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내년 성장률 1%대로…"한은 실기" vs "가계빚 우선"
다시 부상한 실기론에 이창용 "1년 지나 평가를" 자신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놓쳐 경기 하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실기(失期)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0월이 아닌 8월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췄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내년과 내후년 경제 성장률이 전부 1%대로 전망된 데다, 5개월 만에 생산·소비·투자가 다 함께 뒷걸음질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한은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30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28일 개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10월에 이은 연속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연 3.00%로 운용되게 됐다.
기준금리 연속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임시 금통위가 소집됐던 2009년 이후 이번이 약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 전반의 온도가 차가워져 금리 인하가 시급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산업생산과 소매판매(소비), 설비투자는 각각 0.3%, 0.4%,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설비투자가 다 함께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는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실제로 한은은 11월 경제 전망에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전기 대비 1.9%로 제시했다. 내후년 성장률로는 이보다 낮은 1.8%를 내놨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우리 경기는 살아나기 어렵다는 암울한 전망에 해당한다. 2년 연속으로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 성장률 2% 선이 깨질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은이 제시한 분기별 성장 경로를 보면 우리나라 GDP 갭률(실제 GDP에서 잠재 GDP를 뺀 수치)이 양의 값으로 전환하는 시기는 올 상반기 예측했던 내년 초에서 내년 말로 확연히 밀렸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 성장 경로에는 하방 위험이 높다"며 "GDP 갭률은 마이너스 기록 중이고 성장 순환상 회복 국면에 진입 못 하고 하강 국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GDP 갭률 추정 시 플러스 전환은 내년 4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이 0.7%를 웃돌 경우에나 가능하다"며 "향후 인하에 대한 기대는 더 강화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한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쳐 경기 하강을 적절히 방어하지 못했다는 '실기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하 지연이 내수 경기를 냉각시켰다는 비판이 다수 제기됐다. 예컨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금리 인하 직후 "경제는 타이밍"이라면서 "8월 금리를 선제 인하하고 이번엔 동결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은은 실기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8일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8월 금리 인하를 쉼으로써 가계부채를 상당 부분 안정시키고 부동산 가격 상승 동력을 막았다"며 "금융 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해 자랑스레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통화정책 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 "1년 뒤에 평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금 당장은 체감되지 않을 수 있지만, 내년 말에는 한은의 결정에 이유가 있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하에 따른 성장률 제고 효과는 연간 0.07%P로 추산됐다. 지금까지의 금리 인하(10·11월 총 0.5%P)로 내년 성장률이 잠재치 이상으로 크게 뛰긴 어려운 상태다.
결국 내년 초 발표될 올해 4분기 성장률과 매달 공표 예정인 통계청 산업활동동향 등 경기 지표 추이에 따라, 한은의 금리 인하가 늦춰져 내수 냉각이 심화하고 경기 활성화가 불필요하게 늦춰졌다는 비판은 거듭 조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11월 금통위의 핵심은 국내 성장률이 2년 연속 1%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공식 전망"이라며 "내년 재정과 통화정책 간 공조가 적극 진행되지 않을 경우 경기 주체가 체감하는 성장 레벨은 1% 중반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고 내년 상반기(2월, 5월) 전망치의 추가 하향 역시 현실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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