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토를 초속 10m로 투척…시멘트 없이 3D 프린팅 건물 짓는다
점토 등 자연재료만 사용…친환경 건축 대안 기대
재료를 층층이 쌓아 만드는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주택 건축은 공사 기간과 비용, 건축 폐기물을 줄이고 건물 형태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건축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여러 곳에서 3D 프린팅 주택 건설 사례가 나왔다. 미국의 3D 프린팅 건설 업체 아이콘은 텍사스 조지타운에 100가구 규모의 세계 최대 3D 프린팅 주택단지 완공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3D프린팅 주택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환경 문제 가운데 하나가 핵심 건축 자재인 시멘트다. 시멘트는 제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원료 채취에서부터 고온 가공, 운송에 이르는 전 공정에 걸쳐 화석연료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원료인 석회석을 1450도 이상 가열해 시멘트 주성분인 클링커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많이 나온다. 시멘트산업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8%나 된다.
시멘트를 쓰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3D 프린팅 건축 기술이 개발됐다. 시멘트를 쓸 때보다 강도는 조금 약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틈새 건축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점토 덩어리를 초속 10m로 투척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연구진은 최근 시멘트 대신 모래, 미사(실트, 모래보다 작고 점토보다 큰 토양 입자), 점토, 자갈 같은 자연 재료를 사용해 집을 만드는 ‘임팩트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건축 방식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재활용도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3D 프린팅보다 탄소 배출이 훨씬 적고 비용도 저렴하다.
임팩트 프린팅에서 시멘트와 같은 응고제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재료로 쓰이는 물질들이 서로 달라붙도록 해주는 점토다. 모래나 자갈은 강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재료의 혼합물만으로는 구조물을 지탱할 수 있는 강도를 구현할 수 없다. 연구진은 재료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혼합물을 로봇 굴삭기에 장착된 투척 장비를 통해 초속 10m의 빠른 속도로 쌓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점토로 만든 공을 위에서 아래로 패대기치듯 투척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재료가 받는 강한 충격(임팩트)이 재료들의 결합력을 더욱 높여준다. 따라서 이 공정은 콘크리트 3D 프린팅과 달리 재료가 응고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양생 과정이 필요없는 만큼 건축 공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또 점토 덩어리들이 쌓이면서 생긴 울퉁불퉁한 표면은 그라인더를 장착한 로봇 팔로 매끈하게 다듬어준다.
2층까지는 건축 가능할 듯…수년내 시장 진입 목표
연구진은 이 방식을 이용해 높이 3m까지의 벽체를 쌓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 구조물은 시멘트와 같은 화학첨가제를 쓰지 않고도 비슷한 무게의 다른 구조물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 강도가 세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여기가 한계다. 연구진은 이 방식으로 훨씬 더 높은 구조물을 제작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책임자인 로렌 베이시 박사는 “압축 강도는 약 2메가파스칼로 일반적인 콘크리트보다 낮다”며 “그러나 벽체를 세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2층까지는 하중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첨가제를 전혀 쓰지 않는 건 아니다. 연구진은 지금의 시멘트보다 덜 유해하고 재활용도 가능한 광물 안정제를 1~2%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는 첨가제나 안정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연구진은 그렇게 되면 구조물에 쓰인 재료들을 다시 건축에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임팩트 프린팅은 완전한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조만간 조립식 건축이 가능하도록 벽체 등을 사전제작하는 공장을 만들어 건축시장에 진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2025년에 회사를 설립하고 3년 안에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는 목표다.
임팩트 프린팅 기술은 2023년 적층제조 기술 경연대회인 3D 파이어니어 챌린지(3D Pioneers Challenge) 건축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07/978-3-031-39675-5_9
A Circular Built Environment in the Digital Age. Circular Economy and Sustainability.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친한, 김건희 특검법 ‘불가→유보’ 기류 변화…친윤 공세 방어용인가
- 이재명 “1020원→5500원, 아주 예쁜 삼부토건 그래프…전형적 주가조작”
- 뉴진스 “29일 자정 어도어와 전속계약 해지…광고·스케줄은 그대로”
- [영상] 명태균 “조은희 울며 전화, 시의원 1개는 선생님 드리겠다 해”
- 롯데호텔에서 밤에 페인트칠 하던 노동자 추락 사망
- 푸틴 “우크라, 핵 보유하면 모든 파괴 수단으로 저지할 것”
- ‘말라가는 지구’, 내년 3월 커피값 비상…선물 원두 가격 33% 폭등
- 근무시간에 ‘공짜 맥주’ 나오는 사무실? 일본엔 있네!
- 마산 앞바다에 비친 ‘각자도생 한국’ [.txt]
- 암보다 무섭다는 ‘고관절 골절’…눈길 엉덩방아 조심하세요 [건강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