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내린 '무거운' 눈에 피해 '눈덩이'…29일 눈 또 온다

이채린 기자 2024. 11. 2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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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에 폭설이 내린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틀새 수도권에 기록적으로 내린 눈으로 전국 곳곳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이번 폭설은 무게가 무겁고 지역별로 적설량 차이가 있는 게 특징이다.

눈은 28일 밤 수도권에서 점차 그치지만 28일부터 기온이 다소 떨어지면서 이미 쌓인 눈이 많아 얼어붙어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29일 오후에 다시 일시적으로 눈이 내릴 전망이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27일 기준으로 수원에서 역대 가장 많은 눈이 쌓였다. 일최심적설 극값 1위를 경신한 것이다. 일최심적설은 하루 중 눈이 가장 많이 쌓였을 때 적설을 말한다. 이런 개념을 사용하는 이유는 눈은 쌓인 뒤 녹기도 하기 때문이다. 27일 적설은 서울 일최심적설 극값의 6위도 경신했다. 

서울에 이례적으로 많은 눈이 쏟아진 원인은 한반도에 '절리저기압'이 정체했기 때문이다. 절리저기압이란 대기 상층의 매우 빠른 바람인 '제트기류'로부터 분리된 저기압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소용돌이를 말한다. 몽골 북쪽의 차가운 공기를 한반도 쪽으로 빠르게 가져오는 역할을 하며 대기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든다.

절리저기압으로부터 내려온 영하 40℃의 공기가 여름과 가을에 받은 열이 아직 식지 않아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면서 '해기차(대기와 바닷물 간 온도 차)'에 의해 눈구름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절리저기압이 눈구름대를 수도권으로 끌고 오며 이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다. 

이번에 수도권에 내린 눈은 무거운 '습설'이다. 습설은 수증기를 많이 품은 눈으로 수증기를 적게 품은 반대 경우인 '건설'에 비해 높은 온도에서 만들어진다. 건설은 눈 내리는 구간이 영하 20~10℃, 습설은 영하 5~영상 0℃일 때 만들어진다. 눈이 형성되기 시작한 26일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은 각각 8.6℃와 8℃였다.  

게다가 따뜻한 서해상으로부터 많은 수증기가 공급되고 있는 상태라 습설이 만들어졌다. 올 여름 평년에 비해 3~4℃ 높았던 서해상 해수면 온도는 겨울철에도 평년에 비해 1~2℃ 높다. 기상청은 "해기차가 17도 이상 벌어지면 많은 눈이 내린다"면서 "현재 해기차가 25~28도라 강한 해기차 구름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습설은 일반적으로 건설보다 2∼3배 무겁다. 습설의 중량은 1㎥당 300kgf(킬로그램힘)으로 건설(150kgf)의 2배로 본다. 이번 폭설로 시장 지붕이 붕괴되고 지하주차장 입구가 붕괴되는 등 사고가 일어난 것도 눈의 무게가 상당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수도권에 내린 눈의 또 다른 특성은 국지적이라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7일 적설량이 서울시 구별로 최소 4cm에서 20cm까지 차이가 난다. 구별로 관측 지점의 고도가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은 "수증기가 얼음이 되는 0℃ 경계에서 눈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고도가 달라지면 기온이 1~3℃ 차이가 나는데, 작은 차이라도 주변 기온이 0℃보다 높아지면 비가 내리고 0℃보다 낮아지면 눈이 내리기 때문에 지역별로 적설량에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서해상 해수면 온도가 평년에 비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이같은 습설과 국지적인 특성이 올 겨울 내내 유지될 개연성이 있다면서도 다양한 변수가 날씨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단언할 수는 없다고 했다. 

29일 밤부터 절리저기압이 동쪽으로 빠져나가면서 눈이 그칠 예정이다. 강원남부 내륙산지와 제주도산지는 각각 10cm, 15cm의 눈이 29일 새벽까지 내릴 수 있다. 29일 주기적 상층기압골이 통과하며 비 또는 눈이 일시적으로 전국에 내린다. 중부내륙은 1~5cm의 눈이 내릴 전망이다. 30일 새벽에는 해상구름대가 전라지역에에 유입되며 비가 내린다. 

문제는 28일부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28~30일 최저기온이 영하로 유지될 정도로 기온이 평년에 비해 낮다. 전날 쌓인 눈이 얼어 붙어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이후 점차 기온을 회복하고 다음 달 2일 따뜻한 공기가 한반도에 유입되며 평년 수준의 기온을 유지한다. 

기상청은 당일을 포함해 최대 4일째까지의 날씨를 예보하던 단기예보 기간을 최대 5일째까지로 연장한다고 28일 밝혔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오늘이 월요일이라면 목요일까지의 상세 예보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금요일까지의 상세 예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먼 미래일수록 예측 불확실성이 커지는 날씨예보의 특성과 과학기술의 한계를 감안해 5일째 예보에 포함된 강수량·신적설·풍속 정보는 정량적인 값을 대신해 정성적인 정보로 제공된다. 시간당 2㎜가 아닌 약한 비 등으로 제시된다는 말이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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