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농장 방관만한 구청…시민들이 애써 살리자 "나가"
계양구청은 4년 동안 "개발제한구역, 철거하라"며 형사고소, 이행강제금 724만원 물려
행정소송 1심 "동물보호행위에 대한 과도한 규제" 보호소 승소, 2심서 결과 뒤집혀
아크 보호소 봉사하러 온 독일인 "지자체가 대안 없이 철거하라? 독일에선 있을 수 없어"

비좁은 뜬장에서 개 250마리가 다닥다닥 붙어 갇혀 살았다. 바닥은 뚫려 있어 한순간도 맘 편히 디딜 수 없었다. 거기로 대변과 소변이 빠졌고, 그 위에서 다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연명했다. 발바닥이 갈라지고 질병에 시달렸다. 그러다 단 한 번, 바깥에 나오는 날이 있었다. 도살돼 고기가 되는 날이었다.
1992년부터 2020년까지. 장장 30여 년간 인천 계양산에 있었던 '개농장' 얘기다. 2020년 봄. 우연히 거길 지나다 개 짖는 소릴 들은 인천시민 유희진 씨가 알렸다.
개농장이 있던 그 자리에 '보호소'가 생겼다. 이름은 '아크 보호소'. 시민들의 힘으로 지금껏 잘 운영되고 있다. 다 죽을뻔한 개 250마리가 살았다. 아프면 치료받았다. 좋은 보호자를 만나 입양된 개만 150마리(국내 10마리, 해외 140마리). 대형견 입양이 무척 어려운 걸 감안하면 거의 기적 같은 곳이 됐다.

지난 11월 14일. 외국인 3명이 계양산 아크 보호소에 왔다. 독일에서 온 버타와 레베카, 캐나다인 케먼. 아크 보호소에 남은 60마리 개들과 눈을 맞추고, 밥과 물을 주며 기뻐했다. 기뻐했던 건, 한국의 개식용 문화를, 이곳의 역사를 잘 알기 때문이었다. 레베카가 말했다.
"개들이 아프고 힘들었단 걸 알기에, 이렇게 도와줄 수 있단 게 좋았어요. 그래서 바라볼 때 무척 행복했습니다."

그런 아크 보호소가 철거 압박을 받고 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라 인천 계양구청(구청장 윤환)에서 전후 사정에 대한 감안 없이, 아무 대안도 주지 않고 철거하라 한다고. 또 형사고소를 하고 이행강제금 724만원을 물렸다.
독일인 버타가 놀라워하며 말했다.
"당연히 구청에서 대체재를 마련해주든가, 어디에 옮겨주든가 조치를 취해야지요. 무조건 철거하라고만 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만약 독일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겠느냐고 묻자 버타가 즉시 대답했다.
"네? 애초에 그런 문제가 있을 수가 없죠."

그 긴 시간 뜬장에서 학대당하는 개들에 대해, 계양구청 동물보호팀도 아무런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동물보호법 제34조다.
'시도 지사와 시장, 군수, 구청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동물을 발견한 때에는 그 동물을 구조하여 제9조에 따라 치료,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제2호 및 제3호에 해당하는 동물(피학대동물 등)은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하여 학대행위자로부터 격리하여야 한다.'

동물보호법상 피학대동물을 격리해야 할 의무는 명백히 계양구청에 있었다. 그러나 개농장이 있던 30년간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정작 개농장에 있던 250마리를 구한 건 시민들이었다. 시민이 발견했고,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협력해 개농장 주인에게 소유권을 포기하게 했으며, 이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운영과 봉사, 입양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아크 보호소 단톡방엔 482명이 모여 개들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와 사진을 나누며 새벽부터 새벽까지, 쉴 틈 없이 살리고 보호하려 지탱하고 있다.

긴급 상황에 시민 150여 명과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나섰고, 소유권을 포기시켰다. 개농장을 더 하지 않게 하는 조항을 넣어, 개농장 주인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3300만원을 건넸다. 가까스로 도살이 멈춰졌다. 250마리 개들을 어찌하나. 일단 구했지만 이후 방법이 막막했다.
처음 제보받은 건 2020년 늦가을이었다. 한겨울을 앞두고 개들이 다 얼어 죽게 생겼다고 했다. 그해 아크 보호소에서 봉사를 한 뒤 기사를 썼다. 그에 힘입어 비닐하우스 3동이 가까스로 세워졌다. 영하 날씨에도 목숨을 이어갈 수 있었다.

계양구청 지역경제과 동물보호팀은 여전히 구호 조치도, 지원도 없었다. 개들을 살려낸 시민들에게 '개 소유권'이 넘어간 거라 했다. 소유자가 있으니 유기, 유실 동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해당 구청 도시재생과 개발제한구역 관리팀은 아크 보호소를 형사고소하고 이행강제금을 물리기 시작했다. '형평성'을 들이 밀었다. 누군 물리고, 누군 안 물릴 수 없다고 했다. 개발제한구역에서 30년간 개사육과 도살을 방치한 이들의 말이었다.

1심 판결이 2022년 10월에 났다. 아크 보호소가 승소했다. 계양구청의 처분을 '재량 남용'이라고 봤다. 핵심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보호소는 기존에 개농장 주인이 설치한 뜬장을 제거하고, 개들을 추위와 더위 및 위험에서 보호하고자 메쉬휀스와 비닐하우스를 설치한 것. 피학대견의 구조와 보호라는 목적을 위한 것으로서 적절하고, 설치 형태와 범위도 고통스런 사육시설에서 보호시설로 변형한 데에 필요한 최소한에 그쳤다.'

'위 같은 행위로 토지 훼손이 더하였다거나 기타 위법하거나 부당한 피해가 발생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보호소 설치와 운영으로 가혹한 학대를 당하던 개들이 학대 피해에서 벗어나 적정한 보호와 관리 아래 생명 보호, 안전 보장 및 동물 복지의 혜택을 누릴 기회를 갖게 되었다.'
'개 사육장 철거로 발생할 수 있는 유기견들의 무질서한 야생화나 인근 주민 및 이용객들의 피해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2심에선 결과가 뒤집혔다. 철거 명령이 타당하다고 봤다. 동물 보호를 위한 활동이라도 법이 정한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판결한 거였다. 이에 현재 대법원 3심이 진행되고 있으며,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민간동물 보호소는 '가축사육제한구역' 예외 시설로 지자체 조례를 개정하도록 추진하겠다.'
'개발제한구역에 위치한 보호소는 시설 이전과 재건축을 지원하겠다.'

아크 보호소처럼 개발제한구역에 놓인 경우, 이전하거나 다시 지을 수 있게 '지원'하겠단 것.
그런데 그에 대해 어떤 지원도 하지 않은, 계양구청 동물보호팀에 재차 입장을 물었다. 보호소가 잘 이전하도록 지자체가 대안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해당 팀의 답변이다.
"아니, 자리가 없잖아요. 지금 인천시 동물보호소도 못 짓고 있잖아요. 사실 관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단체(아크 보호소)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요. 그래서 단체가 소중하기도 해요. 항상 감사드리고…."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렇죠. 그런데 관에서 하는 게 너무 없으니까 이제 여쭤본 거예요. 보호소를 고소하고, 이행강제금 물리는 것 말고는 사실 한 게 없어서요."

에필로그(epilogue).
2024년 10월 16일 오후 2시. 철거 압박만 하는 계양구청에 상황을 설명하고 호소하기 위해, 아크 보호소 대표 봉사자 5명이 계양구청을 찾았단다.
계양구청은 보호소를 철거하라는 건데, 거기 있는 개 60마리는 계양산으로 풀라는 얘긴지. 답답함을 호소하던 봉사자가 이 개들을 다 풀어버리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동물보호팀은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
"만약에 그렇게 하면 형사소송에 들어갈 겁니다."

동물보호법 제4조엔 지자체의 책임이 이렇게 명시돼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동물학대 방지 등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하여야 한다.'
시민들 손을 들어준 법원의 1심 판결문에도 같은 맥락의 문구가 있다.
'원고 시민모임의 보호소 설치와 운영은 국가, 지방자치단체나 국민의 위와 같은 법적 의무(동물보호법 제4조 등)에 부합하는 행위로 보이는 반면, 이에 대한 제재로서의 (계양구청의) 행정 처분은 도리어 위 의무와 상충할 우려가 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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