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새 '재표결→폐기' 법안만 10개…野주도 양곡법·국회법도 폐기되나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과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 등 농업 관련 4개 법안이 야당 주도로 강행처리됐다. 이들 법안은 정부·여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여야 극한 대치 속 야당의 힘자랑식 법안 강행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또다시 반복되는 셈이다. 22대 국회 개의 후 6개월간 이렇게 폐기된 법안만 10건에 달하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날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마감 기한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한 경우 예산안 등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는 것을 막는 '국회법 개정안'을 재적 의원 272명 중 찬성 171인, 반대 101인으로 통과시켰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반대했지만 과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민주당은 현행법이 국회의 예산·세법 심사 권한을 침해한다며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개정안에는 국회법 제85조의3의 제목 중 '자동 부의'를 '부의'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됐다.

임광현 의원은 이날 표결에 앞서 "2012년 개정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 물리적 충돌은 개선했지만 예산과 세법에 대한 국회의 심사권은 약화시켰다"며 "현행법은 '정부 예산안 세법 프리패스 제도'"라고 했다. 반면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반대토론에서 "민주당이 강행하는 자동부의제 폐지 개정안은 국회를 다시 10년 전의 깜깜이 속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과반 의석을 무기로 국정을 흔들고 민생을 볼모로 민주당의 이득을 취하려는 '국가예산 발목잡기법'"이라고 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연히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이 행사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양곡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등 4건의 법안도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양곡법 개정안은 정부의 쌀값 폭·등락 시 의무 매입과 양곡가격안정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양곡가격안정제도는 쌀값이 평년 가격 미만으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농안법 개정안은 가격이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전액 또는 일부를 보전하는 농산물 최저 가격 보장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해당 법안이 상임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되자 "(4개 법안은)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4법'"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양곡법은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는데, 이번에도 송 장관은 대통령 재의요구권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본회의에선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특검 수사가 결정돼 특검후보자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여당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설특검 후보 추천 규칙 개정안'도 여당 반대 속 통과됐다. 해당 규칙안은 법률안과 달리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날 통과된 규칙 개정안과 상설특검 추진은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무력화하고 김건희 여사 사법리스크를 부각하기 위한 압박 조치로 해석된다. 여당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야당이 틀어쥐기 위한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꼼수"라고 반발했다.

22대 국회가 개의한 지 6개월이 다 돼오는 가운데 민주당 등 거대야당이 쟁점법안 처리를 강행하고, 대통령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에서 폐기되는 거부권 정국이 변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말 22대 국회 개원 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와 폐기된 법안은 두 번째 채상병 특검법, 방송4법, 두 번째 노란봉투법, 25만원 지원법, 두 번째 김건희 특검법,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10건이다.
다음달 10일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이 재표결 예정인 데다 이날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과 양곡법 등 4건 역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유력해 폐기되는 법안 건수는 15건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재표결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고, 3분의2 미달시 폐기된다.
여야간 정쟁이 극심해지면서 상임위 단계부터 여야간 협상 과정이 생략되고 야당이 의석 수로 밀어붙이는 풍토가 일상화된 데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24시간 안에 중단될 수밖에 없어 소수여당은 대통령 거부권에 기대는 구도가 반년 동안 지속된 것이다. 여야 힘겨루기에 국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권을 스스로 훼손하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단 지적이 나온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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