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하다 정전돼 집에 왔더니 아파트 엘베도 멈춰”···새벽부터 주민들 ‘발동동’
눈쌓인 나뭇가지가 전깃줄 눌러
지난 27일부터 연이틀 계속된 기록적 폭설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염리동·성산동 일대가 정전됐다. 주민들은 아침부터 겪은 불편함에 혼란스러워했다. 이른 시간부터 생업에 나선 주민 일부는 출근길에 늦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었다.
28일 한국전력·마포구청 등 현장 취재를 종합하면 오전 6시50분쯤 서울 마포구 공덕·염리·성산동 일대의 아파트 단지와 빌라·주택, 상가 등이 정전됐다. 정전 피해규모는 공덕동 아파트 단지만 최소 1505세대다.
정전의 원인은 연이틀 계속된 폭설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한전은 눈이 쌓인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가 대로변에 있는 전깃줄을 누르는 바람에 전깃줄 일부가 끊어져 정전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사고를 목격하고 신고했던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인 전모씨(69)는 “갑자기 펑 소리가 나더니 끊어진 전선에서 불이 나 지나가던 사람 두명이 놀라서 넘어졌다”며 “큰일이 나겠다 싶어서 바로 119에 신고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운동을 하러 나가던 주민 김시영씨(31)는 “갑자기 큰 소리가 나더니 파란색 스파크가 튀면서 불이 붙었다.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고 직후 사고 현장을 통제했다. 출근길에 나선 주민들은 통제에 따라 사고 현장을 피해 아파트 단지 내 다른 길로 우회해 움직였다. 출근을 위해 사고 현장을 지나가려던 차량도 차 머리를 돌리기도 했다.
아직 출근하지 못한 주민들은 대규모 정전에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아파트 19층에 사는 자영업자 A씨(60대)는 “새벽에 사우나를 갔다가 정전이 났다고 해서 머리에 물을 뚝뚝 흘리며 집에 왔는데, 아파트 엘리베이터도 운행을 안한다”며 “빨리 준비하고 가게에 가야 하는데 큰일 났다”고 난감해했다.
주택가에서도 불편이 이어졌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사는 살림꾼 화경순씨(62)는 “전기로 올리는 주차장 문이 정전 때문에 안 올라갔다”며 “일단 아들이랑 가족들은 다들 걸어서 출근했다”고 말했다.
상가에 입주한 업주들은 오전 정전으로 인해 장사에 차질을 겪기도 했다. 병원에서 일하는 고모씨(53)는 “우리 병원은 출입구가 엘리베이터로 이어져 있다”며 “눈이 와서 일부러 아침 일찍 출근했는데, 한참 동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해 병원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덕동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모씨(55)는 사고 현장을 한참 보더니 “눈이 와서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되는데, 오전 장사는 아예 못 하겠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부 카페 직원들은 아예 문을 닫아걸고 오전 장사를 포기하기도 했다.
주민 불편이 이어지지만 복구도 쉽지 않다. 사고 현장에 나온 한전 관계자는 “(수리)업체에서 자재를 싣고 와야 하는데, 눈이 많이 내려 기본 3시간 정도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전은 오전 9시 현재 사고가 발생한 공덕동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염리동과 성산동 지역은 복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전은 이날 오전 10시52분쯤 정전 복구를 완료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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