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향해 무역전쟁 선제 공격… 이에 맞설 시진핑 카드는
中, 공급망 차단·환율 전쟁·주변국 동맹 강화로 대응
기술 자립·생산 기지 이전한 中 “영향 제한적” 주장도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임기가 시작되면 중국에 10%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한층 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에 어떤 카드로 대응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핵심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거나,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9일(현지시각) AP통신은 “트럼프의 첫 임기 관세는 경제 전반적으로 영향이 거의 없었지만, 이번 관세 위협은 다를 수 있다”며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이 말한 대로 실행할지 여부와 그 결과에 대한 잠재적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2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약 유입과 불법 이민에 대응하겠다며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 중국에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물리겠다는 공약에 추가 관세 의지까지 밝히자 중국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을 미국 펜타닐 위기의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라”고 했고, 차이나데일리는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위협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놓은 변명은 억지”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협의 의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하고, 중국과 협력해 상호존중·평화 공존·협력 상생의 원칙에 따라 중미 경제 무역 관계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공동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무역 전쟁이 확전될 경우 중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중국의 내년, 2026년 성장률을 각각 4.1%, 3.8%로 하향 조정했다. 루이스 쿠이즈 S&P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으로선 이 지역(중국)의 위험이 높다는 것만 확실히 알고 있다”라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HSBC 자산운용은 2025년 자산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시대에 중국은 내수를 더 늘려 성장 동력을 회복해야 한다”며 1조4000억달러(약 1952조5800억원)의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시진핑이 쥔 카드는 공급망 차단·환율 전쟁·주변국 동맹
중국이 트럼프와의 무역 담판에서 꺼내 들 유력한 카드 중 하나는 공급망 차단이다. 중국은 당장 12월 1일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이중 용도 물자 수출 통제 조례’를 시행한다. 이중 용도 품목은 민수용으로 쓰이면서 미사일·전폭기 생산 등 군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기술, 데이터 등을 뜻한다. 이를 위해 상무부는 지난달 15일 광범위한 이중 용도 물자 목록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필요에 따라 목록을 수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즉 상황에 따라 대폭 확대된 전략 물자 리스트를 내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 공급망 위력이 절대적인 만큼, 수출 통제가 강화하면 미국 관련 기업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도 중국은 첨단 반도체와 전자제품 등에 사용되는 갈륨·게르마늄의 해외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미국이 반도체 생산 장비 수출을 통제하며 중국을 압박하자 이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갈륨 공급량의 98%를, 게르마늄은 60%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유럽에서 해당 광물의 가격은 두 배 이상 치솟았고, 핵심 소재가 부족하다 보니 산업 현장은 생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환율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새 관세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최대 10~15% 용인할 수 있다고 봤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 경우 해외 구매자는 중국산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관세 인상으로 오르는 가격을 상쇄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2019년 대중국 고율 관세에 맞서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선 바 있다.
이에 대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환율 정책에 대한 지속적 입장은 위안화의 안정성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장 기반 접근 방식”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세계화된 경제 체제에서 외부 경제 정책, 특히 미국과 같은 주요 경제권의 정책 변화를 간과할 수 없다”며 “이런 측면에서 중국은 그 영향을 완충하고 완화하기 위해 필요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으로 인해 함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주변국과 공동 전선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최근 들어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 공을 들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를 해양에 방류했을 때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는데, 지난 9월 이를 점진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최근엔 한국과 일본을 ‘일방적 무비자’ 대상에 포함하기도 했다. 비자 발급 비용은 정부 수입원 중 하나인데, 이를 포기하면서까지 영향력 확대에 나선 것이다.
◇ 트럼프 1기·바이든 거치며 체력 기른 中… 영향 제한적 주장도
다만 중국 내부에서는 트럼프 1기와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면서 무역 제재에 대한 대응력을 길러온 만큼 관세 인상의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먼저 기술 자립도가 높아졌다. 중국 최대 통신업체인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70′ 시리즈에 6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제작된 자체 개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스마트폰의 두뇌) ‘기린 9100′이 탑재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 단적인 예다. 화웨이는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제재로 첨단 나노 공정이 필요한 외부 칩을 탑재하지 못하고 있는데, 지난해 내놓은 메이트60에 7nm 공정으로 자체 개발한 ‘기린 9000s’를 탑재해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중국 산업계가 생산 기지를 대거 해외로 옮겼다는 점도 트럼프 관세 영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은 미국의 1위 무역 적자국이지만, 그 적자 정도는 2022년 10월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이는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WTO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화물 수출은 3억3800만달러로, 2022년과 같은 14.2%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15년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번에 비해 트럼프의 관세 전쟁, 무역 전쟁은 더 이상 중국에 기습적 영향을 줄 수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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