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22년만에 '여기' 투자…시장과 '반대 행보'

임선우 외신캐스터 2024. 11. 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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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트럼프의 당선 이후 미국 증시를 바라보는 월가의 시선이 낙관적으로 바뀌었죠.

투자금이 몰리면서 장밋빛 전망이 가득한데요.

하지만 한 사람은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바로,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인데, 최근 달라진 그의 투자 움직임에서 어떤 힌트를 얻을 수 있는지, 임선우 캐스터와 짚어보겠습니다.

버핏 회장의 최근 투자 동향을 보면 흥미로운 변화가 있죠?

[기자]

22년 만에 채권 투자에 나섰습니다.

그간 쌓아둔 현금성 자산 대부분을 유동성이 높은 단기 채권, 미국 재정증권에 집중 투자했는데요.

9월 기준 채권투자액은 3천40억 달러, 우리 돈 420조 원을 돌파하면서, 주식 투자액, 2천716억 달러를 훌쩍 넘겼습니다.

22년 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처음 있는 일인데요.

버핏의 달라진 행보에, 시장에선 고평가 된 미국 증시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보유하고 있는 주식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있잖아요?

[기자]

크게 세 가지 변화가 있는데요.

먼저 버핏은, 그간 '보물'이라고까지 불렀던 애플 주식을 비롯해, 최애 은행주로 꼽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지분을 연거푸 팔아치우고 있습니다.

버크셔가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13F 보고서를 보면, 지난 9월 말 기준 애플 주식 보유 비중은 석 달 만에 25% 감소했는데요.

4분기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고요.

또 뱅크오브아메리카를 포함한 금융주도 비중을 대폭 줄였습니다.

특히 BofA는 오랜 기간 버크셔 최대 투자처 목록에서 2위 자리를 지켜왔고, 또 지난 몇 년 동안 버핏이 들고 있던 은행주들을 대거 매각했을 때도, BofA 주식만은 좀처럼 팔지 않아, 그야말로 최애 은행주로 꼽혀왔는데, 평소 "좋은 기업은 영원히 보유한다"던 버핏의 철학을 생각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입니다.

현재 버크셔는 7개 분기 연속 주식 순매도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주식을 판 만큼 현금도 쌓였을 텐데, 현금 보유량을 늘리는 건 왜 그런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눈여겨봐야 할 다음 포인트인데요.

당장은 현금을 그대로 쌓아두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산더미 같은 현금을 확보했는데요.

현재 1년 전보다 2배 늘어난 3천252억 달러, 우리 돈 450조 원이 넘고요.

전체 자산의 30%를 차지합니다.

이런 가운데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단기 국채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건데요.

전문가들은 버핏이 채권 투자자로 변신한 이유에 대해 주식 시장에서의 투자 매력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버핏 스스로도 최근까지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좋은 공에만 방망이를 휘두른다 언급했었는데, 과거 닷컴버블 때 구사했던 전략을 그대로 다시 꺼내 들고,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모습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닷컴버블과 같은 폭락에 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나요?

[기자]

실제로 미국 증시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버핏의 현재 행보나 최근 언급한 내용들을 보면, 22년 전과 똑 닮아 있습니다.

과거 닷컴 버블 당시에도 버핏은 채권 투자에 집중했었는데, 당시에도 투자 기회가 부족하다 한탄했었고요.

마치 지금 애플을 팔아치운 것처럼, 프레디맥의 주식을 모두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채권에 투자했습니다.

현재 S&P500 지수의 예상 수익률과 미국 장기 금리 차이 역시, 22년 전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실제 최근 스프레드는 0.13%까지 좁혀졌는데, 닷컴 버블 당시에도 주가가 높아 예상 수익률이 장기 금리를 밑도는 상황이 지속됐었습니다.

때문에 버핏은 고평가 된 주식보다 위험 없이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국채를 택한 셈이고요.

이후 찾아올 조정 때 좋은 기업들을 싼값에 사들일 기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업계는 버핏이 단기적인 시장 예측을 하지는 않지만, 버크셔가 22년 만에 처음으로 채권으로 뱃머리를 돌린 건 미국 주식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경고의 신호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버핏 말고도, 최근 미국 증시에 '불안 신호'가 떴다는 분석은 다른 곳에서도 나오기 시작했잖아요?

[기자]

씨티그룹은 미국 시장 심리를 측정하는 '레프코비치 지수'가 지난 몇 주간 급격히 상승해, 유포리아, 희열 영역에 진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지수는 현재 시장 흐름이 지난 2021년, 버블 붕괴 직전 당시 고점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시장의 낙관론이 과도해질 경우, 시장 과열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데요.

비트코인과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2021년 마지막으로 보였던 거품 수준에 가까워지자 버블 붕괴가 임박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펜 뮤추얼 자산관리의 조지 시폴로니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시장 광풍이 또다시 일어나고 사람들이 다칠까 봐 걱정된다"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 시장에는 한 달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열정과 거품'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시장 흐름이 워낙 좋다 보니까, 걱정은 무시되는 분위기에요.

당장은 낙관론이 넘쳐나죠?

[기자]

이번 주에도 기대감이 더해졌는데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재무장관에 월가 출신이자 온건파인 스콧 베센트가 지명되면서 강세장 전망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바클레이즈는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사이클이 지속되고, 실업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벤치마크 지수를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S&P500 전망치를 6600까지 높여잡았고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역시 미국 경제 성장 지속, 기업실적 개선,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를 기반으로 지수가 6500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앵커]

그중에서도 도이체방크가 가장 높은 수치를 제시했어요.

내년 말, S&P500이 7천 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어요?

[기자]

도이체방크의 빈키 차다 수석 글로벌전략가는 강한 투심에 따라 시장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S&P500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도 내년 1조 3천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고요.

그러면서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미국 주식의 수요와 공급 배경이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내년 S&P500 지수가 7천 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월가 대표 강세론자인 야데니 리서치 역시 한동안 미 증시 파티가 이뤄질 것이라며 도이체방크와 마찬가지로 7천 선을 제시했는데요.

앞서 살펴본 버핏의 행보와는 정반대의 전망들인데, 월가가 맞았는지, 버핏이 옳았는지는 내년 말이 돼야 알 수 있겠죠.

어쨌든 지금은 커진 증시 변동성 속에서 냉철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앵커]

임선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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