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이재명 로펌’이 돼가는 민주당

이정민 2024. 11. 3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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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칼럼니스트
법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 예상을 뛰어넘는 무거운 형량(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내린 건, 선거 민의 왜곡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사건 핵심 증인인 김문기(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를 몰랐다거나 백현동 부지의 용도 변경이 국토부의 협박 때문이라는 등의 허위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유권자는 실제 선거 결과와는 다른 선택과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따라서 선거 과정에서의 거짓말을, 민심의 선택을 왜곡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로 본 것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다.

「 ‘허위사실 공표’ 삭제 법 개정 추진
불리한 검사 기피하는 법안도 발의
금배지 단 대장동 변호사들이 앞장
대의 실종, ‘이재명 구하기’에만 올인

민주당의 리액션은 상상초월이다. 아예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와 후보자 비방죄를 없애겠단다. 또 피선거권 박탈 기준을 현행 벌금 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리는 개정안도 냈다. 민주당은 개정 선거법이 이 대표에게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이재명 방탄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상쩍은 게 한둘이 아니다. 우선 개정안이 발의된 시점부터 묘하다. 부인 김혜경씨(14일)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15일)가 나온 날 각각 개정안이 발의된 게 우연이기만 한 것일까. 정치권에선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대표의 선거법 확정 판결 땐 허위사실 공표죄가 없어지게 되므로 유무죄를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져 범죄 자체가 없어지게 된다”며 “형사소송법상 면소판결(免訴判決) 조항(326조)을 이용한 교묘한 입법권 남용”이란 비판이 나온다. 대법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돼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이재명 구하기’를 위한 선거법 개정이라는 우회로를 찾아낸 것이란 의심이다. 그렇다면 가위 ‘신의 한 수’라 할만하다. 여론이고, 법리고 따질 것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고 보는 이들의 저돌적 습성과 탁월한 두뇌 회전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불씨는 지난 4월 총선 공천 때 잉태됐다. 이 대표는 당 안팎의 지탄과 반발에도 불구, 자신과 측근들의 변론을 맡은 전직 검사·변호사·판사를 대거 공천해 금배지를 달아줬다. 대장동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을 변호한 양부남·박균택 의원, 정진상 전 비서실장의 변호인이던 김동아·이건태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해충돌 방지라는 불문율을 깨고 ‘당 밖의 로펌(Law Firm)’을 아예 당안으로 끌어들였는데, 지금 보니 다 계획이 있었던 것 같다. 전문적 법률 지식으로 무장한 법 기술자들은 일반인들이 모르는 샛길·갓길·뒷골목·우회로를 찾아내는 데 선수들이다. 서로 자기 기량을 뽐내듯 검찰·법원을 압박하고 목 조르는 해괴한 법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검찰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고검장 출신의 이성윤 의원은 피의자가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는 특정 검사를 기피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검사 쇼핑’ 법안을 내놨다. 공범에게 유죄를 선고한 법관을 제척·기피할 수 있도록 하고(이건태 의원), 검사가 구속 수감자를 소환 조사하지 못하게 하는(김동아 의원)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말썽을 빚고 있는 이번 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사람 역시 전직 부장판사 출신으로 법원에서 주로 공직선거법을 다뤘다는 박희승 의원이다.

일선의 수사 검사들을 압박하려는 노골적인 탄핵안 남발은 검찰의 집단 반발을 사고 있다. 대장동·백현동 사건을 맡은 엄희준·강백신 검사, 쌍방울 대북 불법 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박상용 검사 등 현직 검사 10여명이 이미 탄핵소추안의 올가미에 걸려든 상태다.

사건 의뢰인에 대한 무죄를 받아내려 법을 고치고 검사·판사를 옥죄는 구차하고 좀스런 행태는 민주당이라는 공당이 거대한 ‘이재명 로펌’으로 변질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리민복, 공공복리의 대의는 실종되고 대표 1인의 안위와 사법 리스크 희석을 위한 자기 변론에만 몰두하는 ‘로펌 정당’이 됐다. 그럼에도 브레이크를 거는 희미한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회사든,개인이든,나라든 당사자가 자신과 주변 문제의 시시비비에 개입하고 재단하는 순간, 조직을 지탱해온 질서는 붕괴된다. 자신의 허물일수록 스스로 거리를 둬 개입을 삼가고 제3자의 판단에 맡기는 게 민주사회의 도덕률이다. 법관이나 친인척이 사건 당사자이거나 피해자일 경우 공정한 재판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법관을 재판으로부터 배제시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테다.

지금 이 나라의 황폐한 정치가, 가장 공정하고 가장 정의로워야 할 법률가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제1야당 대표는 말할 것도 없고, 윤석열 대통령은 부인의 특검 문제에 세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역시 검찰 출신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당원 게시판 댓글의 가족 개입 여부로 휘청대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희승 의원은 2016년 정치에 들어오면서 제법 멋진 말을 남겼었다. “저는 국민의 세금으로 생활하고, 가정을 꾸려온 사람이다. 판사는 국민이 키운 법률 전문가이고, 저의 경력은 오직 국민이 저에게 쥐어준 것이다.” 그러나 정치가 ‘사법화’를 넘어 ‘로펌화’로 변질된 데는 ‘국민이 키운 법률 전문가들’의 일탈이 한 요인이 됐다는 걸 부인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정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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