의 시총도 4400억원 수준에 그친다. 다른 나라들에서와 달리 한국에선 시총을 계산할 때 자사주를 포함시키는데도 그렇다. 유망 기술주들에게 특혜를 주어 상장시키는 소위 ‘테슬라 상장’이라면 작은 규모의 시총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코스닥의 90%가 테슬라 상장일 리는 없지 않겠나.

작전세력들은 주로 시총이 3000억원 아래인 기업들을 노린다. 〈그림 2〉에 의하면, 이는 코스피의 절반, 코스닥의 80%가 작전세력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보통 코스닥을 많이 노려요. 당장 내일 망해도 탈 없는 회사가 있습니다. 그런 회사는 20억원 정도만 투입하면 별 탈 없이 작업이 끝납니다. 코스닥은 50억원만 있어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주식이 정말 많습니다(〈월간조선〉 2023년 10월호, ‘개미들을 농락하는 주가 조작꾼들의 세계’).” 등골이 서늘하지 않은가?

너무 작은 회사들이 너무 많이 상장되어 있다. 한국의 회사채 시장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메자닌(전환사채 등 주식과 채권의 특성이 혼합된 증권) 시장’이 왜 그렇게 혼탁한지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다(〈시사IN〉 제808호, ‘SM은 왜 전환사채를 발행하려 하나’ 기사 참조). 회사채는 담보 없는 신용거래인데, 저렇게 작은 회사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를 사줄 기관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니 툭하면 콜옵션과 리픽싱(전환사채의 전환가격 및 조건을 조정) 조건을 덕지덕지 붙이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큰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상장되면 폐지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18년부터 코스피에서 상폐된 종목은 25개뿐이다. 연평균 4개(상장사의 0.4%) 정도다. 코스닥은 같은 기간 76개가 상폐되어 연평균 12.6개(0.74%)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부도가 나기 전이라도 상폐가 결정되지만 한국에선 부도 난 회사조차 상장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니 상폐 직전에 주가가 급등하고 급락하는 이상한 패턴들이 자주 발견된다.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벤치마킹한 일본의 자본시장 개혁 프로그램에서는 거래소의 상장 요건 및 상장 유지 조건을 강화시켰다. 도쿄증권거래소(TSE)는 기존에 1부, 2부 등 5개로 나뉘어 있던 시장을 2022년 4월부터 프라임(대기업), 스탠더드(중견기업), 그로스(스타트업 등 작은 기업)의 3개 부문으로 재편했다. 허술한 상장 및 상폐 기준을 보완하기 위한 재편이다. 예를 들어 유통주식 시총은 10억 엔 이상이어야 기존의 1부 시장(대기업)에서 거래될 수 있었지만, 재편 후 프라임 시장에서는 이 기준을 100억 엔 이상으로 10배 키웠다. 신규 상장의 경우에는 시총이 1000억 엔 이상이어야 하는 조건도 추가됐다. 태생적으로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스타트업들을 위해서는 그로스 시장을 따로 두었다.

10월11일 닛케이225 지수를 보여주는 도쿄의 한 증권사 전광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AP Photo

시장 재편에 나선 지 2년 만에 일본 상장사의 20%가 퇴출되었다. 또 상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최상위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이른바 ‘경과조치’가 적용되는 기업 역시 70%나 줄었다. 이들은 경과조치 1년 내에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대기업이 아니라 중견기업이 상장되어 있는 스탠더드 시장으로 옮겨야 한다.

동전주와 시총의 문제는 시장의 건전성과 자본시장 발전에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밸류업’ 프로그램이 야심차게 추진되는 와중에도 이 이슈에 대한 논의를 찾기 어렵다. 밸류업의 핵심이 거버넌스인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렇다고 다른 이슈들이 묻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이 정당한 제 몫을 차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어떤 장치도 시장에 기생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동전주와 시총에 연관된 상장 이슈들이 무엇인지 토론하고 알아내 움직여야 할 때다. 일본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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