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내며 탔는데, 이런 X망신”…폭설에 車 버렸다, ‘후륜 굴욕’ 속사정 [최기성의 허브車]
눈길 약한 후륜구동, 더 조심해야
‘후륜 탓’ 보다는 안전운전이 우선
1907년 10월 근대적인 기상관측 시작 이후 117년 만에 11월 기준으로 최대 적설량을 기록했다.
이번 눈은 올 겨울에도 운전자들이 ‘눈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신호다.
사실 눈은 운전자의 적이다. 후륜구동 차량 운전자에게 눈은 ‘악몽’이다. 폭설에 미끄러진 차량들로 교통대란이 일어났을 때마다 후륜구동 차량이 비난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소 폼 나게 도로를 달리던 후륜구동 프리미엄 세단과 스포츠카들이 설설(雪雪) 눈길에서는 ‘설설’(雪雪) 기어 다닌다. 전륜구동 국산차보다 ‘쩔쩔’맨다.
네 바퀴로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4륜구동 차량들은 ‘상대적’으로 쌩쌩하게 움직인다.
눈길에 매우 약한 후륜구동 차량에는 신차 출시 때부터 제설용 삽을 ‘필수 옵션(사양)’으로 넣어줘야 한다는 비아냥거리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 2021년 1월에는 후륜구동이 민폐 차량으로 비난받았다. 당시 서울과 경기 일대에 기습적으로 폭설이 쏟아지면서 교통대란이 발생했다.
시내 곳곳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들이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눈 쌓인 언덕을 오르지 못하거나 제어를 못한 차량들로 교통정체가 벌어졌다. 비탈길이 많은 서울 강남지역 도로는 마비됐다.
당시 폭설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 차량 상당수는 후륜구동을 채택했다. 강남지역 도로가 폭설에 약한 까닭은 후륜구동 고급 세단이나 스포츠카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평소에는 흠집이라도 날까 애지중지하던 억대 스포츠카가 도로에 버려졌다는 목격담도 쏟아졌다.
장점이 있으면 약점도 있다. 눈길에는 매우 취약하다. 조금만 가파른 언덕을 만나도 눈길에 미끄러진다. 코너를 돌 때는 더 위험하다.
앞바퀴는 움직이지만 뒷바퀴는 앞으로 진행해 차체를 운전자 의지대로 다루기 어렵다. 미끄러운 곳에서는 손수레를 앞에서 끌 때보다는 뒤에서 밀 때 제어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태생부터 미끄러운 눈에 약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일반 타이어보다 주행성능이 우수하고 매끄럽지만 눈길에는 약한 초고성능 타이어를 장착한 후륜구동 고급 차량도 많다.
폭설이 자주 내리고 한파도 잦으며 벤츠와 BMW 차량이 많이 판매되는 유럽에서 후륜구동 때문에 교통지옥으로 변했다는 소식은 그다지 들리지 않는 것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제설 작업이 비교적 원활히 이뤄지기 때문이다. 운전자들도 겨울이 오면 겨울용 타이어(스노타이어)나 스노체인을 장착하는 데 익숙하다. 구동방식에 맞게 운전하는 방법도 안다.
국내에서 후륜구동이 몰매를 맞는 이유는 타이밍을 놓치고 땜질 처방식으로 이뤄진 제설 작업의 죄를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차를 운전하지만 차 특성은 모르는 운전자의 방심까지 결합돼 후륜구동 차량은 ‘대역죄’ 누명을 쓰게 됐다.
차는 후륜이든 전륜이든 4륜이든 구동방식에 상관없이 관리를 소홀히 하는 운전자에게 고장이나 사고로 보복한다.
폭설과 같은 상황에서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전륜·4륜구동 차량 운전자들도 고통을 당할 수 있다.
후륜구동 차량 운전자가 구동방식 특성상 겨울에 보복당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뿐이다.
스노 타이어로도 알려진 겨울용 타이어는 사계절용 타이어보다 천연고무와 실리카 사용 비율이 높다.
타이어가 더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 이유가 있다. 고무가 부드러울수록 타이어가 노면을 움켜잡는 효과가 커져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따르면 눈길에서 시속 40㎞로 달리다 제동할 때 겨울용 타이어는 제동거리가 18.49m에 불과했다. 사계절용 타이어는 37.84m에 달했다.
빙판길 테스트(시속 20㎞에서 제동)에서도 겨울용 타이어는 사계절 타이어보다 제동거리가 14% 짧았다.
겨울용 타이어는 눈 올 때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눈이 있건 없건 영하의 날씨로 접지력이 떨어질 때도 사계절용 타이어보다 안전하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보물단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주 쓰는 용품이 아니기에 막상 사놓고도 사용법을 몰라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될 수도 있다.
제품별로 장착법도 다르다. 미리 사용법을 익혀둬야 제때 제대로 쓸 수 있다.
눈이 온다고 무조건 체인을 장착할 필요는 없다. 적설량이 15㎝ 이하일 때는 일반 타이어로도 주행할 수 있다. 일반 타이어로 달리다가 타이어가 미끄러지기 시작할 즈음이 스노체인을 사용해야 하는 시점이다.
스노체인은 눈길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과속도 금물이다. 30~40㎞/h 이상 주행하면 체인이 손상된다. 바퀴집(휠하우스)이나 차체를 망가뜨린다.
도로가 얼었다면 스노체인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빙판길에서는 스노체인이 오히려 스케이트 날과 같은 역할을 해 더 미끄러질 수 있다.
스노체인 역할을 하는 스프레이 체인도 있다. 눈길에서 타이어가 공회전할 때 임시방편으로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1만원 안팎이면 살 수 있다.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이 빙판길 운전실험을 실시한 결과, 차량이 시속 40km 이상으로 달릴 경우 곡선 구간에서 뒷바퀴가 미끄러지고 차량을 제어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왔다. 빙판길이나 눈길에서는 시속 40km 이하로 서행해야 한다.
바퀴자국이 있는 눈길에서는 핸들을 놓치지 않도록 꽉 쥐어야 한다. 언덕길에서는 미리 저속으로 기어를 변속해야 한다. 내리막길에서는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해야 한다.
제동을 할 경우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 여유 있게 멈춰야 하며 브레이크를 갑자기 세게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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