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더 미룰 수 없다'는 가상자산 과세, 주요국은 다 한다?

박현영 기자 2024. 11. 2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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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 등 주요국, 결손금 이월공제·주식 등 다른 자산과의 손익통산 허용
국내서는 작년에 5000만원 잃고 올해 5000만원 벌어도 세금 내야
비트코인 상징이 새겨진 동전 ⓒ AFP=뉴스1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 유예 여부를 놓고 여야가 막판 줄다리기 중인 가운데, 미국·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과세를 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들이 모두 세금을 매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단,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과세안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투자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 결손금 이월공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현재 확정된 과세안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으로 5000만원 손실을 보고, 올해 5000만원 이득을 얻었을 경우 올해 얻은 이득에 대해 22%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이에 이월공제 등 제도적 개선 없이 가상자산 과세를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 각 당 입장 어떻게 다른가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놓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추가 유예 없이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 공제 한도만 기존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높이는 안을 제시했다.

본래 내년 시행을 앞둔 소득세법 개정안은 연간 250만 원이 넘는 가상자산 매매 수익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시 22%)의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과세는 예정대로 시행하되, 여기서 공제액만 5000만 원으로 올리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를 2년 더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여야는 지난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산하 소소위원회에서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재차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더해 정의당·노동당·녹색당 등 진보정당 3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민주당식 절충안' 없이 기존 방식(2025년 1월 1일 시행, 공제한도 250만원)대로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주요국은 가상자산 과세 어떻게 하나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 없이 강행해야 한다는 근거 중 하나는 주요국이 이미 과세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은 이미 가상자산 매매로 얻은 수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고 있다.

각국 가상자산 과세안. 출처=자본시장연구원

우선 전 세계에서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의 경우, 가상자산 대여소득은 일반소득으로 분류해 종합과세하고 양도소득은 자본이득으로 분류해 분류과세한다.

이 때 통상 가상자산 투자를 통해 얻는 양도소득은 '자본이득'이기 때문에 다른 투자 자산과 손익 통산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으로 5만달러를 벌고, 주식으로 5만달러를 잃으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결손금 이월공제도 무기한 가능하다. 지난해 가상자산으로 5만달러를 잃고, 올해 5만달러를 벌었다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장기 투자와 단기 투자를 구분지은 것도 특징이다. 1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할 경우 세금을 크게 감면 받을 수 있다. 장기 투자 시 개인 기준 공제 한도는 4만4625달러(약 6212만원)다. 장기 투자 공제 한도는 민주당 과세안의 5000만원보다 높은 셈이다. 단, 1년 미만 단기 투자 시엔 소득 수준에 따라 최소 10%에서 최대 37%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영국과 독일도 미국의 과세안과 비슷한 면이 있다. 영국도 가상자산 양도소득을 자본이득으로 분류해 분리과세한다. 다른 자산과의 손익통산과 결손금 이월공제도 가능하다.

독일은 가상자산 양도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했다는 점은 다르지만, 장기 투자 시 과세를 면해준다. 또 세금을 내야 하는 1년 미만 단기 투자의 경우, 결손금 이월공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일본만이 국내 과세안과 비교적 비슷한 편이다. 가상자산 양도 및 대여 소득을 모두 잡소득으로 분류하고 종합과세한다. 공제 한도도 20만엔(약 182만원) 정도로 낮으며 손익통산과 이월공제는 안된다.

단, 종합과세이므로 다른 소득과 합산해 세율을 계산한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다르다. 또 일본 정부는 가상자산 투자자의 재정적 부담을 낮출 목적으로 현재 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과세안, 주요국과 뭐가 다른가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과세안과 비슷한 방식으로 세금을 매기고 있는 곳은 일본뿐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와 국내 과세안은 '손익통산'과 '이월공제' 면에서 크게 다르다.

국내는 가상자산 양도소득과 대여소득을 모두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분리과세한다는 방침이다. 기타소득이므로 주식 등 다른 자산과의 손익통산은 불가능하다. 주식으로 5000만원을 잃고, 가상자산으로 5000만원을 벌어 실질적인 소득상 변화는 없는데도 가상자산 수익에 대한 세금은 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월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난해 5000만원 손실을 보고, 올해 5000만원을 수익을 내 실질 소득에 변화가 없어도 올해 수익에 대한 세금은 내야 한다.

따라서 공제 한도가 5000만원으로 상향되더라도,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과도한 세금을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성희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손실 이월이 가능하도록 해서 누적으로 총 이득을 따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월공제가 안 되기 때문에 실질 소득에 변화가 없는데도 과도하게 세금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상자산 매매 수익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 것도 명확한 기준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봤다. 수시로 소득이 발생하기 때문에 양도소득과도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가장 비슷한 것은 금융투자로 발생하는 소득을 뜻하는 '금융투자소득'인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최근 폐지가 확정됐다.

안 교수는 "가상자산 소득은 금융투자소득과 가장 성격이 유사한데 금투세가 폐지됐다"면서 "현재로서는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를 하더라도, 이월공제를 가능하게 하고 공제 한도를 상향해서 분류과세하는 것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고 말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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