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시즌 후 반전의 가을 보낸 ‘왕년 에이스’ 뷸러, 다저스 떠나 날아오를 수 있을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푸른 유니폼을 벗을 것이 유력하다. 뷸러는 과연 다저스를 떠나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LA 다저스는 뉴욕 양키스를 꺾고 2024년 메이저리그의 챔피언이 됐다. 2020년 단축시즌 이후 4년만의 우승이자 1988년 이후 첫 '풀시즌' 챔피언이 된 다저스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지막 5차전에서 1점차 세이브를 성공시키며 다저스의 우승을 확정지은 투수는 바로 워커 뷸러였다. 정규시즌 통산 한 번도 세이브를 기록한 적이 없었던 '선발투수' 뷸러는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통산 포스트시즌 첫 불펜등판에 나섰고 팀의 우승을 확정짓는 호투를 펼쳤다.
월드시리즈 5차전은 뷸러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던진 마지막 경기였다. FA를 앞두고 있었던 뷸러는 월드시리즈 종료 후 FA가 됐다. 이제 뷸러는 자유의 몸으로 새 팀을 찾고 있다.
사실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뷸러는 올해 풀타임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2022년 여름 우측 팔꿈치 부상을 당한 뷸러는 토미존 수술을 받아 2023시즌을 모두 쉬었다. 그리고 올해 5월에야 빅리그 마운드로 돌아왔다.
팔꿈치 부상에서는 회복했지만 올여름 엉덩이 부상으로 약 두 달을 결장한 뷸러는 올해 정규시즌 16경기에 등판하는데 그쳤다. 75.1이닝을 투구하며 1승 6패, 평균자책점 5.38을 기록했다. 9.1이닝을 소화하며 빅리그의 '맛'을 봤던 데뷔시즌 2017년(ERA 7.71)이후 최악의 수치였다. 타일러 글래스노우, 가빈 스톤 등 선발투수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뷸러는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수도 있었다.
3년 연속 부상에 시달렸고 정규시즌 최악의 성적도 썼다. 이제 30세가 돼 나이도 더는 어리지 않다. FA 시장에서 대박 계약을 따내기에는 너무도 불리한 조건이다. 부상 전 시즌인 2021년에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4위에 오른 특급 에이스였지만 이제는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시장은 '2018-2021시즌 95경기 564이닝, 39승 13패, 평균자책점 2.82를 기록한 특급 투수 뷸러'가 아닌 2022-2024시즌 28경기 140.1이닝, 7승 9패, 평균자책점 4.75에 그친 뷸러로 평가한다.
부상 전 시속 96마일 이상이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이제 1마일 이상 낮아졌다. 한때 29%를 넘었던 탈삼진율은 올해 겨우 18.6%에 그쳤다. 부상 전 포심 피안타율이 0.200 전후였던 뷸러지만 이제는 포심 피안타율이 무려 3할4푼이 넘는다. 패스트볼의 위력을 잃은 뷸러는 이제 더이상 예전의 강력했던 투수가 아니다.
하지만 끝까지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가을 무대에서 반전을 썼다. 뷸러는 디비전시리즈,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월드시리즈에 모두 출전했고 올해 포스트시즌 4경기(3GS)에 등판해 15이닝을 투구하며 1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60의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우승 반지를 꼈다. 디비전시리즈에서는 5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챔피언십시리즈와 월드시리즈에서는 합계 10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뷸러는 포스트시즌 패스트볼의 위력을 되찾았다. 정규시즌 17%에 불과했던 포심의 헛스윙 유도율이 포스트시즌에는 29%로 훌쩍 뛰었다. 비결은 '떠오르는 공'이었다. 정확히는 패스트볼의 낙차가 줄었다는 것. MLB.com에 따르면 정규시즌에 비해 포스트시즌 뷸러의 패스트볼 낙차는 약 1.8인치가 줄었다. 타자들 입장에서는 공이 더 떠오른다고 느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뷸러의 주무기 중 하나인 너클커브도 포스트시즌에서 각도가 훨씬 예리했다. MLB.com에 따르면 뷸러의 너클커브는 올해 정규시즌에 비해 포스트시즌 약 2인치 정도 변화량이 커졌다. 월드시리즈 5차전 9회말 오스틴 웰스와 알렉스 버두고를 삼진처리하며 경기를 끝낸 공도 바로 이 너클커브였다.
또 부상 전에 비해 사용 빈도는 줄었지만 여전히 위력적인 스위퍼까지 보유하고 있는 뷸러인 만큼 포스트시즌의 모습이 내년 정규시즌까지 이어진다면 충분히 반전의 시즌을 만들 수도 있다. 포스트시즌의 모습이 단기전 '반짝 활약'일 수도 있지만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해 드디어 기량을 되찾은 것일 수도 있다.
다저스는 블레이크 스넬에게 5년 1억8,200만 달러 거액 계약을 안기며 뷸러와 멀어졌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뷸러를 지켜보고 있다. 뷸러에게 당한 양키스를 비롯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등이 뷸러에게 관심이 있다.
물론 대형 계약을 따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단기 계약으로 건재를 증명한 뒤 다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과연 뷸러가 올겨울 어떤 선택을 할지, 내년시즌을 어떤 유니폼을 입고 어떻게 치를지 주목된다.(자료사진=워커 뷸러)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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