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등진 30억 건물주 일가족
주민 “남편 폐암 투병에 힘들어 해”
서울 송파경찰서는 삼전동의 5층 다세대주택(빌라)을 소유한 80대 부부와 5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전날 오후 5시 20분쯤 이 빌라 5층에서 80대 남편 H씨와 아내 S씨, 그리고 50대 아들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의 사인을 음독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고 외부 침입 등 타살 정황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유서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본지가 29일 만난 삼전동 이웃들은 노부부의 사망 소식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노부부가 소유한 빌라(7가구) 건물은 2015년 준공했다. 시가는 3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노부부 역시 기초생활수급자 등 복지 대상이 아니었다.
20년 넘게 노부부를 알고 지냈다는 한 주민은 “지난 23일 S씨를 만났는데 ‘남편이 폐암 판정을 받아서 죽고 싶다’고 하소연했다”며 “요새는 의술이 워낙 발달하고 노인들은 암세포 전이가 느리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줬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남편 H씨는 2년 전 위암 수술을 받았는데 이번에 폐암이 발병했다고 한다. 아내 S씨도 지난해 허리 수술을 받았고 남편이 언제나 휠체어를 밀어주며 극진히 간호했다고 한다. 노부부는 거동이 불편해 요양보호사가 종종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내 S씨는 최근에도 동네 꽃집이나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자주 들렀다고 한다. 매년 주변 사람들에게 봉숭아 모종 등을 선물해 별명이 ‘꽃집 할머니’였다고 이웃들은 말했다.
다른 이웃들도 “노부부는 평소 금슬이 좋았다” “자녀들도 부모를 병원에 항상 모시고 다니는 등 효심이 극진했다”고 말했다. 노부부 슬하에 3남매가 있다고 한다. 경찰은 50대 아들이 부모와 함께 숨진 이유를 집중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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