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한 “한동훈, ‘공천개입 수사’ 김 여사까지 갈 수 있다 해”…친윤에 엄포
검, 대통령 부부 ‘기소’ 가능성 낮아
‘당원 게시판 의혹 제기’ 친윤계 겨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명태균씨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측근들에게 “검찰 수사가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까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한 대표가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새달 10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이 예정된 ‘김건희 특검법’의 처리 방침을 정할 것이라는 기류의 연장선상에 있는 발언이지만, 검찰이 실제로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를 ‘기소’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나온 얘기라 그 ‘진의’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한 대표가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명씨 수사에서 김 여사의 공천 개입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12월10일까지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최근 친한동훈계에선 한 대표가 명씨 관련 수사에서 뭐가 나올지 모른다며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왔는데, 그가 ‘김 여사 수사 가능성’을 직접 거론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해 온 한 대표가 재표결을 앞두고 최근 구체적인 언급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는 것을 두고 “검찰 수사로 국민적 압박이 거세지는 등 특검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 대표가 실제로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하고, 친한계가 재표결에서 대거 이탈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 지도부 또 다른 의원은 이날 “한 대표가 앞장서서 특검법을 통과시키면 나중에 ‘배신자 프레임’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 (특검법 찬성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로선 재표결을 앞둔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할 이유가 없기도 하다. 이 특검법의 수사 대상엔 윤 대통령 부부의 22대 총선 개입 의혹도 포함돼 있어,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대표도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친한계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이 특검법을 발의했을 때 “한 대표와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장동혁 최고위원이 당장 수사 대상이 될 텐데 어떻게 우리가 그걸 받느냐’고 공공연히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김건희 특검법 ‘찬성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듯한 한 대표의 최근 움직임은 친윤석열계를 겨냥한 정치적 ‘엄포’ 성격이 짙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 대표와 가족 명의로 당원 게시판에 적힌 윤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을 두고 친윤계의 비판과 의혹 제기가 거센 상황에서 ‘계속 이러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한 의원은 “당원 게시판 의혹으로 한 대표를 집요하게 끌어내리려는 불순한 세력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될 때가 됐기 때문에 한 대표의 발언이 달라진 것”이라며 김건희 특검법 관련 발언에 친윤계를 잠재우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의 김 여사 검찰 수사 가능성 언급은 특검법 재표결에 대비한 ‘표 단속’ 포석이기도 하다는 해석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공천 자료 등의 압수수색에 협조하면서 ‘윤 대통령 부부 방탄’을 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챙겼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이 윤 대통령 부부로까지 수사를 확대한다면, ‘검찰이 수사를 안해 특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근거를 잃게 된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판단이 4명의 이탈표가 나왔던 두번째 특검법 재표결 때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검찰이 윤 대통령 부부를 수사하더라도, 현 정부에서 이들을 기소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검찰 출신으로 이를 모를 리 없는 한 대표가 “검찰이 김 여사 수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부담없이 말할 수 있는 배경이다. 한 대표로선 이런 발언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한다는 이미지도 챙길 수 있다.
한 대표는 지난 10월10일 김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뒤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비윤계 재선 의원은 “한 대표 발언이 당에 혼란을 주고 있다. 지금은 이미지 정치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이번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면, 한 대표에게도 미래가 없다는 걸 본인이 제일 잘 알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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