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한겨레 2024. 11. 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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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1억원을 넘어서 1억2000만원을 상회하고 있고,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대금이 코스피 거래대금을 추월할 만큼 열기가 높다.

사실 가상자산 시장에서 국내를 떠나 해외로 이동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국장을 떠나는 것보다 훨씬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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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요즘 국내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도널드 트럼트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주요 국가 중 국내 증시가 홀로 하락세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 중에서 국장(국내 주식시장)보다 수익률이 저조한 곳은 전쟁 중인 러시아 정도다. 전문가들은 ‘국장’ 엑소더스(탈출)를 부추긴 요인의 하나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을 꼽는다. 국장 탈출이 심상치 않자 정치권에서 뒤늦게 금투세 폐지를 선언했지만, 버스는 이미 떠나간 후였다. 한번 국장을 떠나간 투자자들이 언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국 떠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사한 사태가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가상자산 과세를 2027년으로 2년 유예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가상자산에 세금을 부과하기에는 아직 과세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게 이유다. 국민의힘은 여기에 더해 청년층에 대한 자산 형성 기회 제공 측면에서 과세 유예를 주장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과세가 이미 두차례나 연기된 바 있는데 또 연기하면 조세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드리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형평성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게 주된 이유다. 민주당은 대신 공제선을 연 250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올려 가상자산 거래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보완책을 제시했다.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찬반 양론 모두 나름 일리가 있다. 다만 가상자

산 시장이 현재 국내 청년 투자자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청년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이 자신들에게 유일하게 남은 ‘계층 사다리’라고 표현한다. 2030세대 입장에서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에 투자하기는 어렵고, 기성세대와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 가상자산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가상자산 과세에 가장 반발하는 것도 2030세대다. ‘가상자산 대통령’(Crypto President)을 자처하는 트럼프의 당선 이후, 잠시 이들은 환호와 희망에 휩싸였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1억원을 넘어서 1억2000만원을 상회하고 있고,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대금이 코스피 거래대금을 추월할 만큼 열기가 높다. 이런 가운데 가장자산 과세가 시행되면 청년 투자자들이 해외로 떠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실 가상자산 시장에서 국내를 떠나 해외로 이동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국장을 떠나는 것보다 훨씬 쉽다. 가상자산은 국경이 의미가 없고 단 몇 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국내 투자자들이 이미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고 있고, 해외 거래소로 떠날 것을 암시하는 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면 국세청이 국내 투자자의 소득을 파악할 수 없으므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지금 국내 주식시장 투자자들 사이에서 ‘아직도 국장 하냐’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온다고 있다. 코인 시장마저 ‘국장 엑소더스’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최단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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