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도수치료·체외충격파 급여화 땐 실손 신규 가입자 부담 커져

정부가 의료비 남용의 ‘주범’으로 꼽혀온 실손 의료보험과 비급여 진료에 칼을 빼들었다. 도수치료 같은 비급여 진료를 ‘관리급여’로 등재해 천차만별인 치료비를 고정시키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에서 이런 대책을 구체화 해, 올 연말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의 주된 내용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치료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에 대한 환자 부담을 높이는 것이다. 특위는 건강보험 관리급여 제도를 신설해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코막힘 등 비밸브 재건술처럼 의료비 지출이 큰 비급여 최대 10개를 관리급여로 등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개 건강보험 진료의 환자 부담률은 20% 정도이지만, 관리급여에 대해서는 95%의 높은 부담률을 매길 방침이다.
이들 진료가 ‘급여화’ 되면 정부가 진료비, 급여 적용 횟수 등을 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도수치료를 1년에 10번 넘게 받거나, 근골격계 질환이 아닌 감기 환자 등이 도수치료를 받으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식이다. 이 경우 다른 건강보험 급여 진료와 ‘혼합 진료’ 역시 불가능해진다. 의료개혁특위가 검토하고 있는 방안이 모두 실현되면 소비자의 병원 진료비나 실손보험료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짚어봤다.
실손보험 없는 사람은 치료비 약간 절감
의료개혁특위에서는 실손 의료보험 신규 가입자에 대해선 건강보험 진료의 법정 본인부담률 만큼은 보장할 수 없게 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논의된다. 건강보험은 동네 의원인지 대형병원인지 등에 따라 30∼60%의 법정 본인부담률(외래진료 기준)을 책정한다. 이는 환자가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남용하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1세대 실손보험은 환자 본인부담금마저 전액 보상한다. 이 때문에 의료 이용이 과도해지고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이 모두 실현되면, 실손보험 없는 사람이 도수치료·체외충격파 등을 받을 때의 부담은 줄어든다. 우선 병원 마음대로 매기던 이들 진료 가격을 정부가 일정하게 책정하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의료기관들의 도수치료 중간금액은 10만원이었는데, 가장 비싼 곳은 28만원으로 2.8배 높았다. 비밸브재건술 역시 가장 비싼 곳이 500만원으로 중간금액(173만원)의 2.8배였다. 정부는 시장 중간금액 이내로 ‘정가’를 정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이들 진료가 관리급여로 급여화 되면서, 건강보험이 진료비 5%를 부담한다. 도수치료 진료비가 10만원으로 정해진다고 가정하면, 환자가 부담하는 값은 기존 10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줄어든다.
실손보험 신규가입자는 부담 커져
실손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사람의 부담은 기존 가입자에 견줘 커진다.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도수치료가 급여화되더라도 진료비 10만원 전액을 보험금으로 청구할 수 있다. 반면 신규 가입자에 대해서는 실손보험이 건강보험의 법정 외래 본인부담률(의료기관 등에 따라 30∼60%) 만큼은 보상하지 않는다. 환자로서는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9만5000원 중 법정 본인부담률에 해당하는 3만∼6만원은 직접 내고, 3만5000원∼6만5000원만 실손보험 청구할 수 있는 셈이다.
의료개혁 특위에서는 관리급여 진료의 제한 횟수를 넘기거나, 대상 질병이 아닌 환자에 대해선 아예 진료를 막는 ‘극약 처방’도 거론되고 있다.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전체에 대해 실손보험 보장을 막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 경우 실손보험 가입자가 관리급여 도수치료를 받을 때의 부담이 9만5000원으로 실손보험 없는 사람과 같아진다.
하지만 실손보험에 이미 가입한 사람이 3997만명(지난해 연말 기준)에 달해, 대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는 건강보험 본인부담금도 지금처럼 실손보험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위에서는 기존 가입자가 실손보험 계약을 갱신할 때 등에 이런 조처를 적용하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이미 맺은 계약 내용을 바꾸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정부는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상금을 주고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을 해지시키는 ‘재매입’ 방안도 제안했다.
정부 의도대로 의료 소비가 줄면 장기적으로 실손보험료도 낮아질 거라고 보험업계는 주장한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실손보험 지출이 줄면 보험사로서는 손해율이 개선된다.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인하할 여지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비급여 대책 효과 내려면
한편 몇몇 비급여만 ‘본보기’ 식으로 급여화 해서는 다른 비급여 진료가 증가하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 역시 인다. 의료기관들이 도수치료와 비슷한 방식의 또다른 물리치료 요법을 개발해 정부의 관리급여를 피해간다는 얘기다.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인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리급여에 해당하지 않는 비급여를 통제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의료기술의 효과·안전성 등을 평가해 (기준에 미달하는) 기술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거나 퇴출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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