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마리에 6만원 받아도 줄 서요”… 대게철, ‘빵게’ 밀거래 현장
대게 어획량 줄자 불법 포획도 늘어

지난 17일 오후 10시 경북 안동의 한 변두리 주차장. 컴컴한 주차장에 천막을 씌운 1t 트럭 한 대가 멈춰섰다. 곧이어 승용차 7대가 잇따라 트럭 옆에 섰다가 가기를 반복했다.
이곳은 동해에서 불법으로 잡은 ‘빵게’를 밀거래하는 현장이다. 빵게는 암컷 대게를 부르는 말로 둥근 배에 알이 꽉찬 모습이 빵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잡는 것도, 사고파는 것도 모두 불법이다.
기자도 식당 주인 김모씨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트럭 쪽으로 다가갔다. 김씨가 “살아 있느냐”라고 묻자 트럭 주인은 아무 말 없이 스티로폼 상자 뚜껑을 열어 보여줬다. 그 안에는 알이 꽉찬 암컷 대게 20여마리가 살아있는 상태로 꼬물거렸다. 트럭 천막 안에는 이런 상자가 30개는 쌓여 있었다.
빵게 한 상자의 가격은 13만원. 밀거래는 10분 만에 끝났다. 김씨는 “물건이 있으면 (중간 도매상이) 문자로 알려주는데, 사려는 사람이 많아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문자 메시지에는 접선 장소와 시간, 현금을 준비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이날 빵게 3상자를 구입해 솥에다 쪄 미리 약속이 된 단골들에게만 팔았다. 김씨는 “암컷 대게는 대게 특유의 단맛에 진득한 알 맛 때문에 한 번 먹어본 사람은 잊지 못한다”며 “5마리에 6만원을 받아도 먹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말했다.

대게철을 맞아 강원·경북 지역에서 암컷 대게 밀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경북 울진·영덕·포항, 강원 속초·동해 등의 도매상이 선장에게 암컷 대게를 몰래 사들여 경북 등 내륙 지역의 중간 도매상한테 넘기면 식당 주인들이 상자 단위로 사들인다고 한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로 늦은 밤 변두리 주차장 등 특정 장소에서 접선한 뒤 바로 흩어진다고 한다.
대게는 11월부터 5월까지만 잡을 수 있는데 요즘이 살이 꽉차고 달아 제일 맛있는 시기다. 대게는 꽃게와 달리 수컷만 잡을 수 있고, 암컷은 대게 종(種)을 보호하기 위해 1년 내내 잡을 수 없다. 한 마리가 알 5만~10만개를 낳는 암컷 대게를 사거나 팔지도 못하도록 법으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르면 암컷 대게를 잡거나 팔면 2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해경 관계자는 “꽃게는 1년이면 성체로 자라지만 대게는 7~8년이 걸린다”며 “한 번 고갈되면 되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게는 주로 그물망이나 통발로 잡는다. 경북 대게 어업인연합회 측은 “암컷 대게를 잡으면 놔줘야 하는데 일부 선장이나 유통업자들이 돈 욕심에 불법을 일삼는다”며 “최근 대게 어획량이 계속 줄고 있는데다 암컷 대게를 시장에 내놓으면 위험 부담은 있지만 바로 비싸게 팔 수 있어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대게 어획량은 2007년 4800t에서 지난해 2063t으로 절반 아래로 급감했다. 올해는 9월 현재 1235t을 잡는데 그쳤다. 암컷대게 등 불법 포획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작년까지 248명이 암컷 대게나 어린 대게를 잡거나 팔다가 검거됐다. 이 중 선장과 유통책 등 36명이 구속됐다.
포항해경은 지난 2월 40대 선장 등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포항 구룡포 앞바다에서 암컷 대게 1만8000마리를 잡아 팔려다 적발됐다. 작년 9월에는 경주 앞바다에서 잡은 암컷 대게 2700마리를 유통한 울산 지역 도매상 등이 구속됐다. 이들은 전국에 암컷 대게를 공급하기 위해 야산에 비밀 수족관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서 압수한 암컷 대게나 몸길이가 미달하는 새끼 대게만 47만 1652마리에 달한다. 해경은 압수한 암컷 대게 등을 대부분 바다에 방류한다. 2016년 독도수산연구센터 연구 결과 살아 있는 암컷 대게를 방류하면 97% 생존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경은 다음달 1일부터 특별단속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해경 관계자는 “최근 ‘스노우크랩’이라고 부르는 일본산 암컷 대게가 수입되자 국내산 암컷 대게를 섞어 팔거나 일본산으로 바꿔 유통할 가능성을 두고 강력한 단속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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