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 떠난 디큐브시티, 스타필드 빌리지 품나…주민 반발에 ‘운명의 갈림길’
용도변경 여부 최대 변수…“불발 시 장기 공실에 상권 침체 우려”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이 신도림 디큐브시티의 새로운 미래로 신세계그룹의 ‘스타필드 빌리지’ 유치를 추진한다. 하지만 백화점 폐점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집단 시위가 이어지면서 용도변경 불발로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은 내년 6월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입점 점포들에 퇴점 통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신세계프라퍼티와 디큐브시티 저층부(지하 2층~지상 1층)에 스타필드 빌리지를 도입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영업면적 1만7099㎡ 규모로 조성되는 스타필드 빌리지는 2027년 하반기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10년 장기 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상호 협의를 통해 5년 단위 연장도 가능하다. 스타필드 빌리지는 신세계프라퍼티가 스타필드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보이는 도심형 쇼핑몰 브랜드다. 기존 교외형 대형 스타필드와 달리 도심에 적합한 형태로 개발해 지역 상권과 상생하는 커뮤니티형 상업시설을 표방한다.
하지만 디큐브시티의 미래가 순탄치만은 않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 폐점 소식이 알려진 후 일부 서울 구로구 주민들은 연일 집단 시위를 벌이며 용도변경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구로구 유일의 백화점이자 랜드마크 시설을 포기할 수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 반발로 진행 중이던 인허가 관련 프로세스도 중단된 상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저층부의 스타필드 빌리지와 함께 상층부(2~6층)는 업무시설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인 설계사 겐슬러와 협업해 미래지향적 복합 업무·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구상이다.
용도변경이 불발하면 시설은 판매시설 용도로만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신세계프라퍼티는 입점 철회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MOU 단계인 점도 용도변경 변수를 고려했을 공산이 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도심 스타필드 전략에 비췄을 때 현재 디큐브시티 입점 계획은 스타필드 빌리지가 추구하는 입지, 규모, 컨셉 등에 최적화된 조건”이라며 “현재 MOU 절차서 디큐브시티 상층부가 용도변경 불발로 공실이 된다면, 상권 공동화 우려로 계획을 원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용도변경 불발로 스타필드 빌리지가 입점을 철회해도 대규모 판매시설을 대신 채울 백화점 유치가 사실상 요원하다는 점이다.
서울 서남부 지역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여의도 더현대 등이 백화점 상권을 분할한 상태다. 여기에 이커머스 성장으로 백화점은 신규 출점을 멈춘 반면, 스타필드와 같은 복합쇼핑몰이 체험형 매장과 다양한 F&B 콘텐츠로 인기를 끌며 신규 출점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매출 하위권 부실 점포 10여곳을 두고 매각·폐점을 포함한 자산효율화를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새로운 복합쇼핑몰 브랜드로 ‘타임빌라스’를 공개한 상태다. 현대백화점은 신도림점과 부산점 영업을 종료 예고했고, 지난 9월 복합쇼핑몰 ‘커넥트현대 부산’을 개장했다.
결국 용도변경이 불발될 경우 대형 판매시설 공실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타필드 빌리지라는 대안이 무산되면서 지역 상권 전체가 침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용도변경이 안 되고 스타필드 빌리지까지 놓쳐서 시설이 장기간 공실로 남는다면 주변 상권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지스자산운용이 백화점 철수를 반대하는 주민을 빠르게 설득하지 않으면, 신도림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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