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9.5조 못받았는데… 트럼프측 “반도체 보조금 면밀 조사”

박현익 기자 2024. 11. 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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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무역전쟁]
트럼프 ‘효율부’ 수장 라마스와미… 바이든 행정부 지출속도 내자 제동
美 현재-미래권력 맞붙으면서, 사이에 낀 삼성-SK “곤혹스럽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상 보조금 지급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시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 20일 전까지 보조금 최종 계약을 맺기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와 물밑 협상 중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 전면 재검토를 밝힌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 등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반도체 보조금 재검토까지 언급되자 국내 반도체 주가는 줄줄이 하락했다. 27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3.43%, SK하이닉스는 4.97% 하락 마감했다.

● 바이든 행정부에 “막판 계약 조사할 것” 경고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게 될 비벡 라마스와미는 26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칩스법에 따른 낭비성 보조금이 (내년) 1월 20일 이전에 빠르게 지급되고 있다”며 “DOGE는 이러한 막판 술책(11th-hour gambits)을 모두 검토하고, 감찰관에게 막판에 이뤄진 계약을 면밀히 조사할 것을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선도 기업과 관련한 모든 (지원) 발표를 마치고 싶다. 우리 임기 동안 거의 모든 자금을 못 박는 게 목표”라며 “칩스법은 국가 안보 프로젝트이고 여전히 양당 모두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차기 행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칩스법 집행에 속도를 내기 위해 최근 직원들에게 주말에도 일할 것을 지시했고, 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도 직접 전화해 협상을 서두르도록 요구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 측이 강하게 비판하며 차기 행정부가 일일이 따져보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 바이든-트럼프에 낀 9.5조 보조금

반도체 보조금을 두고 미국의 현재와 미래 권력이 맞붙으면서 새 미국 행정부와 보조를 맞춰야 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은 곤혹스러운 처지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각각 64억 달러(약 8조9300억 원), 4억5000만 달러(약 6300억 원)를 받기로 미 상무부와 예비적 각서(PMT)를 맺었다. 이는 양측의 잠정 합의로 법적 구속력을 갖추려면 최종 계약을 맺어야 한다.

대만 TSMC는 최종 계약을 위한 협상을 서둘러 미 대선 열흘 후인 이달 15일 계약을 마무리했다. 인텔은 26일 78억6000만 달러를 받기로 도장을 찍었다. 인텔은 당초 PMT 단계에서 85억 달러가 배정됐지만 미 상무부는 이보다 6억4000만 달러 줄였다. 인텔이 9월 국방부로부터 30억 달러 계약을 수주했기 때문이라는 게 상무부 측의 설명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최종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어 세부 조율을 거쳐 조만간 발표가 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삼성, SK가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까지 최종 계약을 맺는다 하더라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DOGE가 최종 계약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것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법에 근거한 보조금이라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 등을 통해 예상치 못한 규제를 가할 수도 있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성태윤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부처와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열고 “멕시코와 캐나다의 전 품목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멕시코·캐나다에서 생산하는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에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성 실장은 “선제적으로 시나리오별 종합 대응 방안을 점검·강화하고 우리의 협상 제고 방안을 사전에 준비하라”고 관련 부처에 주문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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