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지급해야 할 잔여 연봉이 ‘1조3473억원’, 그럼에도 닫히지 않는 다저스의 ‘지갑’···‘지급 유예’ 제도가 안겨준 여유
요즘 메이저리그(MLB)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구는 팀은 바로 LA 다저스다. FA 시장의 큰손을 자처하며 돈을 아낌없이 쓰고 있다.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다저스가 자금을 계속해서 쏟아부을 수 있는 이유는 ‘지급 유예(defer)’ 때문이다. 지급 유예란, 계약 기간에는 계약 총액의 일정 부분만 지급하고 계약이 끝나거나 은퇴 후 나머지 금액을 지급을 하는 방식을 말한다.
다저스는 지난 겨울 오타니 쇼헤이에 10년 7억 달러, 야마모토 요시노부에 12년 3억2500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안겼다. 여기에 타일러 글래스나우(5년 1억3650만 달러), 윌 스미스(10년 1억4000만 달러) 등에게 연장 계약까지 안기는 등 역사에 유래가 없는 돈폭탄을 쏟아부었다.
이 많은 돈을 투자함에 따른 경쟁균등세(사치세) 폭탄 또한 다저스를 강타할 듯 싶었지만, 다저스는 이를 지급 유예로 교묘하게 피했다. 오타니의 경우 7억 달러 중 97%에 해당하는 6억8000만 달러를 지급 유예하기로 하면서 다저스에 뛰는 10년간 연봉은 2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스미스 역시 1억4000만 달러 중 5000만 달러를 지급 유예하기로 했다. 오타니에 앞서 다저스에 와 계약을 맺었던 무키 베츠(12년 3억6500만 달러)와 프레디 프리먼(6년 1억6200만 달러)도 각각 1억1500만 달러, 5700만 달러가 지급 유예다.
이 지급 유예는 다저스가 이번 FA 시장에서도 제대로 써먹고 있다. 다저스는 지난 27일 왼손 투수 블레이크 스넬과 5년 1억8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역매체인 ‘오렌지 카운트 레지스터’에 따르면, 스넬의 계약 중 6500만 달러를 지급 유예했다고 한다. 이에 훗날 지불해야 하는 잔여 연봉은 무려 9억6500만 달러(약 1조3473억원)나 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훗날을 생각하면 구단이 딱히 유리할 것도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지급 유예는 이론적으로 ‘화폐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 같은 금액을 오랜 기간 나눠서 지불하면 통화 가치의 하락으로 실제 가치는 떨어지는 것이다. 지급 유예 역시 전체가 아닌 일정 금액을 길게 나눠서 지불하므로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실제 계약 가치는 떨어진다.
오타니의 계약은 10년 7억 달러이나, 이처럼 지급 유예로 인해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면서 실제 경쟁균등세 계산에는 연평균 4600만 달러로 계산된다. 여기서 주의할 것 한 가지는 계약 기간 동안 매년 받는 연봉이 200만 달러라고 해서 경쟁균등세 계산에 200만 달러가 찍히는게 아닌, 물가 상승률 등이 반영된 4600만 달러가 찍힌다는 것이다.
그래도 오타니의 계약이 경쟁균등세 회피에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만약 다저스가 오타니의 계약을 지급 유예하지 않았다면, 다저스는 오타니 외 추가 보강은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타니가 지급 유예를 받아들이면서, 다저스도 숨통이 트였다. 오타니 계약 시점에서 다저스의 페이롤은 2억1800만 달러로 1차 경쟁균등세 라인인 2억3700만 달러까지 1900만 달러, 1라운드 드래프트 픽이 10순위나 밀리는 3차 라인까지는 5800만 달러가 남아있었다. 어차피 경쟁균등세 지불을 각오하고 있던 다저스였는데, 오타니의 통 큰 양보로 최악까지는 피한 셈이 됐다. 여기에 지금 당장 써야 할 ‘실탄’까지 확보할 수 있게 해주면서 다저스가 적극적으로 영입을 이어갈 수 있게 했다.
지급 유예는 선수입장에서는 손해다. 그럼에도 오타니를 포함해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지불 유예를 받아들인 것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강한 전력의 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저스는 ‘슈퍼팀’을 만든 올해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다저스가 더 대단한 이유는, 훗날 지급해야 할 잔여 연봉으로 인해 재정에 막대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일찌감치 대비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미국 스포츠매체인 ‘더 스코어’는 다저스가 훗날 오타니에게 줄 잔여 연봉을 마련하기 위해 2026년부터 매년 4400만 달러씩 적립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계좌에서 나오는 이자로 오타니에게 매년 지급해야 하는 6800만 달러를 만든다는 생각이다. 이 매체는 “복리 이자의 마법이 작용할 것이다. 다저스는 이런 지불 유예를 통해 경쟁균등세 납부의 전액을 회피하는 것 외에도 재정적 유연성까지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저스의 이 방식이 앞으로도 계속 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지급 유예는 결국 빅마켓팀들만 유리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당초 MLB 30개 구단이 적어도 돈과 관련된 측면에서는 비교적 공정하게 경쟁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 경쟁균등세인데, 지급 유예로 인해 무용지물과 다름없이 돼버렸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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