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스폰서' 김한정, "'오빠 전화 왔죠?' 김건희 육성 나도 들었다"
뉴스타파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스폰서로 알려진 김한정 회장과 강혜경 씨가 통화한 녹음파일 일체를 입수해 보도하고 있다. 두 사람의 통화에서 김 회장은 "명태균이 1천 개의 녹음파일을 갖고 있는 것을 봤다"면서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목소리도 들려줬다"고 말했다.
존재 자체가 논란인 김건희 여사의 "오빠 전화 왔죠?" 육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는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보궐선거 때 공천을 받기 직전 김 여사가 명 씨에게 전화를 걸어 공천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이른바 '오빠 파일'은 대통령 부부의 '공천 관여' 의혹을 풀 수 있는 핵심 증거로 꼽히지만, 명 씨는 김 여사가 '오빠'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며, 녹음파일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다.
이런 가운데 오세훈 관련 여론조사 비용 3,300만 원 대납 의혹을 받는 김한정 회장이 '오빠 파일'의 존재를 확인해준 것이다. 지금까지 '오빠 파일' 육성을 들어봤다고 증언한 사람은 강혜경 씨(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와 김태열 씨(미래한국연구소 소장) 두 사람뿐이었다.
김 회장이 '오빠 파일'에 대해 발언한 시점은 강혜경 씨가 언론에 최초 증언한 시점보다 16일 앞선다. 언론에 기사 한 줄 나오지 않았을 때였으니, 김 회장이 '오빠 파일' 내용을 창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잊혀진 김건희의 "오빠 전화 왔죠?" 녹음파일...존재한다면 '스모킹건'
'오빠 파일'의 존재는 지난 9월 26일 뉴스토마토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당시 기사 내용은 익명의 제보자가 "명태균이 업무 보고 차 김영선 의원의 지역 사무실을 방문한 창원시청 공무원들에게 김건희 여사와 통화한 음성 녹음을 스피커폰으로 들려줬다"는 내용이었다. 익명의 제보자는 강혜경 씨였다.
이후 강 씨는 지난 10월 21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명태균과 통화하는 김건희 여사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강 씨는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명태균이) 김 여사 음성을 스피커폰으로 증인 있는 데에서 튼 적이 있는가?”라는 질의에 “그렇다”라며 “그중에 하나가 '오빠 전화 왔죠? 잘될 거예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오빠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칭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명태균 씨는 김 여사의 ‘오빠 발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3일 명 씨는 CBS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서 “공무원들 앞에서 (김 여사) 녹음을 틀면 공무원들이 가만 있겠냐”며 "오빠라는 녹음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강혜경 씨가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다.
만약 '오빠 파일'이 실제로 존재하고, 검찰이 이를 확보한다면 '명태균 게이트'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오빠 전화 왔죠? 잘될 거예요"…김건희 육성 증언은 '김한정→강혜경 →김태열' 순
그양측의 엇갈린 주장 이후 '오빠 파일' 논란은 미궁으로 빠졌고, 지금은 거의 잊혀진 상태다. 그런데 명태균 씨와 수시로 연락하고 만났던 김한정 회장이 '오빠 파일'의 존재를 가장 먼저 언급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발언 날짜 순으로 보면 '김한정→강혜경 →김태열' 순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김한정-강혜경' 통화 녹음파일(2024.9.10.)에서 김 회장은 김건희 여사가 명 씨에게 “오빠 전화 왔죠? 잘될 거예요”라는 말하는 통화 녹음을 명 씨가 들려줬다고 말하면서 "이것은 명확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날 통화에서 김 회장은 "윤석열이가 그건 있지. 명태균이 맨날 소리 그거 들려주잖아"라면서 자신이 윤 대통령의 통화 육성을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윤 대통령이 윤상현 의원(당시 공천관리위원장)과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그거 참 이상한 사람들이야. 알았어요'라고 말한 대목도 언급했다.
이 같은 김 회장의 발언이 나온 건,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사실 이때는 명 씨의 공짜 여론조사나 수치 조작과 같은 내용은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을 때다. 녹음파일 속 김 회장은 오세훈 시장과 관련한 여론조사 문제가 터질 것을 예측이나 한 듯, 강혜경 씨가 이와 관련해 어떤 자료를 갖고 있는지 계속 떠봤다.
김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통화 육성은 '명확한 증거'라고 말했다. 반면 여론조사와 관련해선 "(명태균)지 얘기지. 그것도 설령 그렇게 했더라도 그거는 녹취가 된 게 없잖아"라고 규정했다. 즉, 녹음파일 같은 명확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진실이 밝혀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면서, 강 씨에게 관련 녹음이 있는지 궁금해했다.
□김한정 : 윤석열이가 그건 있지. 명태균이 맨날 소리 그거 들려주잖아. 윤석열이가 뭐 김상현이한테 전화해갖고, 윤상현이한테 전화해갖고 ‘그거 참 이상한 사람들이야 알았어요’ 이렇게 한 그 얘기. 그다음에 김건희가 "우리 오빠가 잘 얘기… 전화 왔죠? 잘 될 거예요" 이 얘기. 이거는 명확한 증거가 남잖아. 근데 ‘여론조사해갖고 자기가 올려달래요’ 그거는 지(명태균) 얘기지. 그것도 설령 그렇게 했더라도 그거는 녹취가 된 게 없잖아.
- 김한정-강혜경 통화 녹음파일(2024. 9.10.)
대통령 부부 육성 거듭 언급한 김 회장, "그 새끼(명태균) 녹취록이 1천 건인가 있더라"
김 회장은 제주도에 별장을 갖고 있다. 이곳은 김영선 전 의원실과 명태균 씨의 휴양지처럼 이용됐다. 통화 녹음파일에서도 별장 얘기가 여러 번 나온다.
지난 10월 14일 자 김한정-강혜경 통화 녹음파일에서 김 회장은 다시 한번 '윤석열-김건희 녹취'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통화에서 김 회장은 "X새끼들이 없는 사실 얘기한 것도 아니고. 그때 우리집에 와갖고 내가. 그 새끼(명태균)가 녹취록이 1천 건인가 있더라"라고 말했다. 명 씨가 자신의 제주도 별장에 왔을 때 통화 녹음을 들려줬는데, 파일 개수가 1천 건에 달했다는 얘기다.
이에 강혜경 씨가 "아 그래요? 다 김건희 거 아닌가"라고 답하자 김 회장은 "난 그때만 해도 김건희, 윤석열 녹취한 거에 대해선 난 들었기 때문에 별로 궁금한 건 없고"라고 답했다. 자신은 이미 많이 들어서 언론에서 나온 기사 내용은 색다를 게 없다는 취지로 읽힌다.
김 회장은 대통령 부부의 육성보다 자신의 육성이 녹음됐을까를 가장 두려워했다. 오세훈 시장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그가 무엇이 두려워 이와 같은 말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김한정 : X새끼들이 없는 사실 얘기한 것도 아니고. 그때 우리 집에 와갖고... 내가. 그 새끼(명태균)가 녹취록이 1천 건인가 있더라.
■강혜경 : 아 그래요? 다 김건희 거 아닌가. 김건희 거.
□김한정 : 근데 이 새끼가 내 걸 녹취를 했을 것 같아. 누구든 간에. 그러면 나를 어떻게 녹취를 했나 그게 궁금하더라고. 난 그때만 해도 김건희, 윤석열 녹취한 거에 대해선 난 들었기 때문에 별로 궁금한 건 없고.
이 새끼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형님 형님’ 그러고 따라다니면서 어떻게 녹취를 했다는 거는 나를 해코지 나중에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진 거 아니야.
- 김한정-강혜경 통화 녹음파일(2024.10.14.)
오세훈 보도 등장 전부터 오세훈 걱정한 김 회장...'명태균 게이트' 핵심 인물
김 회장은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 여론조사 비용 3,300만 원을 대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명 씨가 자신의 발언을 녹음했는지 끊임없이 걱정하는 모습이 녹취록 곳곳에 나온다. 김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통화 육성에 대해서 말한 것도 여론조사와 관련한 대화가 오가던 중이었다.
녹음파일 속 김 회장은 강혜경 씨를 지속적으로 회유했고, 때때로 압박했다. 청와대(대통령실)를 수시로 언급했고, 녹음파일을 공개하면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허위 정보도 얘기했다. 명 씨에게 10억, 20억을 주고 모든 걸 덮자는 취지로도 말했다. 김 회장은 혹여 자신의 존재가 드러날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습이었다.
검찰은 김한정 회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과 관련한 증거 일체를 확보한 만큼, 조만간 김 회장을 불러 조사할 전망이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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