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22마리뿐이었던 ‘캘리포니아 콘도르’가 돌아왔다

최우리 기자 2024. 11. 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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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 레드우드 원주민 유록 부족의 노력
2023년 5월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동물원의 콘도르 서식지에서 호프라는 이름의 캘리포니아 콘도르가 비행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

수리목의 대형 조류 ‘콘도르’의 이름은 잉카어로 ‘자유’를 의미한다. 머리털은 없지만 목에 털목도리를 두른 듯 솜털이 나 있고, 공중에서 하루에 320㎞까지도 비행할 수 있는 큰 날개가 특징이다. 날개폭 2.9m, 몸무게 1의 이 대형 조류의 최대 속도는 시속 80㎞이다. 페루 신화와 민속 작품 속에서 하늘을 상징하는 동물로 자주 등장한다. 생태계에서는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 ‘청소하는 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 안데스 산맥 인근 국가들에 주로 서식하는 안데스 콘도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취약종으로 지정돼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도 콘도르가 있다. 이 콘도르는 1982년 기준 22마리만 남았을 정도로 거의 멸종됐으나 2022년 기준 347마리(야생), 200여 마리(사육)가 살고 있다. 멸종 직전까지 갔던 콘도르는 어떻게 다시 돌아왔을까.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미국 서부 레드우드 국립공원 일대에서 생활하는 유록(Yurok) 부족의 적극적인 노력이 큰 몫을 했다고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콘도르는 왜 멸종 위기에 놓였나

유록 부족의 티아나 윌리엄스 야생동물부 책임자는 2022년 5월 100년 만에 그동안 사육해 온 콘도르를 야생으로 날려 보냈다. 그는 16년 동안이나 이 새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렸을 때 콘도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비극이었어요. 대화의 주제로도 말한 적 없죠. 우리 자신의 거대한 부분을 완전히 잃을 뻔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콘도르의 서식지는 미국과 멕시코 북부, 캐나다 서부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1982년 캘리포니아 콘도르는 단 22마리만 남았다. 납 중독과 불법 포획 및 살상, 살충제 사용으로 인한 부화의 실패 등이 멸종 이유로 꼽혔다. 게다가 청소동물인 콘도르가 탄약 조각이 들어있는 동물 사체를 먹으며 납 성분에 중독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탄약은 사냥꾼들이 쏜 것이었다.

야생 콘도르 복원에 도전과 개입의 성공

멸종위기에 놓인 콘도르를 복원하기까지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크리스 웨스트 유록 부족 수석 야생동물 생물학자는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당시에 진지하게 고려되었다고 말했다. 인위적인 개입을 하느니 자연적으로 이 종이 도태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주장이었다. 또 동물원에서 보호한다고 해도 울타리 안에서 번식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다행히도 콘도르는 사육장 안에서도 번식을 잘했다. 다만, 모든 야생동물을 복원하는 데에는 그 종만의 특성을 알아야 했기 때문에 매 순간이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웨스트는 설명했다.

2004년 야생에서 처음으로 새끼가 부화했다. 그간 주로 캘리포니아 중부나 멕시코 북부, 애리조나주 일대에서 복원이 이뤄졌는데, 유록 부족이 거주하는 레드우드 지역에서는 복원이 요원했다. 유록 부족이 방사 프로그램 등 복원에 나서면서 2008년 무렵 전체 야생의 콘도르가 사육상태의 콘도르 수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윌리엄스는 성과의 원인으로 지역 사회 교육을 꼽았다.

“콘도르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이 거대한 새가 우리 아이나 개를 낚아채 가는 건 아니냐는 질문도 있었죠. 콘도르는 날카로운 발톱이 없고 생태계의 청소새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전혀 필요 없어요.” 콘도르가 전처럼 자신들의 기도를 하늘로 전달하는 전달자로서 여겨지기 시작했다.

방사하기까지의 노력과 방사 순간의 감동

콘도르를 풀어주는 가장 좋은 시점은 생후 1년 반에서 2년 사이였다. 이때 어미새가 보통 새끼를 둥지에서 밀어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2022년 두 마리의 콘도르가 처음 자연으로 돌아갔다. 부족의 원로들은 첫번째 방사된 콘도르에게 ‘앞서 나간 사람’(the one who went out ahead)이란 의미의 “포인트”(Point)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두번째 새는 “네스퀵”(Nesquik)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는 ‘돌아온다’는 의미였다.

“가슴에 손을 얹고 하늘에서 그들을 바라보았어요. 다른 사람들이 다 떠날 때까지 버티다 압도적 장면을 보고 울었어요.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었죠.” 윌리엄스는 말했다. 전직 미국 산림청 직원이자 캘리포니아 콘도르의 복원 프로그램을 수립하는 데 관여한 생물학자 샌디 윌버는 “서식지에서 납 중독 관련 사전 평가를 강화하는 등 노력이 필요했다. 시간이 걸렸지만 준비를 잘 마쳤다”고 말했다. 유록 부족 자체적으로 4차례에 걸쳐 콘도르 18마리를 방사했다.

2013년 3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선임 콘도르 사육사 론 웹이 캔들링이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콘도르 알을 면밀히 검사하고 있다. 샌디에이고/UPI 연합

GPS 달고 떠난 콘도르들

위치추적기(GPS)를 단 18마리의 콘도르는 처음에는 사육시설 근처에만 머물렀다. 그러다 이내 반경 48㎞까지 탐험하는 듯했다. 점점 멀어져 반경 152㎞ 먼 곳까지 돌아다닌다. 윌리엄스는 “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된 시설에서 자랐던 어린 콘도르들이 비행 요령을 배우고 지형을 유리하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이 부족은 새들을 1년에 두 번 추적해 시설로 데려와 장착된 장비를 점검한다.

어쩔 수 없는 개입을 하기 때문에 ‘거대한 야생 동물원’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 부족은 잘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가능한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둠과 침묵 속에서만 콘도르들을 관찰하고, 동물 사체(먹이)를 줄 때는 램프를 켜서 콘도르의 시야를 방해한다. 인간과 음식을 연결시켜 순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다.

남은 과제, 납 성분의 탄약

야생 복원은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다시 먹이 섭취 과정에서의 납 성분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2012년 한 연구에서 야생으로 풀려난 콘도르의 혈액 샘플을 수집한 결과 전체 30%가 납에 노출돼있었다. 10여년이 지난 2023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

유록 부족은 콘도르 복원이 계속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여전히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탄약을 납이 들어있지 않은 성분으로 바꾼다면 힘들게 야생으로 돌아간 콘도르가 다시 멸종위기 상황에 놓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였다.

2022년 1월 19일 캘리포니아 트리니다드에서 트리니다드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림자 인형을 사용하여 피난처를 찾는 작은 새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유록 부족이 거주하는 보호구역 인근 학교에서는 부족 구성원들과 함께 문화적 뿌리를 강화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지역의 역사를 가르친다. 트리니다드/AP 연합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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