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한 달···전국 교수 5300명이 ‘정권 퇴진’ 외쳤다
전국 대학가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28일 서울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나서면서 전국 각지에서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연구자가 5300명을 넘겼다. 개별 대학과 기관의 시국선언을 포함해 최소 94개 대학 교수·연구자들이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 교수들은 이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야 한다”며 “한국 사회의 장래를 위해서 그의 사퇴는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시국선언문엔 서울대 소속 교수·연구자 525명이 이름을 올렸다.
교수들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며 이태원 참사, 채 해병 사망사건, 의료대란, 국가연구개발 예산 삭감 등을 언급했다.
이어 “정부의 실정보다 더 심각한 것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붕괴”라며 “언론의 권력비판 기능과 국민의 인권과 알 권리를 지켜야 할 민주주의 시스템이 오히려 언론과 국민의 비판 목소리를 틀어막는 데 악용되는 일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의 거듭되는 실정과 실책, 그로 인한 혼란의 뿌리에 대통령과 부인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와 자의적 남용이 있다”며 “국정의 난맥상과 국가정체성의 위기, 권력 남용과 사유화, 국정농단, 법치를 악용한 민주주의 유린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책임지는 자세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고 늘어놓은 안하무인의 무성의한 기자회견은 오히려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았다”고 했다.
이들은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으로 시국선언에 나섰다고 했다. 시국선언 도입부에서 “윤석열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제자들의 대자보가 양심의 거울처럼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며 “서울대가 ‘영혼이 없는 기술지식’을 양산해 온 것은 아닌지 참담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회견에 나온 교수들은 현 정권을 ‘후안무치’라고 정의했다. 김백영 사회학과 교수는 “최고권력자가 민주주의 가치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하는 발언을 하며 정당한 절차가 훼손되고 있는 상황에 분노가 크다”며 “염치없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에 대한 분노도 크다”고 했다.
정용욱 역사학부 교수는 “지금 대학사회에 몸담은 분들 중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몇 분이나 되겠냐”며 “서울대에서 525명의 교수·연구자가 참여한 것은 서울대 시국선언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민주주의가 안착할 줄 알았는데 10년도 채 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세상이 오히려 역행한 데 대한 우리 사회의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가천대 교수노조가 시국성명을 발표한 이후로 전국에서 시국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이날 시국선언을 발표한 덕성여대 교수 40명을 포함하면 전국 교수·연구진 5300명이(소속 기관 달리해 참여한 경우 일부 중복)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균배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시국선언이 중요한 이유는 이제까지 냉소하고 있던 시민들을 공론장으로 불러내 뜨겁게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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