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아트 원류는 해학적 민화…악귀 쫓는 ‘삼목구’에 반했어
옛 그림과 만난 현대미술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조선 민화 ‘삼목구’ [사진 경기도미술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30/joongangsunday/20241130002412774vctv.jpg)
![현대미술가 김지평의 회화 ‘두려움 없이’(2014). [사진 경기도미술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30/joongangsunday/20241130020020516isvc.jpg)
삼목구는 저승의 삼목대왕이 이승에서 귀양살이를 할 때 취한 모습이라 한다. 삼목구를 그저 가엾은 유기견이라 생각하고 거두어 잘 보살펴준 사람이 있었는데 훗날 죽어 저승에 갔을 때 삼목대왕을 만나 지난날의 보답으로 수명 연장을 받고 이승에 돌아와 팔만대장경을 조성했다는 전설이 있다. 삼목구 그림은 악귀를 쫓아낸다고 해서 일종의 부적으로 그려졌다.
전시장의 다른 코너에는 현대미술가 김지평의 화려한 족자 그림 ‘두려움 없이’가 걸려 있다. 삼목구와 그것을 탄 여성의 하반신을 그린 것이다. 여성의 옷과 팔다리 문신에 우주적 문양이 가득한 것을 보아 일종의 여신인 듯하다. 민화 ‘삼목구’가 악귀를 쫓는 부적이었다면 김 작가의 그림은 초월에 대한 동경을 담은 판타지적 그림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김 작가는 민화에 담긴 “주류 미술사에서 벗어나 있는 전통 도상과 개념”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민화 ‘약리도’ 현대미술 ‘등용문’ 눈길
그 옆에는 책거리 그림에 영향을 준 중국의 다보각경도(각종 귀한 기물을 진열한 장식장을 그린 그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젊은 미술가 오제성(37)의 설치 작품이 있다. 그의 ‘다보각경도’에는 한국 산야에 흩어진 옛 조각들을 세라믹으로 재창조한 조각들이 진열되어 있다. 오 작가의 ‘금강산전도’도 있는데 겸재 정선의 동명의 걸작을 알록달록한 세라믹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경기도미술관은 이 ‘민화와 K팝아트 특별전’이 “전통 민화로부터 한국적 팝아트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참여 현대미술가들 대부분이 흔히 ‘팝아트’로 분류되는 작가들이 아니다. 한국에서 ‘팝아트’라고 하면, 작가가 창조한 만화적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대중문화 아이콘과 상표를 모티프로 사용한 알록달록한 작품으로 여겨지는데, 전시장에는 이런 작품들이 거의 없다. 심지어 김재민이 작가처럼 개념미술가로 분류될 만한 작가들도 있다. 덕분에 전시가 틀에 박히지 않고 흥미로우면서도 깊이가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현대미술가 이수경의 회화 '불꽃 변주 2023-2'(2023) [사진 경기도미술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30/joongangsunday/20241130020023835mjzy.jpg)
전시를 기획한 방초아 학예연구사는 “사실 참여 작가들을 섭외할 때도 ‘내가 팝아트 작가냐’라고 반문하는 작가들이 많았다”며 “팝아트를 서구 미술사를 통해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롭게 정의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민화적인 태도와 팝적인 태도의 교집합을 갖는 작가들을 선별했다”면서 “그 교집합은 당대 대중적 현실의 반영, 해학과 위트, 현세에서의 욕망 및 내세에 대한 기원 표현”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섭외 땐 “내가 팝아트 작가냐” 반문도
다른 쪽에는 현대미술가 이인선(52)의 ‘등용문’이 있는데 푸른 물빛 노방천에 뛰어오르는 물고기가 기계 자수로 놓여 있다. 그런데 물고기가 아이러니컬하게도 뼈만 남아 화석처럼 보인다. 계속 도전만 하다가 그대로 화석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이 작가는 자수를 이용한 작업을 오래 해왔는데, 그의 노트에 따르면 주한미군 상대로 모자와 재킷 등에 자수를 놓아주는 가게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경기대학교 소성박물관 소장 조선 민화 '호질도(虎叱圖)' [사진 경기도미술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30/joongangsunday/20241130020026965anae.jpg)
소설 ‘호질’은 호랑이가 선비와 양반의 위선을 폭로하고 조롱하는 내용이다. 반대로 ‘작호도’는 민초를 상징하는 까치들이 양반을 상징하는 호랑이를 희롱하는 내용이다. 이 그림의 호랑이는 조롱하는 쪽인가, 조롱 당하는 쪽인가? 호랑이는 선비의 갓과 담뱃대를 지니고 있으니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호랑이는 적반하장으로 ‘호질’을 일갈하고 있는 것일까? 보면 볼수록 흥미로운 그림이다.

그 옆에는 현대미술가 임영주(42)가 ‘심우도’를 현대적 상황과 결합해 동자 대신 중년 여성을 등장시킨 회화 연작이 있다. 임 작가는 현대인 대부분이 겉으로는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내심으로 믿거나 반신반의하는 토속 신앙과 무속이 현대인의 삶에 스며있는 현상을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그와 관련된 사진·영상 등 다른 매체의 작품들도 전시된다.
전시에는 이 외에도 이수경(61)·손동현(44)·백정기(43) 등 유명한 작가들부터 떠오르는 젊은 작가들까지 다양한 작가들을 다룬다. 내년 2월 23일까지 진행된다.
문소영 기자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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